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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저금리 지운 빅스텝, 가계·기업에 지우는 큰 빚 부담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07.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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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지금 20대, 30대이신 분들은 경제 생활을 시작한 이후 한 번도 높은 인플레를 경험한 적이 없다. 집을 살 때 연 3%대 대출이자율이 평생 동안 갈 거라고 생각했다면 그 가정은 이제 변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1999년 기준금리가 도입된 이후 사상 처음으로 정책금리를 0.5% 인상하는 '빅스텝' 결정을 내린 뒤 기자간담회에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족’ 등 투자자에게 전한 조언이다. 외환위기 때로 회귀한 상승률 6%대의 고물가와 금리 상승기 상황이 얼마나 갈지 불확실성이 큰 만큼 이런 위험의 상존을 전제로 한 경제 활동이 필요하다는 이 시그널은 저금리 시대의 '종언'으로 읽힌다.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4,5월에 이어 사상 처음으로 3회 연속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2014년 8월(연 2.25%) 수준으로 올라가면서 8년 저금리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은 브리핑실에서 기준금리의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 내용과 관련해 설명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은 브리핑실에서 기준금리의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 내용과 관련해 설명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통화당국이 가보지 않은 길로 큰 걸음을 옮기면서 일찍이 전혀 경험하지 못한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상황으로 부담이 극한으로 커지는 ‘빚투(빚내서 투자)’ 청년세대는 물론 가계·기업 등 경제주체들은 실로 ‘고통의 전환기’를 맞게 됐다.

이 총재가 “물가 흐름이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금리를 당분간 0.25%포인트(p)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연말 기준금리 2.75∼3.00% 전망을 ”합리적"이라고 밝힌 만큼 가계와 기업의 빚 부담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8월 전 세계 주요 중앙은행 가운데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 시작해 4차례 0.25%p, 이번 0.5%p 등 5차례 인상으로 국내 기준금리는 연 0.5%에서 1.75%p나 뛰었다.

이에 따라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폭만 반영하더라도 가계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24조원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8월 이전과 견줘 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부담 규모는 114만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한은이 올해 1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규모(1752조7000억원)와 비은행을 포함한 전금융권 변동금리 비중(74.2%)을 기준으로 금융기관의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 증가 규모를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폭인 0.25%p 만큼만 올라도 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이 16만3000원 늘어난다. 가계의 전체 이자 부담 규모는 3조3000억원 불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0.5%p 인상 시엔 6조4000억원이 증가하는 셈이어서 지난해 8월 이후 늘어난 이자만 23조1000억원에 달하며,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114만1000원이 된다.

코로나 사태 때 초저금리를 활용한 '영끌'·'빚투'로 무리하게 주택이나 금융자산을 늘린 대출자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가 오는 8·10·11월 세 차례 회의에서 점진적으로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하게 되면 이미 6%대 중반을 넘어선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상단은 연말께 7~8%대 안팎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대출 금리 현황 [그래픽=연합뉴스]
시중은행 대출 금리 현황 [그래픽=연합뉴스]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응한 각국의 긴축 기조에 맞춰 기준금리 인상이 속도를 내면서 가계뿐 아니라 소상공인·자영업자를 포함한 기업들의 이자 부담도 커지게 됐다. 특히 올해 들어 증가세가 주춤한 가계대출과 달리 기업대출은 기업공개, 회사채 발행 부진 영향 등으로 최근까지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기업의 재무 부담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 싱크탱크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빅스텝 때의 기업 대출이자 부담 규모는 3조9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신용등급이 높지 않아 자금조달 시 주식·채권 발행보다 은행 대출에 크게 기댈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의 경우 이자 증가액은 2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 만큼 금리인상에 따른 타격은 대기업(1조1000억원)보다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높아진 이자비용 부담을 견뎌내지 못할 경우 수익성, 재무건전성 악화로 인해 한계기업이 속출하는 사태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통화당국의 빅스텝 결정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중앙회는 "지난달 말 기준 전체 중소기업 대출 규모는 931조원이고 이중 개인사업자 대출이 437조원에 달한다"며 "금리가 지속해서 인상된다면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처럼 건실한 중소기업도 외부 요인에 의한 부도 위기에 처할 수 있고, 이는 실물 경제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해 대체로 높은 대출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가산금리도 더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정부는 시중은행들이 이번 기준금리 인상을 계기로 중소기업에 과도하게 불리한 대출 조건을 적용하지 않도록 금융권의 자금공급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적극적인 금융지원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금리 기조를 밀어낸 고물가가 정점을 찍어야 가계와 기업의 빚 부담도 그나마 완화될 수 있다. 물가 대응에 실기하면 향후 더 큰 폭의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한 이 총재는 물가 상승의 정점에 대해서는 “올해 3분기 말에서 4분기 초로 본다. 이후에는 당분간 고물가가 유지되긴 하지만 완만하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가 향후 성장과 물가 경로가 전망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경우 0.25%p씩의 추가 금리 인상 폭을 이례적으로 예고한 점에 주목하면서 “8월 연속 빅스텝 가능성은 해소됐다”고 분석한 뒤 "연말로 갈수록 물가 중심의 공격적 금리 인상 기조는 점차 성장 쪽에 무게가 실리면서 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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