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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우려는 더 커지고...'킹달러 공포' 언제까지?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07.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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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밀어올린 ‘강’ 달러의 위세가 ‘킹’ 달러 공포로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40여년 만의 고물가를 잡기 위해 고강도 긴축에 나서면서 전 세계 외환거래의 90%가량을 차지해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꼽히는 달러에 대한 극한의 선호심리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기축통화인 달러만 나홀로 강세를 보이면서 유로화 가치는 연초 대비 12%가량 하락하면서 20년 만에 달러 가치와 같아지는 패리티(등가) 상황까지 맞닥뜨렸고, 한국의 원화 가치도 상반기에 10% 가까이 하락해 13년 만에 원·달러 환율 1300원 시대를 불안하게 맞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터라 슈퍼달러 독주에 제동을 걸 요인이 없기 때문에 당분간 ‘킹달러 공포’는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3년 만에 원·달러 환율 1300원 시대를 맞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3년 만에 원·달러 환율 1300원 시대를 맞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준기축통화인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올해 13% 치솟은 끝에 지난 14일 109.298까지 찍으며 2002년 9월 17일(109.750) 이후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로도 108선을 오르내리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973년부터 작성된 DXY가 역사적으로 가장 낮았던 때는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닥쳤던 2008년 3월 16일(70.698)이고, 가장 높았던 때는 남미 경제위기가 발생했던 1985년 2월(164.720)이다.

환율 폭등으로 외국계 자금의 수급이 냉각되며서 국내 증시를 박스권에 갇히게 한 면도 크기에 달러 초강세의 배경을 분석하고 또 전망하는 증권가의 시각도 어느 때보다 예민하다. 특히 유럽중앙은행(ECB)이 11년 만의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연준의 긴축 보폭 결정도 앞두고 있어 시장의 관심은 슈퍼달러의 지속에 쏠려 있다.

18일 증권가에 따르면 미 달러화의 강세 배경에 대해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내부적으로 예상치를 상회한 미국의 물가와 이에 대응하는 연준의 강한 긴축 행보 등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내부적인 요인 이외에도 유로화의 약세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달러의 강세 기울기를 더욱 가파르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달러인덱스 내 비중이 절반을 넘을 정도로 달러 가치에 큰 영향력을 보이는 유로화의 약세는 경기 침체와 맞물려 더욱 위기감을 키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인플레이션율도 8.6%(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달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유로화 가치를 더 끌어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오는 21일 ECB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하고 9월에는 ‘빅스텝(0.50%p 인상)’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김 연구원은 “유로존은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달리 긴축 행보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며 “2011년 물가 상승에 대응해 금리를 인상한 이후 경기 침체를 겪었던 정책 실기의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유로존이 러시아의 천연가스 무기화 등으로 에너지 관련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경기 침체 가능성도 더불어 높아지고 있고, 최근 총리 사의 표명까지 부른 이탈리아를 비롯한 남유럽국가들의 금리 오름세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는 “ECB가 긴축 행보를 시작하지만 그 강도가 미국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완화적일 수밖에 없으며 ECB의 금리 인상이 유로화의 반등을 지속해서 끌고가기 어려움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이렇듯 유로존에서 서방의 제재에 대해 러시아가 강요하는 에너지 비용 부담을 견디지 못한 채 수요가 둔화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유로화 가치 반등으로 달러 강세를 견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 팽배해지고 있는 것이다.

올 상반기 글로벌 금융시장의 화두가 인플레이션이었다면 이제 하반기는 경기 침체로 전환되고 있다. 특히 중앙은행이 경기 침체를 묵인하면서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기축 기조를 강화함에 따라 위험회피 심리 속의 달러 강세는 쉽게 누그러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윤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블룸버그에서 1년내 경기 침체 발생 가능성을 집계하는데,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비중이 0.5% 이상인 23개국가의 침체 확률을 GDP로 가중평균을 구하면 2012년 더블딥이나 2019년말 연준의 보험용 금리 인하가 단행되었던 때보다도 최근 경기 침체 발생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추이 [자료=NH투자증권 제공]
글로벌 경기 침체 추이 [자료=NH투자증권 제공]

이어 “지금의 경기 침체 리스크는 중앙은행이 용인하고 있는 현상”이라며 “연준은 분명한 물가 하락세를 확인할 때까지는 부작용 대응을 후순위로 미루고 중립 이상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예정이고, 화폐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여타 중앙은행들도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따라 인상해 글로벌 경기가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긴축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글로벌 6월 경기선행지수도 99.51로 기준선(100)을 석 달째 밑돌고 있어 세계적인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에도 흔들림 없는 연준의 긴축 스텝은 달러 초강세의 버팀목이다. 지난 14일 미국 소비자물자지수 상승률이 9.1%까지 치솟은 결과가 발표된 뒤 시장에서는 오는 27일 나올 연준 시장공개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조정 결정이 ‘울트라 스텝(1%p 인상)’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예상이 80%대로 높아졌다. 하지만 이후 연준 관계자들이 급격한 경기 침체를 의식해 진화에 나서면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의 페드워치에선 ‘자이언트 스텝(0.75% 인상)’ 전망이 70%대로 다시 올라간 상태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75bp(1bp=0.01%p)든 100bp든 인상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7월 FOMC를 기점으로 미국의 기준금리는 중립금리에 도달하게 되고, 이후 인상은 본격적인 긴축에 진입하게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과거 미국 기준금리는 중립금리 대비 1~2%p 정도 상회한 수준까지 인상됐고, 그로 인해 경기 침체를 대부분 겪었으며, 연준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다시 인하 사이클로 전환했던 경험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이후의 인상은 중립금리 이상의 긴축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경기 침체 부담은 점점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단기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에 의한 기술적 하방 경직성이 존재하지만 장기금리는 경기 우려를 반영해 하락세가 지속될 수 있고, 이로 인해 미국채 10 년과 2년의 장단기 금리차 역전폭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채권시장에서는 경기 침체 징후로 불리는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이 예상되는 만큼 달러 강세에도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뒤따른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980년대 이후 미국 경기 침체 국면에서 미국 달러가치는 늘 상승했다”며 “당장 미국 달러 강세를 멈출 만한 요인을 찾기 어렵다”고 짚었다. 하락 요인은 없어도, 적어도 추가 상승 폭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원·달러 환율 추이 [자료=유진투자증권 제공]
원·달러 환율 추이 [자료=유진투자증권 제공]

그는 “역사적으로 외국인 투자가들의 미국 증권 매입 규모와 미국 달러는 상당히 관련성이 높은데 최근 증권 매입 규모는 둔화되는데 비해 미국 달러가 가파르다”라며 “달러 가치 자체는 고평가 영역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도 2023년 1분기에는 주춤할 가능성이 높아 달러 강세 국면이 유효하다. 달러의 고공행진은 올해 연말~내년 초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금융시장의 원칙 중 하나는 ‘평균으로의 회귀’인데, 평균 자체가 변할 때가 있고 요즘 원·달러 환율이 그렇다는 게 허 연구원의 시각이다. 13년 2개월 만에 1320원대로 올라선 원·달러 환율은 지난 14~15년 동안의 범위(1050~1250원)를 벗어났기에 원화값에 대한 인식 자체가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허 연구원은 “원화 가치는 미국 경기 침체 국면에서 약하다”며 “이미 악화된 교역조건(수출물가-수입물가)과 해외 투자 자금 유출 추세를 감안할 때 현재 원화가치가 아주 저평가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무역적자의) 교역조건을 감안하면 원·달러는 1320~1340원대가 적정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2018년 이후 원·달러 환율 변화에 영향을 준 것은 무역수지라는 점을 들어 “다행히 최근 교역조건이 악화되는 속도가 주춤해졌다. 원화 가치가 현 수준에서 더 급격히 약해지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과 자금 유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최근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은 시차를 두고 주식시장 밸류에이션(가치평가) 하락 압력을 완화시켜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도 포커스를 맞춘다. 허 연구원은 “원화 약세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 부각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당장 달러 강세가 멈추지는 않겠지만 국내 증시에 미치는 부정적 여파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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