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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훈의 이야기力] 바닥 치는 자본시장 신뢰도, 과연 회복할 수 있을까? (上)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8.01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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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 시력, 청력, 근력, 정신력…. 사람이 지닌 힘의 종류는 많습니다. 여기서 잠깐, 그럼 여러분의 '이야기력'은 어떤가요? 이야기력은 '내가 지닌 이야기의 힘'을 뜻합니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쌓아왔고, 어떤 이야기를 꿈꾸며, 또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여지훈의 이야기力]은 “좋은 이야기가 좋은 세계를 만든다”는 믿음 아래, 차근하고도 꾸준히 좋은 이야기를 쌓고 나누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편집자 주>

이미 오래전부터 국내 공매도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 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져 온 가운데, 최근 한국투자증권을 필두로 일부 증권사의 공매도 호가 표시 위반 문제가 불거지며 공매도가 재차 여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앞서 차입 공매도 주문을 넣는 과정에서 공매도 표기를 한 뒤 주문을 넣어야 했음에도 직원의 실수로 이를 표기하지 않는 잘못을 범했다. 이에 해당 거래는 한국거래소에서 취합하는 공매도 거래 정보에 포함되지 않고 일반 매도주문으로 분류됐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이것이 단순히 절차상의 실수임을 거듭 강조했으나, 해당 증권사가 2017~2020년에 걸쳐 삼성전자 등 938개사의 주식 1억4089만주의 공매도 주문을 넣는 과정에서 이를 제대로 표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련 주식을 보유한 수많은 투자자의 공분을 사고 있다.

더구나 증권사의 이런 정보 오입력은 한국거래소에서 제공하는 공매도 통계에 대한 신뢰성을 근본적으로 저해하고, 그 정보에 기반한 공매도 법규 위반 사항 집행에도 큰 차질을 발생시킬 수 있음을 고려한다면, 한국투자증권이 이번 사건으로 부과받은 10억원(20% 감경받아 실제 납부분은 8억원)의 과태료가 과연 합당한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오래전부터 국내 공매도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 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져 온 가운데, 최근 한국투자증권을 필두로 일부 증권사의 공매도 호가 표시 위반 문제가 불거지며 공매도가 재차 여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미 오래전부터 국내 공매도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 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져 온 가운데, 최근 한국투자증권을 필두로 일부 증권사의 공매도 호가 표시 위반 문제가 불거지며 공매도가 재차 여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공매도에 관한 국내 여론이 가뜩이나 흉흉해진 시점에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대검찰청, 한국거래소 등 관련 기관들이 지난달 28일 합동회의를 개최, ‘불법 공매도 적발·처벌 강화 및 공매도 관련 제도 보완방안’을 발표하며 여론의 이목이 다시 한번 집중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신봉수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김근익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이 참석했으며, 회의 결과 공매도 제도개선과 관련된 여러 방안이 발표됐다.

그러나 불법 공매도에 대한 강경 대응을 요구한 대통령 지시까지 있어 내심 큰 기대를 불러 모은 이번 개선안의 대부분이 원론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데다 그 실효성마저 떨어져, 개인투자자들이 오랜 시간 직면해온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평이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금융당국은 불법 공매도 점검·적발을 강화하고, 적발 시 강력한 처벌을 즉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불법 공매도 점검·적발 시스템은 한국거래소가 공매도 법규 위반을 1차로 감시·적발하고, 금감원이 거래소가 통보한 사건을 심층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거래소가 금감원에 통보하는 공매도 법규 위반 건수는 최근 거래소 내 특별감리부를 신설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한 덕분에 2019년 5건에서 2020년 12건, 지난해 56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이 수치가 올해 80건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거래소와 금감원 내 불법 공매도 전담 인력이 아직 충분치 않은 데다, 점검 방법 역시 결제수량 부족계좌 점검 등으로 정형화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던 만큼, 현행 1부 2팀(모니터링팀, 감리팀) 13명으로 구성된 거래소 전담조직에 기획감리팀을 신설해 1부 3팀 17명으로 확대하고, 금감원에도 공매도 조사전담팀을 신설해 기존 공매도 조사전담반을 확대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또 앞으로는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 주가 추이, 공매도 비중 등을 복합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공매도를 악용한 불공정거래 개연성이 큰 부분을 선별해 조사 대상 종목으로 선정하고, 혐의점이 발견되는 즉시 기획조사에 착수한다. 더하여 공매도 기획감리를 정례화하고, 외국계 증권사의 공매도 주문 프로세스의 적정성과 무차입 공매도 위반 여부도 점검한다.

하지만 점검·적발 시스템만 강화한다고 능사는 아닐 터, 이에 남부지검 합동수사단을 중심으로 조사 초기 신속한 수사절차 전환과 적기에 강제수사가 가능토록 패스트트랙 절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규모 피해가 중대한 경우 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고액의 벌금도 부과한다. 또 몰수 및 추징 보전 절차 등을 통해 불법 공매도로 취득한 범죄수익을 환수하고 은닉재산을 박탈함으로써 피해복구에도 힘쓴다.

그러나 많은 독자가 이미 느꼈겠지만,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은 지극히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신속 대처’, ‘엄중 처벌’, ‘시스템 강화’, ‘조직 확대 개편’ 등의 말은 이미 지난 수년간 숱한 정치인과 관료들로부터 귀에 닳도록 들은 말이며, 그 말을 뒷받침할 구체적이고도 실효성 있는 방안이 부재할 경우 사실상 허울뿐인 말임을 국민 다수는 여실히 체감해왔다.

그렇다면 금융당국이 불법 공매도 외에 공매도 제도 자체의 개선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내용을 제시했는지도 살펴보자.

우선 현재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가 공매도를 하기 위해서는 대차계약을 통해 주식을 차입하는 절차부터 거쳐야 하는데, 이는 개인투자자가 공매도 시 이용하는 대주거래와는 차이가 있다. 대주거래의 경우 주식의 차입과 차입한 주식의 매도가 하나의 패키지처럼 묶여 있는 서비스로, 증권사가 요구하는 담보비율만 맞추면 그 즉시 거래가 가능하다.

반면,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증권사 등과 대차계약을 체결한 뒤에야 본인 계좌에 차입한 주식을 받게 되고, 다시 그 후에야 해당 주식을 매도할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절차는 일반적으로 국제증권대차표준계약서(GMSLA)에 따라 이뤄지며, 계약서에 명시되는 만기, 담보비율 등의 거래조건은 상호 간 합의로 규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러한 현행 제도의 문제점은 이들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가 90일 이상 장기 대차를 하더라도 이를 감시할 만한 별도의 모니터링이 행해지지 않는다는 것과, 금융당국에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 보고 시(상장주식 총수 대비 공매도 잔고가 0.01% 이상이면 의무보고) 상세 대차정보를 포함하지 않아도 된다는 데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을 통해 공매도 목적으로 대차 후 90일이 경과하면 금융당국에 보고할 것과,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 보고를 할 때 당일 시작 시의 대차잔고와 마감 시의 대차잔고 등 상세 대차정보를 포함하도록 의무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의심거래를 추출하고, 당일 순매도량이 대차잔고 증가분보다 큰 경우 점검 대상에 포함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지난해 9월 금융위가 발표한 ‘공매도 부분재개 이후(5.3일~9.17일) 개인투자자 공매도 동향 및 접근성 제고 방안’에 따르면,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공매도 평균 상환 기간은 각각 75.1일, 64.8일로, 상환 기간이 9.0일에 불과했던 개인보다야 훨씬 길었지만 90일을 넘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다시 말해 이번에 금융당국이 제시한 90일 이상 공매도 투자자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조치가 크게 의미 있진 않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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