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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훈의 이야기力] 떼려야 뗄 수 없는 중국, 싫어도 어쨌든 이웃 (中)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8.13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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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드 사태가 우리나라 국민의 대중국 호감도를 떨어뜨린 시발점이 되긴 했으나,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에 대한 중국의 왜곡 작업은 20년 전인 2002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국 정부는 우리나라 고대 삼국의 하나인 고구려를 독립된 국가가 아닌 중국의 지배를 받던 지방 정권이라고 주장하며 ‘동북공정’, 즉 현재의 동북 3성(헤이룽장성, 지린성, 랴오닝성)의 역사와 문화를 왜곡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는데, 이는 한반도와 관련된 역사를 중국 역사에 편입함으로써 혹여 한반도 통일 시 발생할 영토분쟁에 대비해 사전작업을 한 것이란 분석이다.

이후에도 중국의 역사·문화 왜곡 작업은 계속됐다. 몇 년 전부터는 우리나라 김치가 중국에서 기원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고, 중국의 역사 드라마에서는 우리나라 전통 의상인 한복을 마치 중국 의상인 양 묘사하는 장면이 종종 나오곤 했다. 심지어 지난 2월 개최된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서는 한복을 입은 여성이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든 소수민족 중 하나로 표현되면서 우리나라 국민의 공분을 샀다.

지난 2월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이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든 소수민족 중 하나로 표현됐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이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든 소수민족 중 하나로 표현됐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3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으로 끝난 제20대 대통령선거 과정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반중 정서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수준임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 2월 3일 열린 첫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실용 외교’를 내세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친미’를 전면에 내세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극명하게 대립했는데, 선거운동이 진행됨에 따라 국내 20~30대에 만연한 강력한 반중 정서에 부딪히자 이 후보 측에서도 점차 중국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급기야 이재명 후보는 “지구 화합의 장이어야 할 올림픽이 자칫 중국 동네잔치로 변질되고 있다는 아쉬움이 든다”, “동서 해역의 북한이나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강력히 단속해야 한다”, “불법 영해 침범인데 그런 건 격침해버려야 한다” 등 대중국 비판 수위를 차츰 높여갔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선거운동 시작부터 대중국 강경 노선을 드러내며 미국이 주도하는 다자간 협력체계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윤 후보는 미국, 인도, 일본, 호주 4개국이 참여하는 비공식 안보회의체 ‘쿼드’에 참여하고,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5개국이 참여하는 기밀정보 동맹체인 ‘파이브 아이즈’에 대한 협조 체계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또 민주주의와 법치, 국제규범과 같은 가치를 발전시키기 위해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미국과 광범위한 협력을 이어가겠다고도 말했다.

이러한 확고한 외교적 태도가 제20대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의 당선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정확히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 다만 박빙의 접전 끝에 일궈낸 윤 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당시 정치계에 갓 입문한 정치 초보였던 윤 후보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분명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그러나 이런 격화된 반중 정서에도 불구, 중국을 배제한 사고나 외교는 사실상 우리나라로서는 가능하지도 않고 현실적이지도 않다는 판단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정치·안보적 측면 모두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며, 국내 반중 정서가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감정에 치우친 외교는 도움은커녕 악수를 둘 여지만 키울 뿐이다. 이미 지난 정권에서 국내의 반일 정서를 자극하며 감정에 호소하는 외교를 펼친 바 있는데, 냉정한 이익 논리에 따라 영원한 우방도 적도 없는 국제 관계에서 그런 식의 극단적인 외교는 결코 국익을 위한 행동이라고 볼 수 없다.

외교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우리나라의 제1위 교역국으로서, 우리나라의 대중국 교역 규모(수출액과 수입액을 합친 금액)는 3015억달러(달러당 1200원 환율 기준 362조원)에 달했다. 이는 한중수교가 시작된 1992년 당시의 교역액 63억달러에서 무려 48배가 증가한 수치다.

대중국 주요 수출 품목으로는 집적회로 반도체, 석유와 역청류, 나프타, 레이저기기, 반도체 보울 및 웨이퍼 품목이 전체의 43%를 차지했고, 수입 품목으로는 집적회로 반도체, 전화기, 자동 자료처리기기, 축전지, 히드라진과 무기염 등이 29.1%를 차지했다.

투자와 기업 진출에서도 중국은 우리나라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대중국 투자액은 66.1억달러(8조원)로 누계 투자액은 총 824억달러(100조원)에 육박했고, 지난해 상반기 기준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 수도 총 2만8159개에 이르렀다. 또 이들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대한상공회의소, 무역협회,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이 중국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적게는 수 개에서 많게는 수십 개의 사무소를 설치 및 운영 중이었다.

한국은행 조사국 국제무역팀이 지난 6월 30일 작성한 ‘우리 경제 수입공급망 취약성 분석’에서도 비슷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 부존자원의 한계 등으로 인해 원자재·자본재의 수입 비중이 높고, 특히 주요 취약품목의 중국 의존도(29.1%)가 글로벌 수준(20.5%)을 크게 웃돌고 있어 중국 공급망 악화 시 공급망 안전성이 크게 훼손될 가능성이 있었다.

중국 수입 의존도 [사진=한국은행 보고서 캡처]
중국 수입 의존도 [사진=한국은행 보고서 캡처]

특히 희귀가스인 네온과 크립톤의 경우 지난해 기준 전체 수입 중 각 66.6%, 25.6%를 중국에서 수입했고, 자본재 중 반도체는 후공정이 끝난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기타 기계류의 경우에는 저가 범용제품 중심으로 중국 수입 의존도가 컸다. 구리, 알루미늄, 아연 등 주요 광물 역시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비중이 67%에 달해 이와 관련된 반도체, 이차전지 등 주요 산업도 유사시 공급망 취약성에 노출될 우려가 있었다.

더구나 중국이 기존 단순조립·가공 위주의 국가에서 중간재 제조 강국으로 탈바꿈함에 따라 우리나라 수입공급망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해서 커지는 추세다.

원자재와 반도체, 개인용컴퓨터(PC), 화공품 등 대부분 품목에서 대중국 수입 비중이 증가했는데, 그중에서도 연구개발(R&D) 집약도가 높은 고위, 중고위 기술품목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중저위, 중위 기술품목의 수입 비중은 감소하는 추세였고, 저위 기술품목의 수입 비중은 이미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한 지 오래였다. 또 배터리, 자동차 부품 등 다수의 품목이 2010년 수출특화(수출이 수입보다 많은 상태)에서 수입특화(수입이 수출보다 많은 상태) 구조로 전환하면서 대중국 무역수지가 2010년 대비 하락했다.

최근 관세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5월부터 적자로 전환된 대중국 무역수지는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왔다. 대중국 교역에서 적자를 기록한 건 극히 이례적인 일로, 14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한 1994년 8월 이후 처음이며, 2개월 연속 적자를 보인 것 역시 1992년 10월 이후 무려 30년 만이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원인으로는 최근 중국의 고강도 방역으로 인한 봉쇄조치로 중국 내 소비심리가 위축된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중국의 산업과 기술력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중국 내수 시장에서 기존 한국 제품이 중국 제품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국내 시장에서조차 저가의 중국 수입품이 확산하며 점유율을 늘려갔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코트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점유율은 25.3%, 수입점유율은 22.5%였던 반면, 10년 전인 2012년에는 해당 수치가 각각 24.5%, 15.5%였다. 이는 10년간 우리나라 수출품이 중국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정체되거나 소폭 감소한 데 반해, 중국 수출품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게 늘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처럼 우리나라 경제의 중국 의존도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또 지금까지 언급한 수입 측면에서뿐 아니라, 수출기업으로서도 인구 14억에 달하는 중국 시장은 결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화장품 제조·판매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한 대기업 관계자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최근 북미 등으로 시장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면서도 “사드, 한한령, 코로나 봉쇄조치 등 그동안 중국과 관련된 이슈가 정말 많았지만, 기업들로서는 중국 시장을 버리고 싶어도 버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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