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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수지마저 적자 전환...‘해외발 K수출’이 버텨준다면?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09.0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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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국제 원자재 등 수입 가격 상승으로 7월 상품수지가 10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서면서 경상수지 흑자 폭이 역대 두 번째로 큰 감소세를 보였다. 경상수지가 석 달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지만 상품수지 악화 흐름으로 볼 때 역대 최대 무역적자(94억7000만달러)를 기록한 8월 통계에서는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어 한국은행의 연간 수정 전망치인 370억달러 흑자 달성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7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7월 경상수지는 10억9000만달러(1조50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베트남 북부 박닌 성에 있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갤럭시S 시리즈를 조립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연합뉴스]
베트남 북부 박닌 성에 있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갤럭시S 시리즈를 조립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연합뉴스]

국가 간 상품, 서비스의 수출입과 함께 자본, 노동 등 모든 경제적 거래를 총망라해 대외 신인도 지표로 활용되는 경상수지는 지난 3월까지 23개월 연속 흑자가도를 달려오다가 4월 국제유가·수입가격 급등 영향에다 외국인 배당이 겹치면서 2년 만에 적자(-8억달러)를 냈지만 5월(38억6000만달러), 6월(56억1000만달러)에 이어 3개월째 흑자기조를 이어갔다. 다만 7월 흑자 폭은 올해 들어 가장 낮았던 1월(19억2000만달러)보다도 더 쪼그라든 규모다.

전년 동월 대비로 7월 흑자 폭은 86.8%(66억2000만달러)나 줄어들어 2011년 5월(-79억달러) 이후 11년 2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역대 두 번째로 큰 폭이다.

7월까지 올해 누적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58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494억6000만달러)에 비해서는 반토막 난 수준이다.

경상수지는 4가지 수지로 구성되는데 여행·운송 등 서비스수지는 운송수지 호조(+3억6000만달러)로 1년 전 2억8000만달러 적자에서 3억4000만달러 흑자로 전환했다. 이자나 배당·임금 등을 포함한 본원소득수지의 흑자 폭은 1년 전 28억4000만달러에서 22억7000만달러로 축소됐다. 이전소득수지는 3억4000만달러 적자였다.

경상수지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는 67억3000만달러 감소하면서 11억8000만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상품수지의 마이너스 전환은 2012년 4월(-3억3000만달러) 이후 10년 3개월 만이다.

하반기를 시작하면서 악화된 상품수지는 지난달 100억달러에 육박하는 무역적자로 5개월째 적자 늪에 빠져 있는 무역수지 상황과 맞물려 경상수지 기상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상품수지와 무역수지는 서비스나 자본거래를 제외하고 상품에 국한해 수출·수입액 격차를 따진다는 면에서 성격이 같지만 통계를 내는 주체와 방식에서 다르다. 올해 1~7월 누적 기준으로 상품수지가 188억3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한 반면 무역수지는 150억2500만달러 적자로 정반대 실적을 보인 이유는 집계기준 차이에서 비롯된다.

상품수지는 자금의 흐름, 무역수지는 재화의 흐름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서 각각 한국은행과 관세청이 매월 집계해 발표한다. 상품수지가 상품 수출입 거래 과정에서 소유권 이전, 즉 오고간 대금에 초점을 맞춘다면 무역수지는 관세청 통관 기준으로 상품이 우리 국경을 오고갔는지를 따진다.

우리나라 기업이라도 해외 생산기지에서 만들어 현지나 3국으로 수출하는 상품은 우리 국경을 넘어 나간 것이 아니기에 무역수지에는 반영되지 않지만, 상품수지로 보면 수출에 따른 자금이 기업에 환류되기에 수출액에 담긴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베트남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중국에 수출한 것에 대해 국내 무역수지에는 반영되지 않고 상품수지에만 포함된다. 지난해 기준 베트남 총수출의 20% 비중을 차지한 최대투자기업 삼성전자의 베트남산 제품 수출액은 베트남 무역수지에 잡히고 한국 상품수지에 반영되는 것이다.

이렇게 한국 기업의 해외 공장 생산을 통한 3국 수출, 즉 중계무역 수출액이 사실상 상품수지와 무역수지의 편차를 설명해주는 셈이다. 이는 한국은행이 2014년 새로운 국제수지 작성기준(BPM6)을 채택, 다양한 방식의 수출입 거래를 단순한 국경 통과가 아닌 소유권 이전 기준에 맞춰 통계를 잡기 시작하면서 가능해졌다. 갈수록 높아지는 보호무역주의의 장벽을 넘고 비용 효율화를 위해 수출 전략 다변화 차원에서 해외 생산기지를 넓히고 있는 한국 산업구조의 변화에 맞춰 ’중계무역 순수출‘이라는 지표로 국경 밖의 한국수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해외 현지에서 원자재를 조달해 만든 상품을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현지 또는 3국에 파는 중계무역의 수출은 확대되는 추세다. 그만큼 경상수지 흑자에 대한 기여도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청에 따르면 중계무역 순수출은 2019년 159억달러부터 2020년 195억달러, 지난해 221억달러 등 매년 최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경상수지에서 차지히는 비중도 같은 기간 25% 이상을 상회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119억달러로 경상수지 흑자액(247억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8%까지 높아졌다. 지난해 상반기의 비중(23%)보다 배 이상 높아졌다. 올해 국내발 수출 전선에서 구멍 난 부분을 해외발 생산·수출로 메운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제조업 해외 생산액과 비중 추이 [자료=한국은행 제공]
한국 제조업 해외 생산액과 비중 추이 [자료=한국은행 제공]

올해 들어 거세게 밀려든 국제유가·원자재 가격 급등, 환율 상승에 따른 복합 파고를 적자 기조의 무역수지로는 버터내기 힘든 상황에서 한국의 경제체력을 해외발 수출이 지탱해준 셈이다.

한국은행도 전날 무역수지 적자 원인 분석 보고서에서 “제조업 해외생산(매출 기준)은 2010년 2150억달러에서 2019년 3680억달러로 1.7배 증가했고 국내 제조업체의 해외생산 비중도 상승했다”고 밝혔다. 업종별로는 자동차(34%), IT(27%)가 해외생산에서도 6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해외생산이 확대되면 통관 기준으로 수출액이 줄어들면서 무역수지가 감소할 수 있다. 한은은 “통관기준 무역수지는 약화되나 가공·중계무역이 증가하고 해외투자에서 이자·배당소득이 발생하면서 경상수지에서는 영향이 일부 상쇄됐다”며 “무역수지는 적자이지만 경상수지는 흑자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로 확장되는 한국의 산업생산 구조가 올해 최악의 무역적자를 보완해주면서 25년 연속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떠받치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 들어 커지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와 미국 달러화만 빼고 나머지 국가의 통화 가치가 대부분 하락하는 등 대외변수의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다. 최악의 무역적자로 국내발 수출회복세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상품수지마저 적자로 전환했지만 경상수지 흑자 폭을 얼마나 최대한 늘려 선방할 수 있을지는 ‘해외발 K-수출’의 약진 여부로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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