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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훈의 이야기力] 반중 정서, 이유 없는 감정이 아니다 (上)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8.13 0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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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 시력, 청력, 근력, 정신력…. 사람이 지닌 힘의 종류는 많습니다. 여기서 잠깐, 그럼 여러분의 '이야기력'은 어떤가요? 이야기력은 '내가 지닌 이야기의 힘'을 뜻합니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쌓아왔고, 어떤 이야기를 꿈꾸며, 또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여지훈의 이야기力]은 “좋은 이야기가 좋은 세계를 만든다”는 믿음 아래, 차근하고도 꾸준히 좋은 이야기를 쌓고 나누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편집자 주>

일명 ‘사드(THAAD) 사태’

우리나라 국민들의 대중국 인식을 대폭 부정적으로 흐르게 한 시발점이 된 사건이다. 2016년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벌이며 한반도의 안전을 위협하자, 우리 정부는 국가 안보를 위해 주한미군을 통해 사드를 배치함으로써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고자 했는데, 이에 대해 중국이 크게 반발하며 각종 보복조치를 취한 일련의 사건이다.

사드는 ‘추진-중간-종말’로 구분되는 탄도미사일의 비행단계 중 목표물에 근접해 하강하는 종말 단계, 즉 미사일이 고(高)고도 대기권에 진입하는 시점부터 격추할 수 있는 미국 미사일 방어(MD)의 핵심 요격체계다.

사드(THAAD) [사진=미 육군/연합뉴스]
사드(THAAD) [사진=미 육군/연합뉴스]

당시 중국은 사드가 자국에 위협이 되고 동북아의 균형을 깬다고 반발했지만, 정작 중국 자신은 한반도는 물론 일본 전역까지 감시할 수 있는 레이더망을 구축하고 있음이 드러나면서 많은 비난을 받았다. 심지어 중국 외교부 부국장이 국내 기업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소국이 대국에 대항해서 되겠냐, 너희 정부가 사드 배치를 하면 단교 수준으로 엄청난 고통을 주겠다”는 협박성 발언을 내뱉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 국민의 대중 감정은 북한은 물론, 그동안 숙적처럼 여겨온 일본에 대한 감정 이상으로 나빠졌다.

실제로 우리나라와 미군이 2016년 7월 경북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확정한 이후부터 중국은 우리나라로의 자국 관광객 유입을 차단하고 국내 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억압하며, 한한령(중국 내 한류 금지령) 등 경제적 보복 조치를 가했는데, 이에 따라 국내 대중국 정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아산정책연구원이 지난 6월 8일 발표한 ‘South Koreans and Their Neighbors 2022(2022 한국인들과 그들의 이웃들)’을 보면 사드 사태 이후 중국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의 호감도가 확연히 떨어지기 시작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16년 중순까지만 해도 국가 호감도에서 중국은 10점 만점에 5점 부근을 유지했으나, 2017년에는 4점 밑으로 가파르게 떨어졌고, 급기야 2019년 말 중국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발해 전 세계에 대규모 인명·경제적 손해를 끼치면서 2020년에는 2점대까지 곤두박질쳤다.

2016년 8월까지만 해도 10점 만점에 4.47점을 받으며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북한 5개국 지도자 중 1위를 기록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호감도 역시 2017년을 기점으로 내림세를 타다가 2022년 5월 1.99점까지 떨어지며 순위 경쟁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5.89점)은 물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2.38점)보다 한참이나 뒤로 밀려났다.

국가 및 지도자 호감도 [사진=아산정책연구원 보고서 캡처]
국가 및 지도자 호감도 [사진=아산정책연구원 보고서 캡처]

한미·한중 관계에 대한 시각 역시 달라졌다. 한국 경제에 가장 중요한 국가가 어디냐는 질문에 2016년까지만 해도 응답자의 56.1%가 중국을, 31.9%가 미국을 꼽았는데, 이 수치는 2018년 역전돼 응답자의 52.6%가 미국, 33.9%가 중국이라고 대답했다. 이후 격차는 더욱 벌어져 올해에는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6명이 미국을 경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국가로 뽑았다. 우리나라 안보에 가장 중요한 국가가 어디냐는 물음에도 2016년엔 국민의 63.1%만이 미국이라고 답했는데, 이후 이 수치는 꾸준히 높아져 올해에는 81.6%가 미국을 꼽았다. 반면 중국이라고 답한 이들은 같은 기간 11.6%에서 5.4%로 크게 떨어졌다.

또 ‘미국과 중국의 경쟁 구도가 지속될 경우 한국은 어느 나라와 관계를 강화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는 2016년 미국과 중국이라고 답한 비율이 각각 59.5%, 32.6%를 차지했지만, 2017년부터는 그 격차가 급격히 커지면서 올해 기준 미국과 중국이라고 답한 이들의 비율은 각 85.5%, 9.9%를 기록했다. 다시 말해 국민 10명 중 9명은 미국과의 동맹을 더욱 중시한다는 얘기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러한 반중 정서가 연령대별로도 차이를 보였다는 점이다.

조사 결과, 우리나라 국민의 반중 정서는 나이가 낮을수록 강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한국리서치가 지난달 19일 발표한 ‘주요 5개국 호감도’에 따르면, 그동안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의 대외적 이미지가 극도로 나빠졌음에도 불구, 20~30대 사이에서는 한반도 주변 5개국 중 중국에 대한 정서가 최악을 기록했다. 러시아는 그다음으로, 특히 20대 사이에서는 최악인 중국과 2위인 러시아 간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응답자 특성별 주변국에 대한 감정온도 [사진=한국리서치 보고서 캡처]
응답자 특성별 주변국에 대한 감정온도 [사진=한국리서치 보고서 캡처]

우리나라 청년들은 왜 이토록 중국을 싫어하는 걸까? 주변 20~30대 청년들에게 그 이유를 들어봤다.

중국을 ‘극도로 싫어한다’고 답한 A(28)씨는 “중국은 항상 정치적인 문제나 국제적 이슈에서 시끄럽다”면서 “언제부턴가 우리나라가 점차 중국화 되는 모양새라 이 점에 대해서도 막연하게나마 우려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하지만 미세먼지, 코로나 등 질병이나 환경적인 이슈가 본격적으로 중국을 싫어하게 된 이유다. 이런 것들은 현재 우리 삶에 즉각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반감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중국을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답한 B(31)씨도 “과거 사드 배치 후 한한령을 보면서 중국이 좀생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런데 아직도 하는 행동을 보면 여전히 그런 것 같다”고 대답했다.

요즘 들어 중국에 대한 감정이 부쩍 나빠졌다고 답한 C(34)씨는 “우리나라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 표출과 역사 왜곡, 부끄러움 없는 문화 모방, 세계적으로 질타받는 국민성, 중국 국적의 조선족이 국내에서 벌이는 흉악 범죄 등으로 인해 중국을 싫어하는 감정이 더욱 커졌다”면서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편을 들거나, 북한 정권을 암묵적으로 후원하는 모습에서 전혀 신뢰를 느끼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에 대한 감정이 ‘그저 그렇다’는 D(59)씨는 “중국을 좋아하지도 나빠하지도 않는다. 애초에 중국에 대한 기대 자체가 크지 않다”고 답하며 젊은 세대에 비해 좀 더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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