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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카카오게임즈 우마무스메 논란의 또 다른 속내

  • Editor. 조근우 기자
  • 입력 2022.09.26 14:26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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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조근우 기자]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우마무스메) 운영 미숙으로 시작된 유저와 카카오게임즈 간의 갈등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마차시위로 본격 점화된 이 문제는 결국 유저들과의 소송전으로까지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문제가 지금에 이르기까지 카카오게임즈 책임은 상당하다.

특히 지난 17일 진행된 간담회는 지금껏 유저들이 제기한 문제들을 여실히 드러냈다. 유저들의 추측대로 카카오게임즈 운영진의 우마무스메 이해도는 매우 낮았고, ‘픽업기간 단축 사태’와 관련해 “고객 개별의 선택이었고 피해라고 보지는 않는다”는 책임 회피성 발언은 카카오게임즈의 지금껏 사과를 전부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유저들 측의 유도성 질문이 있었으나 카카오게임즈는 결코 해서는 안 될 말을 내뱉었고, 간담회는 ‘게임업계 역대 최악의 간담회’라는 불명예를 얻으며 막을 내렸다.

부실 운영 논란이 빚어진 모바일 게임 우마무스메 이용자들을 대표해 카카오게임즈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낸 이용자 대표 김성수 씨(오른쪽)와 소송을 대리하는 신재연 변호사(가운데)가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법 민원실 앞에서 고소장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실 운영 논란이 빚어진 모바일 게임 우마무스메 이용자들을 대표해 카카오게임즈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낸 이용자 대표 김성수 씨(오른쪽)와 소송을 대리하는 신재연 변호사(가운데)가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법 민원실 앞에서 고소장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논란이 확산되는 양상과 간담회에서 카카오게임즈의 답변을 보며 기자 또한 답답함을 감출 수 없었다. 유저들을 향한 공감보다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듯한 방어적인 답변과 운영진의 태도를 보며 이대로는 끝이 좋을 수 없으리라 직감했다. 결국 지난달 20일 평점시위로 시작된 이 사태는 어느덧 한 달이 넘는 시간동안 지속되고 있고, 법정으로 가게 됐다.

기자로서 이 사태를 지속적으로 취재하다보니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의구심이 들었다. 도대체 카카오게임즈가 왜 이렇게까지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답변밖에 하지 않는 것인지 말이다. 취재를 하다보면 카카오게임즈가 이 사태에 대해 결코 가볍게 보고 있다거나, 유저들에게 미안함이 없는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에 의구심은 더 커졌다.

그리고 이에 대한 실마리를 다른 게임사 관계자들을 통해 조금이나마 풀어낼 수 있었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카카오게임즈가 지금처럼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답변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일본 특유의 문화’를 이구동성으로 꼽았다.

우마무스메는 일본 사이게임즈가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지난 6월부터 국내에 서비스하고 있는 중이다. 우마무스메 유저들은 갑작스러우면서 잦은 연장점검과 추후 나올 콘텐츠에 대한 설명 부족 등 운영 미숙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이와 더불어 불친절한 공지 등 유저들과의 소통에 무성의하다는 점 또한 유저들 사이에서 꾸준히 지적받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카카오게임즈의 구체적이지 못한 사과문과 소극적인 대응은 유저들의 불만 폭발을 부추겼고 마차시위와 트럭시위로 이어졌다. 시위대측은 “지속해서 불만을 표했으나 응답이 없고,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으며, 소통을 거부하는 점 등으로 현 운영진에 대한 무성의한 대처에 신뢰를 잃었다”고 전했다.

요즘 국내 게임사들의 유저 불만에 대한 피드백은 과거보다 훨씬 빨라졌다. 웬만한 불만은 일주일 내로 패치가 이뤄진다. 그리고 이런 변화 속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카카오게임즈의 한 발 늦은 대응은 한국 유저들 입장에서 충분히 불만을 느낄 만큼 느렸다.

하지만 이는 카카오게임즈가 무슨 의도를 갖고 한 것은 아니다. 카카오게임즈는 게임을 유통하는 퍼블리셔인 만큼 무엇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하필이면 구식에다 느리기로 유명한 문화를 가진 일본 회사의 게임을 유통해 왔고, 이 선택이 결국 지금의 결과를 초래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쿄 신주쿠의 대형 전광판 [사진=연합뉴스]
도쿄 신주쿠의 대형 전광판 [사진=연합뉴스]

카카오게임즈는 유저들의 문제제기에 ‘사이게임즈와 협의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이유를 반복적으로 내세웠고, 유저들은 이를 책임전가로 받아들였다. 물론 카카오게임즈가 처음부터 우마무스메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서비스했다면 불거지지 않았을 문제도 상당수다.

하지만 카카오게임즈는 어설프게 준비한 상태로 우마무스메 서비스를 시작해버렸고, 이미 시작한 이상 게임을 수정하는 데는 개발사인 사이게임즈의 허가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는 게임을 배급하는 퍼블리셔가 짊어져야 하는, 어쩔 수 없는 한계다.

카카오게임즈야말로 누구보다 유저들의 불만을 즉각 반영해 수정하고 싶었을지 모를 일이다. 카카오게임즈가 직접 개발한 게임이었거나, 국내 개발사였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일본 게임기업의 문화는 걸림돌이 됐고 이런 와중에 카카오게임즈는 유저들의 불만에 어떻게든 대응해야 했으며, 결국 어설픈 해명으론 논란을 초래한 것은 이런 과정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글로벌 서비스를 하고 있는 한 게임회사 관계자는 “전 세계에 메일을 보내면 유일하게 문장 하나하나 의미에 대해 확인이 오는 곳이 있는데 바로 일본”이라며 “다른 나라보다 몇 배는 느린 일본의 기업문화는 한국 사람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답답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국내보다 글로벌 매출 비중이 높은 또 다른 게임회사 관계자도 “일본과 캐릭터 컬래버레이션을 한 적이 있는데, 캐릭터 눈 사이 간격이 1mm만 차이가 있어도 바로 컴플레인이 들어 온다”며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에 융통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다시는 일본 기업과 협업을 하고 싶지 않았다”고 씁쓸한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카카오게임즈는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다. 김상구 카카오게임즈 본부장은 지난 21일 우마무스메 공식 카페를 통해 간담회 이후 고위 책임자들을 교체하고 대표이사 직속으로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설치했다고 공지했다. TF장은 김 본부장이 맡았다.

하지만 유저들이 받은 상처를 치유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지난 23일 우마무스메 리콜소송대표인단 소송대리인 이철우 변호사는 이날 오후 4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소송대표대리인단에 따르면 환불 소송에 참여 의사를 밝힌 이용자들은 약 7000명이다.

한국 게임 산업의 발전을 바라는 한 사람으로서 이번 사태가 법 보다는 공감과 소통을 통해 더 이상 상처받는 이 없이 잘 해결되길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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