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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훈의 이야기力] 공매도 대책, 또다시 눈 가리고 아웅? (中)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8.01 08:5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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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금융당국은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의 공매도를 일시 정지하는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를 확대한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여기에도 논란의 쟁점은 여전하다.

먼저 현행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의 경우 주가가 전일 종가 대비 5% 이상 하락하고,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율(직전 40 거래일간 평균 공매도 거래대금 대비 당일 공매도 거래대금)이 6배 이상 되는 등의 요건을 충족할 경우, 해당 종목에 대해 다음날 하루 동안 공매도 거래를 금지하게끔 돼 있다.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기준 개선안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기준 개선안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하지만 이러한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의 맹점은 하루 전체 거래 중 공매도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아무리 크더라도 위의 조건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과열종목으로 지정되지 않는다는 점과, 공매도 금지일 당일에 해당 종목의 주가 하락률이 아무리 크더라도 다음 영업일에는 버젓이 공매도가 재개된다는 점이다.

가령 현행 규정상 특정 종목의 하루 전체 거래 중 공매도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더라도, 해당 종목의 주가가 4.5% 정도만 하락하거나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율이 5배쯤만 증가했다면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되지 않는다. 또 설사 조건을 충족해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돼 다음 날 공매도 거래가 금지됐더라도, 금지일 당일 주가가 얼마나 하락했건 간에 그다음 날에는 여지없이 공매도가 재개된다.

이에 금융당국은 거래소 시행세칙 개정을 통해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요건을 대폭 낮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하루 거래대금에서 공매도 거래대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30% 이상이라면 주가 하락률이 3% 이상,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율이 2배만 넘더라도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된다.

아울러 공매도 금지일에 주가 하락률이 5% 이상이라면 공매도 금지 기간을 다음날까지 자동으로 연장하고, 이는 횟수 제한 없이 무제한으로 적용된다. 다시 말해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돼 다음 날 공매도 거래가 금지됐는데, 금지일 당일 주가 하락률이 5%를 넘는다면 그다음 날도 자동으로 공매도 거래가 금지되며, 다시 그다음 날 주가 하락률이 5%가 넘는다면 이러한 공매도 금지 조치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단 얘기다.

그러나 기자로서는 이 대목에서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금융위 관련 부처 담당자에게 “공매도를 통해 주가 하락을 주도하는 세력이 공매도 금지일에 금융당국이 기준으로 제시한 5%보다 낮게, 즉 4.7% 내지 4.5% 정도만 주가를 하락시킬 경우, 결국 제시된 기준을 근소한 차이로 피함으로써 그다음 날 다시 공매도가 재개되는 것 아니냐”고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금융위 관계자는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한두 세력이 주도할 만큼 소규모 시장도 아니고, 공매도 세력이 그렇게 교묘하게 임의로 주가를 조정할 수 있다고 생각되진 않는다”고 답했고, 이어 자신은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러나 이제는 주식매매에 치밀한 계산식에 근거한 인공지능(AI)까지 동원되는 판국에 당국 관계자의 대답은 안일하다 못해 현실과 지나치게 괴리됐다고 느껴질 정도로 위화감을 내포하고 있었고, 이렇게 느끼는 것은 다른 많은 개인투자자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다.

더구나 공매도가 무서운 것은 단순히 하루의 주가를 5% 미만으로 하락시키느냐, 5% 이상 하락시키느냐에 있는 게 아니라, 매도가 매도를 불러오고 공포가 공포를 불러오는 패닉셀(공포에 질린 투매)의 불씨로서 작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가령 공매도로 인해 오늘 하루 주가가 2% 남짓 하락했다고 하더라도 만약 해당 종목이 개인 신용거래융자 과다 종목이라고 한다면 향후 해당 종목의 주가는 약간의 하락만으로도 두 자릿수 폭락이 예사로 발생할 수 있다. 담보유지비율 미달 시 증권사가 개인투자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해당 주식을 헐값에 처분하는 반대매매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최근 제시한 공매도 제도 개선안에 대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 아니냐며 개인투자자들의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최근 제시한 공매도 제도 개선안에 대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 아니냐며 개인투자자들의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금융당국이 제시한 하루 전체 거래에서 공매도 비중이 30%가 넘으면 과열종목으로 지정한다는 대책 역시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코스피 공매도 거래 상위 50개 종목 중 그 어떤 종목도 공매도 비중이 30%를 넘지 않았다. 공매도 비중이 가장 컸던 SK바이오팜이 그나마 27.54%를 차지했고, 코스닥 시장에서도 가장 공매도 비중이 컸던 헬릭스미스가 20.69%를 기록했을 뿐이다.

날짜를 달리하면 공매도 비중이 30%를 넘는 종목들이 간간이 눈에 띄지만, 코스피, 코스닥 시장을 합해 전체 기업 수가 2400여개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 숫자가 극히 미미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이는 전 종목, 전 기간을 통틀어도 공매도 비중이 30%가 넘는 경우가 매우 희박하다는 뜻이며, 결국 공매도 비중 30% 기준을 적용해 공매도 과열종목을 지정하겠다는 금융당국의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 없는 것인지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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