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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절없이 무너진 환율 저항선...무역적자·유로화·위안화와 맞물린 '폭주'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08.2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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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다시 ‘달러화 랠리’에 원·달러 환율이 폭주했다. 경제 위기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던 ‘빅피겨’ 1300원을 뚫은 지 60일 만에 장중 1340원까지 넘어섰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6월 23일 1300원을 돌파한 뒤 지난달 6일 1310원, 15일 1320원을 차례로 깨며 연고점을 높여오더니 22일 1330원 돌파에 이어 장중엔 1340원마저 넘어섰다. 속절없이 저항선들이 무너지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원화가치 하락 기조가 최고조에 달한 것이다.

주요 6가지 통화 대비 달러 가치인 달러인덱스도 108대로 다시 치솟으면서 ‘킹달러’ 위세가 더 높아지는 모양새다.

이달초만해도 1300원 안팎으로 다소 안정 기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매파(긴축선호)적 의지가 부각되면서 다시 꿈틀대고 있다. 하루에 1330원, 1340원의 심리적 허들을 연쇄적으로 돌파한 데는 대외적으로 유로존·중국 경기 둔화 우려와 대내적으로는 한국의 무역적자 폭이 커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 네 번째로 1300원선을 넘어선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 하락은 당분간 지속돼 올 4분기 1380원선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원·달러 환율이 13년 4개월 만에 장중 1340원선까지 넘어선 2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13년 4개월 만에 장중 1340원선까지 넘어선 2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9.6원 급등한 달러당 1335.5원에 개장해 13.9원 오른 1339.8원에 거래를 마쳤다. 오후 들어서는 장중 1340원선까지 넘어서며 급등세가 확대돼 연고점(1326.7원)을 한 달여 만에 갈아치웠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4월 29일(고가 기준 1357.5원) 이후 13년 4개월 만에 1350원선까지 넘보는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이제 이전 고점은 엔저 여파와 닷컴 버블 붕괴로 외환시장이 요동쳤던 2001년 4월의 1365원이다.

환율 불안을 다시 부추긴 대내적인 요인은 무역수지다. 이날 공개된 관세청 집계에서 이달 1~20일 무역적자 폭이 100억달러를 넘었다는 소식에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가 급락한 것이다.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34억24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했지만 수입액은 436억4100만달러로 22.1% 급증한 결과, 1~20일 무역수지는 102억17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적자폭(35억7900만달러)은 물론 이달 1∼10일 적자 규모(76억7700만달러)보다 커졌다. 한국의 핵심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출액이 1년 전보다 7.5% 감소한 반면 주요 수입원인 원유(54%), 반도체(24%), 가스(80%), 석탄(143%), 승용차(44%) 등의 수입액이 급증했다.

이달까지 역조 기조가 이어진다면 2007년 12월∼2008년 4월 이후 14년여 만에 처음 5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지난 20일까지 올해 누적 무역적자는 254억7000만달러로 역대 최대 적자 기록(1996년 206억달러)를 올해 넘어설 공산이 매우 커졌고, 심지어는 300억달러 돌파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미 연준의 긴축 행보와 중국과 유럽의 경기 둔화에 따른 위안화, 유로화의 약세 등은 우리나라 무역수지 악화뿐만 아니라 고환율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이날 ‘달러·원 연고점 경신, 하락보다 추가 상승에 무게’라는 제목의 매크로(거시경제) 분석에서 원·달러 환율이 역외시장에서부터 1330원을 상회하며 연고점을 경신한 것에 대해 “미국 긴축 우려와 유럽 에너지난, 중국 부동산시장 냉각 우려 등이 환율 상승의 배경”이라며 “두 가지 모두 길게는 지난해부터, 짧게 봐도 올해 이후 계속된 것이나 최근 재부각되며 달러 강세와 원·달러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다음달 20~21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 미국 통화정책 관련 경계감이 이어질 것이란 점에서 당장 원·달러 환율의 하락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한국의 무역수지와 원·달러 환율 및 원화가치 상관계수 추이. [자료=NH투자증권 제공] 
한국의 무역수지와 원·달러 환율 및 원화가치 상관계수 추이. [자료=NH투자증권 제공] 

한국의 무역수지가 개선돼도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무역적자 폭 축소 가능성은 향후 원·달러 환율 상승 속도를 둔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는 있지만 원화의 유의미한 강세 전환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한국 무역수지 적자폭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졌으나 주요국 수요 둔화가 수출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동시에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원·달러 환율은 수입과 수출이 동반 위축시 무역수지가 흑자를 기록할 경우에도 상승하는 패턴을 보여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원·달러 환율이 하락 기조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 중국의 부동산가격 상승 전환 등이 필요하며, 이는 연말 이후가 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고 전망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도 ‘하반기 원화 약세 지속 전망’ 보고서를 통해 “대내적으로는 부진한 경상 수급이 원화 약세를 뒷받침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무역수지와 원화 가치 상관계수는 0.95으로 코로나19 이전의 0.88보다 높은 수준이다.

유로존 경기 침체가 한국의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2012년 재정위기 당시 유로존 경기가 침체된 영향이 G2(미국·중국) 경기 둔화로 이어지면서 글로벌 교역량이 급감한 사례에 주목했다. 그는 “이런 영향으로 2012~2013년 한국 수출도 마이너스를 지속하는 등 한국 경기도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이번 경기 침체도 2012년과 유사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올해 상반기 유로존 경기 둔화와 중국 경기 부진이 겹치면서 글로벌 교역량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 한국 수출의 부진은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로존 재정위기 때 2012년을 시작으로 ‘리스크 오프(위험 회피)’가 점차 강해지면서 미 달러화는 강세가 장기간 지속됐다. 당시 원·달러 환율도 1050원에서 1200원까지 급등했는데, 이번엔 경기 침체뿐만 아니라 물가에 대한 상방압력도 상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전자산으로서 가치가 더욱 올라간 달러화가 이례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는 “유로존 경기 침체의 초입이라는 점에서 하반기로 갈수록 약해지는 한국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 리스크 오프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원·달러 환율의 상방 압력은 강해질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원·달러 환율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올해 원·달러 환율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원화 약세의 또 다른 대외적인 요인은 중국발 이슈를 꼽을 수 있다. 권 연구원은 “8월 중순 이후 중국 실물지표 부진에 따른 경기 둔화, 위안화 약세 압력이 원화의 추가 약세를 자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역외 달러·위안 환율은 이날 6.84위안 가까이 올라 코로바19 방역 빗장을 채운 상하이 등 대도시 봉쇄로 경기 둔화 우려가 높아지던 지난 5월의 고점을 웃돌 정도로 위안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40원까지 돌파한 이날 오후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사실상 기준금리인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3.70%에서 3.65%로 7개월 만에 인하해 위안화 약세가 뚜렷해지면서 원화 가치 하락 압력은 추가로 더 커졌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외환시장에서 원화와 동조화가 강한 통화로 분류되는 위안화의 약세와 맞물린 환율 변동성 확대를 경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는 “5월에도 중국 코로나19 봉쇄에 따른 위안화 약세는 원·달러 환율의 레벨이 상승한 배경이었다”고 짚으면서 위안화 약세폭 확대로 인한 원화가치의 추가 하락 압력이 커질 가능성에 알람을 울린 것이다. 지난 3월말 이후 '달러화 강세-원화 약세' 전망을 유지하면서 올 4분기 원·달러 환율 상단을 1380원 수준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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