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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적자 지속론과 고유가 시기의 산업경쟁력 변화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09.0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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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한국 산업의 경쟁력인 무역수지의 적자가 지난달 사상 최대인 100억달러에 육박하면서 연간 역대 최다 적자 기록을 불과 8개월 만에 경신함에 따라 대외건전성 종합적 지표인 경상수지마저 흔들리고 있다.

직전 국제유가 상승기인 2011~2013년에도 경상수지는 물론 무역수지가 견조한 흑자 기조를 이어가며 한국 경제의 탄탄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확인시켰지만 올해 유가 급등기에는 무역전선부터 버텨낼 무기가 떨어진 탓에 무역수지가 8월에 95억7000만달러로 무역통계 작성 66년 만에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5개월 연속 무역적자의 늪에 빠져 8월까지의 누적적자는 247억달러로 종전 연간 최다기록(1996년 206억달러)까지 넘어섰다. 이같은 추세라면 연간 무역적자는 500억달러까지 육박할 것이라는 불안한 예측까지 나오면서 무역수지에 무역외수지를 합친 경상수지의 축소도 불가피해지고 있다.

이같은 무역전선의 먹구름은 당분간 걷히지는 않겠지만 경상수지는 흑자를 지켜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당분간 무역수지는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둔화의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수출 둔화·수입 증가에 따른 적자 흐름이 불가피하다“는 게 한국은행의 진단이다.

한국은행은 6일 ‘BOK이슈노트’에 담아 발표한 ‘최근 무역수지 적자 원인 및 지속가능성 점검’ 보고서에서 ”금융위기 이후 안정적 흑자기조를 유지하던 무역수지는 올해 들어 원자재가격 상승 등에 따라 적자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며 ”최근 무역수지 악화는 원자재가격 급등에 따른 비(非)자원국의 공통적 현상이나 올해 적자 규모가 과거 원자재가격 상승기보다 이례적으로 큰 상황“이라고 짚었다.

한은 조사국 국제무역팀은 보고서를 통해 경기적·구조적 측면에서 무역적자의 원인 분석에 포커스를 맞췄다.

우선 경기적 측면에서 최근 무역적자는 대부분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수입 급증으로 커졌으며, 중국 등의 경기둔화에 따른 수출둔화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수지 변동 기여도를 수출입 단가요인과 물량요인으로 나눠보면 올해 8월까지의 무역수지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54억달러 감소했는데, 단가요인으로 472억달러나 줄어들었다.

단가 면에서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는 867억달러이지만, 수출 단가 상승에 따른 무역수지 개선 폭은 395억달러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특히 에너지·석유제품(정유)의 단가요인(-353억달러)은 올해 무역수지 감소폭의 78%까지 차지해 영향이 컸다.

물량 요인으로는 수출의 개선 폭(165억달러)보다 수입의 악화 규모(-147억달러)가 더 커 18억달러 개선에 그쳤다.

지역별로 볼 때 대(對)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단가요인으로, 대 중국은 수출 둔화·수입확대라는 물량요인에 따라 악화돼 30년 전 한중수교 이후 최장 4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293억달러 흑자를 보인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단가요인(-70억달러)과 물량요인(-86억달러)이 균형을 이루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을 156억달러까지 낮출 수 있었지만, 올해는 단가요인이 워낙 악화돼 적자 폭이 1년 전보다 3배가량 커진 것이다.

과거 위기상황에서는 단가의 악화를 물량 개선으로 극복한 사례가 많았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단가 악화(-412억달러)를 물량 개선(+133억달러)으로 일부 만회하고, 유럽 재정위기 시기인 2011년에도 단가 악화(-444억달러)를 물량 개선(+340억달러)으로 메울 수 있었다.

구조적 측면에서 분석해 볼 때 수출구조에서는 LCD·선박·자동차 등 일부 주력품목의 수출둔화가 지속되고 해외생산이 확대된 것이, 수입구조에서는 중간재·자본재 수입수요가 확대된 것 등이 무역수지 약화 요인으로 일부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무엇보다 과거 고유가 시기에 한국 수출을 지탱해줬던 전략 품목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예전으로 회귀하기 어렵다는 예상도 나왔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첫달만 빼고 2011~2013년 내내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던 유가 상승기에도 에너지·광물 분야에서는 1647억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냈다. 당시 반도체(195억달러)와 무선통신(199억달러), 디스플레이(305억달러), 자동차(613억달러), 선박(403억달러) 등에서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한 덕에 무역흑자 기조가 이어질 수 있었다.

올해 상황은 확연히 다르다. 에너지·광물의 무역수지 적자는 2052억달러로 급증했지만 무선통신(26억달러), 디스플레이(174억달러), 선박(147억달러) 등의 전략 품목의 흑자 규모가 대폭 줄어들어든 탓에 무역적자를 충분히 메워주지 못하고 있다.

보고서는 “자동차·반도체·스마트폰 등 주력품목의 해외생산 확대도 무역수지의 지속적인 약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중장기적 관점에서 무역수지가 흑자 기조로 복귀하더라도 해외생산 확대, 중간재 수입의존도 심화 등 국내 수출입 구조 변화뿐만 아니라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 및 자급률 제고 등의 영향으로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수출입 단가와 물량의 무역수지 기여도 [자료=한국은행 보고서 캡처]
수출입 단가와 물량의 무역수지 기여도 [자료=한국은행 보고서 캡처]

올해 무역적자 폭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변수는 국제유가, 원자재 가격이 꼽힌다. 보고서는 “원자재 가격이 안정될 경우 무역수지도 개선될 수 있다”고 밖혔다. 국제유가의 경우 연평균으로 10달러 떨어지면 무역수지는 직접적으로 연간 90억달러 안팎으로 개선 효과가 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은 해외로부터 벌어들인 이익을 포괄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무역수지뿐만 아니라 경상수지를 함께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보고서도 “우리기업들의 해외생산 확대로 가공‧중계무역 등이 꾸준히 증가하고 해외투자로부터 벌어들이는 이자·배당 관련 수지도 흑자 규모가 확대되면서 무역수지는 적자이지만 경상수지는 흑자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상수지는 무역적자 지속에도 불구하고 무통관수출 증가, 본원소득수지 흑자 등으로 연간 흑자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지난달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상흑자 전망치를 지난 5월 500억달러에서 370억달러로 4분의1가량 낮췄다. 내년 흑자 전망은 540억달러에서 340억달러로 더 내렸다.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 누적 흑자는 247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9억7000만달러나 줄어들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2017년(-230억2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감소 폭이다.

보고서는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글로벌 교역 여건상 주력산업의 해외생산 확대가 불가피하더라도, 투자 여건 개선과 혁신 생태계 조성 등을 통해 국내 기반 제조업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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