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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초유의 4연속 기준금리 인상과 '스탑 앤 홀드'의 꼬리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08.2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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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스탑 앤 고(stop and go)’냐, ‘스탑 앤 홀드(stop and hold)’냐.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상승)에 맞서 글로벌 통화긴축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25~27일(현지시간) 미 와이오밍주 피서지에서 열리는 국제경제심포지엄 ‘잭슨홀 미팅’을 통해 긴축에 대한 어떤 방향성을 제시할지가 최근 국제금융시장에서 초미의 관심사다.

3년 전, 바로 이 연례 회의 자리에서 “연준의 역대 세 시기 중 1950~1982년을 '스탑 앤 고' 정책으로 빠른 성장을 촉진했지만 궁극적으로 인플레이션이 급증한 시기”라고 냉정히 평가했던 그가 40년 만에 최악으로 치달은 고물가 시대에 공격적인 긴축 기조를 확인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인 핌코의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토니 크레센지는 최근 CNBC방송을 통해 “Fed는 스탑 앤 홀드 긴축(tightening)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상 초유의 4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 배경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상 초유의 4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 배경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70년대 세 차례 사이클의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렸다가 다시 경기를 방어하기 위해 내렸던 ‘가다 서다’식 긴축-완화 정책 대신 금리를 올려놓고 당분간 유지하는 긴축 기조를 강조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해 이맘때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오판했던 그가 경기를 희생시켜서라도 물가부터 잡겠다며 계단식으로 인상폭을 끌어올리며 고강도 긴축스텝을 밟아왔다는 점에서 잭슨홀의 경제전망 연설 메시지에는 이같은 뉘앙스가 녹아들 것으로 보인다.

고물가 속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물가와 성장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이는 이 포럼에서도 파월의 긴축행보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것이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잭슨홀 미팅에 합류하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통화정책 방향도 ‘스탑 앤 홀드’의 물가 선결론에 맞춰졌다. 연준의 ‘스탑 앤 고‘ 실패론을 바탕으로 한은 사상 최초의 4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다. 고물가가 오래가면 계속해서 물가 중심으로 정책 대응할 것이라는 매파(긴축선호)적 기조가 뚜렷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5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2.25%인 기준금리를 2.50%로 0.25%포인트(p) 인상하기로 만장일치 결정했다. 금통위는 지난해 8월부터 9차례 금통위 회의를 통해 이번까지 기준금리를 7차례, 총 2.0%p 인상하면서 2014년 8월 이후 8년 만에 연 2.5%까지 올라섰다. 올해는 4, 5, 6월 0.25%씩 인상한 뒤 지난달에는 사상 첫 빅스텝(0.5%p 인상)까지 밟으며 글로벌 긴축 기조에 대응했다. 1년 사이 인상폭이 2%p나 됐는데, 이 총재 취임 후로도 3연속 인상으로 1%p가 오르는 등 한은의 긴축 드라이브로 전례 없이 가파른 금리인상기를 맞고 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국내 경기의 하방 위험이 커지고 대내외 여건의 높은 불확실성이 상존하지만, 물가가 목표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기준금리 인상 배경과 지속적인 긴축 의지를 밝혔다.

이번 인상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째(6,7월) 6%대, 향후 1년간 예상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기대인플레이션 역시 두 달째(7,8월) 4%로 최고 수준을 보이는 물가 상승세를 억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아울러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행보에 따른 한·미 금리역전 현상을 완화해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과 원화 약세, 환율 변화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 등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인상에 따라 일단 한국(2.50%)과 미국(2.25∼2.50%)의 기준금리 상단은 같아졌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 전망을 통해 공식적으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4년 만에 가장 높은 연간 5.2%로 올려잡았다. 금통위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낮아질 수 있겠지만, 근원물가(에너지·식료품 제외)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상당 기간 5∼6%대의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이라며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 전망치(4.5%·근원물가 2.9%)를 크게 상회하는 5.2%, 3.7%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2.6%로 0.1%p 낮췄다.

성장보다 물가에 중점을 두겠다는 통화당국의 의지가 재확인됐지만 고물가 고착화 우려로 긴축기조는 예상보다 깊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총재는 금통위 회의 뒤 기자간담회에서 경제가 연착륙하면서도 물가 안정화가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 외부충격과 관련지은 대응을 강조했다. 그는 “한은은 정부로부터는 굉장히 독립적이라고 보지만 연준으로부터는 독립적이지 않다고 한 금통위원이 말한 바 있는데, 실제로 외부충격을 한은이 통제할 수는 없고 대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연착륙 가능성에 대해선 말할 수 없다”면서 “다만 현재는 외부충격이 없을 때 임금과 물가가 서로 끌어올리는 상호작용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도 물가가 높게 지속되면 금리인상 기조는 계속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총재는 “최근 두 달 동안 국제 유가가 상당 폭 하락한 영향으로 물가 정점은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내년 초까지는 5%대의 높은 상승률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물가 정점과는 상관없이 당분간은 물가를 중심으로 한 통화정책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장이 다시 불확실성을 높이는 매파적 스탠스라고 해석하는 대목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채권분석 애널리스트는 ”이 총재가 가장 많이 쓴 단어는 ‘물가안정’ 그리고 ‘당분간’“이라고 짚으며 ”올해 하반기 5~6%대 물가수준이 유지되고 내년 상반기에도 물가부담이 큰 점은 인정하나 여기에는 한은도 장담할 수 없는 불확실성에 대해 인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한은의 금리인상이 올해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는데 불확실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임재균 KB증권 채권 애널리스트는 ”한은 총재의 경기와 물가에 대한 발언을 보면 2023년 금리인상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고 판단한다“며 ”원화 약세가 국내 요인에 한정된 것은 아니라고 언급했지만, 원화 약세로 인한 소비자물가 상승 및 자본 유출 대응, 그리고 연준의 매파적 스탠스로 최종 기준금리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졌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의 올해와 내년의 소비자물가, 근원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자료=SK증권 제공]
한국은행의 올해와 내년의 소비자물가, 근원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자료=SK증권 제공]

최근 원·달러 환율이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인 1340원까지 돌파하면서 원화 가치가 급락한 것에 대응한 금리인상이라는 시각에 대해 이 총재는 환율 변동성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최근 원화가 약세인 것은 사실이다. 이는 이번 주 열리는 미국 잭슨홀 회의에서 파월 연준 의장이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 겨울을 맞은 유럽의 에너지 가격이 어떻게 될지 등에 대한 불확실성에 따른 것“이라며 ”최근 환율 변동성이 추세로 자리 잡았다고 보고 이번 결정에 반영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이번 기준금리 인상이 환율 상승을 제어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한은이 환율 상승을 우려하는 이유를 명확히 짚었다. 이 총재는 ”환율 수준 자체 때문이 아니라 수입 가격이 오르는 데 따른 물가상승, 수입 기업의 부담 증가 등과 같은 가격 변수 때문“이라며 ”우리나라 통화 가치만 절하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외환보유고나 국가 신용도를 우려하는 상황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당분간 물가상승률이 5%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므로 7월에 말한 대로 0.25%포인트씩 인상하는 기조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듯이 이 총재의 물가 전망은 ‘당분간’에 맞춰졌지만 ‘긴축의 꼬리’는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

신얼 SK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긴축 스탠스에 독립적이기는 어렵다. 3개월 이후의 경제지표 및 국제 정세발 변동성 요인을 재검검할 필요성을 강조했다“면서 ”긴축 정책의 지속 기간이 보다 길어질 가능성 또한 확인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오는 10월과 11월 금통위의 25bp(0.25%p)씩 금리 인상을 통해 올해 말 한은 기준금리는 3.00%로 상향 조정될 것으로 수정 전망한다“는 그의 관측처럼 시장에서는 내년 금리인상 가능성까지 무게를 둔 긴축 예상 눈높이의 조정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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