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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홀 미팅’ 앞두고 13년 만의 환율 급등, 대체 무슨 일?

  • Editor. 류정운 기자
  • 입력 2022.08.2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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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류정운 기자] ‘~년 만에 처음’, ‘~년 만에 최고치’라는 말이 난무하는 요즘이다. 국내 소비자물가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가장 가파른 속도로 치솟고 있으며, 한국은행은 금리를 주요 정책 수단으로 채택한 1999년 7월 이후 최초로 지난달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그리고 이번엔 환율에서 또 한 번 기록이 경신됐다. 두 달 가까이 달러당 1300원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급격한 상승세와 더불어 22일 장중 달러당 1340원을 넘어선 것이다. 종가 기준으로도 달러당 1330원을 넘어섰고, 이는 2009년 4월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2009년 당시는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대내외적 여건이 극도로 악화되던 시기였다.

그렇다면 지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제롬 파월(왼쪽) 연준 의장이 2019년 8월 잭슨홀 미팅에 참석해 마크 카니 당시 영란은행(BOE) 총재와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제롬 파월(왼쪽) 연준 의장이 2019년 8월 잭슨홀 미팅에 참석해 마크 카니 당시 영란은행(BOE) 총재와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우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당분간 강경한 금리인상 기조를 고수할 것이란 시장의 예상이 환율 급등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전 세계 시장 참여자들의 이목은 미국 와이오밍주에 쏠려 있다. 오는 25일(현지시간)부터 27일까지 사흘에 걸쳐 진행되는 ‘잭슨홀 미팅’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잭슨홀 미팅은 미국 연방은행 중 하나인 캔자스시티 연방은행이 매년 8월 와이오밍주의 잭슨홀에서 개최하는 심포지엄이다. 해당 심포지엄에는 각국 중앙은행 총재와 재무장관, 학계 및 금융시장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해 중요한 정책 현안을 논의하지만, 회의 내용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는다. 다만 지금껏 이들 참석자가 기자들과 관련 내용을 나누고, 때때로 이것이 시장에 유의미한 시사점을 던져주거나 큰 변동성을 야기하곤 했다. 잭슨홀 미팅이 잡힌 탓에 미국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 회의는 8월에는 개최되지 않는다.

잭슨홀 미팅 기간 중 26일에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연설이 예정돼 있다. 시장은 파월 의장 발언이 내달 20일 열리는 FOMC 회의에서의 통화정책을 가늠할 주요 단서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시장 참여자 다수가 다음 달 미국 기준금리의 0.5~0.75%포인트 인상을 점치는 가운데, 파월 의장 또한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강한 의지를 내비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10일 찰스 에반스 미국 시카고 연은 총재는 아이오와주 드레이크 대학에서 열린 행사에서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높다”며 “기준금리를 연말 3.25~3.50%, 이듬해 말 3.75%~4.00%까지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 수준을 고려할 때 에반스 총재의 발언은 평소 비둘기파(온건한 통화정책 선호 성향)로 알려진 그의 성향과 달리 다소 매파적(긴축적 통화정책 선호 성향)이란 평이다.

미국 경제 전문 매체 CNBC 역시 이번에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 주요 인사들이 시장의 예상보다 높은 금리가 더 오랫동안 지속하기를 원한다고 밝히고, 이것이 금융시장의 불안을 증폭하고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연준의 매파적 기조 유지를 점치는 건 이들뿐만이 아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인 퍼시픽 인베스트먼트 매니저먼트(PIMCO)의 토니 크레센지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연준이 물가 오름세가 완전히 멈출 때까지 금리인상을 지속하는 공격적인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으며,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웨이 리 수석 투자전략가도 최근 금융시장이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반영했다면서, 향후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나서긴 하겠으나 시장의 예상만큼 공격적이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인상에 대한 연준의 강력한 매파 기조는 자연히 세계 경기둔화와 경기침체 우려와 맞닿아 있다.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대만을 사이에 둔 미·중 간 갈등 고조 등 대외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급격히 진행되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달 말에는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이 독일로 이어지는 천연가스관 노드스트림을 통해 공급하던 유럽행 천연가스량을 최대 용량의 20% 수준으로 축소한 데 이어, 최근에는 시설 정비를 이유로 이달 31일부터 내달 2일까지 사흘간 노드스트림을 폐쇄한다고 발표하며 에너지 가격에 또다시 부채질하고 있다. 이에 머잖아 다가올 겨울을 앞두고 러시아 가스 최대 수입국인 독일을 위시한 유럽 국가들의 에너지 대란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는 상황이다.

대만을 사이에 둔 미·중 갈등 역시 이에 못지않게 대외적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다. 이달 초 중국의 경고에도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대만 방문을 강행해 세계적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와의 공조를 논의했는데, 최근 중국의 기술 굴기에 맞서 미국의 총체적인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반도체·과학법(The CHIPS and Science Act)’이 미국 의회를 통과함에 따라 양국 간 갈등은 점차 격화되는 분위기다.

두 달 가까이 달러당 1300원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급격한 상승세와 더불어 22일 장중 달러당 1340원을 넘어섰다. [사진=데일리FX 제공]
두 달 가까이 달러당 1300원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급격한 상승세와 더불어 22일 장중 달러당 1340원을 넘어섰다. [사진=데일리FX 제공]

이처럼 대외적 정세가 급박히 돌아가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금리 역전이라는 원론적이면서도 중대한 이슈를 맞이하며 또 한 번 몸살을 앓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2.25%로, 범위로 제시되는 미국의 기준금리 2.25~2.50%의 하단과 일치한다. 다시 말해 금리만 놓고 봤을 때, 투자자들에게는 그 매력도가 미국보다 떨어진다는 얘기다.

경제적·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투자자들은 여전히 세계 초강대국의 지위를 누리는 미국으로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으며, 이는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달러 수요를 자연히 부추기게 된다. 하물며 아직 신흥국의 허물을 완전히 벗지 못한 우리나라와 미국 간 금리 간 차이가 발생한다면 기존 국내에 머물러 있던 외국 자본의 국외 이탈 가능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당분간 미국 연준이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달리, 한국은행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뒤쫓는 모양새인지라 양국 간 금리 차는 향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수십 수백조를 운용하는 세계적인 투자자들에게는 0.5%포인트 금리 차이조차 막대한 수익률 차이를 야기하기 때문에, 구태여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감수하며 우리나라에 남을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현재의 기록적인 환율 급등은 이처럼 여러 악재가 겹겹이 쌓이면서 초래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좋아 긴축을 지속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고, 이에 연준은 꾸준히 0.5%포인트나 0.75%포인트의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는 현재의 긴축 기조에서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최근 원·달러 환율이 2거래일 연속 고점을 경신한 것은 앞으로 전개될 경기둔화와 연준의 속도 조절을 미리 짐작하다가 황급히 긴축 기조를 반영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어 “이번 주 열리는 잭슨홀 미팅에서도 파월과 주요 연준 인사들이 물가의 추세적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 강한 긴축 스탠스의 타당함을 주장할 것”이라면서 “여기에 유럽의 에너지 가격 상승과 대내외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경기 하방 압력, 중국 경기에 대한 우려와 위안화 약세로 인한 원화 부담 가중으로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잭슨홀 미팅과 같은 중요 이벤트를 며칠 앞둔 경우, 증시 변동성은 종종 평소보다 커지곤 한다. 더구나 현재와 같이 여러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겹친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까닭에 전날 미국 증시 역시 현재 시장에 만연한 우려를 어느 정도 반영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22일 미국 증시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91% 하락한 3만3063.6으로 마감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 역시 각각 전장보다 2.14%, 2.55% 급락한 4137.99, 1만2381.6으로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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