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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국채클럽 '우산' 속으로...기대 키우는 WGBI 편입효과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09.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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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 상 세계 10대 강국으로 도약했음에도 유독 금융시장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시달려왔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벤치마크로 삼는 선진 레벨의 투자지수에 편입되지 못한 영향도 크다. 미국발 '슈퍼긴축 쇼크'로 국내 주식·채권시장이 요동치면서 복합경제위기의 불안감을 키우는 요즘 같은 시기에는 안정적인 자금의 수급 젖줄이 되는 글로벌 선도 투자지수라는 '우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세계 3대 주가지수의 하나로 외국인 증시자금의 대표적인 투자지표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승격을 노렸던 한국은 지난 6월 편입 후보군인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에 들지 못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장 접근성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얻지 못해 ‘4전 5기‘ 편입 도전 기회를 1년 뒤로 미뤄야 했다.

하지만 석 달 뒤 세계 3대 채권지수인 ’선진국 국채클럽‘에서는 워치리스트에 등재됐다. 정부가 국제 투자자들의 접근성 수준을 높이면서 내년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될 가능성이 커졌다. 원활한 협의 프로세를 밟아 WGBI 편입이 최종 성사될 경우 내년 9월부터 50조~90조원의 질 좋은 외국계 자금이 국내 국채시장에 안정적으로 유입되고, 한국 국채의 신뢰도도 높아지는 변곡점을 맞게 된다.

한국이 세계국채지수(WGBI) 관찰대상국에 이름을 올린 30일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 설치된 모니터에 한국 국채수익률이 표시되고 있다. 원치리스트 등재 효과로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11.7bp(1bp=0.01%포인트) 내린 연 4.186%에 장을 마쳤다. 10년물 금리는 연 4.096%로 13.3bp 떨어졌다. 5년물과 2년물은 각각 16.0bp, 10.8bp 하락해 연 4.175%, 연 4.203%에 마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이 세계국채지수(WGBI) 관찰대상국에 이름을 올린 30일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 설치된 모니터에 한국 국채수익률이 표시되고 있다. 원치리스트 등재 효과로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11.7bp(1bp=0.01%포인트) 내린 연 4.186%에 장을 마쳤다. 10년물 금리는 연 4.096%로 13.3bp 떨어졌다. 5년물과 2년물은 각각 16.0bp, 10.8bp 하락해 연 4.175%, 연 4.203%에 마감했다. [사진=연합뉴스]

3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WGBI를 관리하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그룹은 이날 한국을 WGBI 관찰대상국에 편입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 WGBI 편입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뒤 재수 끝에 선진 23개국 국채클럽 편입을 눈앞에 두게 됐다.

FTSE 러셀은 “한국 정부가 외국인 국채·통안채 투자 비과세, 외환시장 선진화 방침, 국제예탁결제기구(ICSD) 통한 국채 거래 활성화 계획 등을 발표하는 등 그동안 외국인 채권 투자를 저해해왔던 요인들에 대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어 레벨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7월 정부가 세법 개정에 외국인(비거주자)이나 외국 법인이 우리나라 국채에서 지급받는 이자·양도소득에 대해 비과세를 적용한다는 내용을 담는 등 외국인 채권 투자 저해요인 해소 노력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WGBI 편입 국가 대부분은 외국인 국채 이자소득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번 관찰대상국 등재는 한국 국채시장이 선진 채권시장 중 하나로 인정받고, 원화채권 디스카운트 해소와 국채시장 선진화를 이루기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채권시장 국가분류에서 국가별 시장접근성을 레벨0~2로 구분하고 있는데, 레벨2 국가만 WGBI에 편입할 수 있다. 한국이 원치리스트(레벨1→2)에 등재된 것은 FTSE가 2019년 3월 채권시장 국가분류에서 한국의 시장접근성을 레벨1으로 평가한 이후 처음이다.

FTSE 러셀은 내년 3월과 9월 채권시장 국가분류 검토를 통해 한국의 제도개선 성과 등을 평가하고 시장접근성 및 WGBI 편입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협의 절차가 원활히 진행될 경우 내년 3월 편입이 결정되고 6개월 유예기간을 거쳐 9월에 실제 편입돼 국채투자 자금이 유입되는 것이 정부가 기대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블룸버그 글로벌 총액지수(한국 가입), 글로벌신흥국을 대상으로 하는 JP모건 GBI-EM지수(한국 비대상)와 함께 세계 3대 채권지수로 꼽히는 WGBI는 미국·영국·일본·중국 등 주요 23개국 국채가 편입돼 있는 글로벌 채권투자 리딩 지표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0대국 중에서 WGBI에 들지 못한 국가는 현재 한국과 인도뿐이다.

세계국채지수 편입시 기대효과 [그래픽=연합뉴스]
세계국채지수 편입시 기대효과 [그래픽=연합뉴스]

WGBI를 추종해 투자하는 자금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향의 투자자금이 많다. 자연스럽게 외국인 투자자들의 장기국채가 늘어나고 국채의 신뢰도가 높아져 발행금리가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채권 시장이 안정화를 꾀할 수 있게 된다

WGBI의 추종 자금은 2조5000억달러로 추산되는데, 시장 규모 등을 고려해 편입 비중이 결정된다. 한국의 비중은 편입 국가 중 9위에 해당하는 2.0~2.5%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편입이 성사될 경우 국내에 유입될 채권 자금 규모는 최대 90조원까지 추정된다. 금융연구원의 분석(2020년)에서는 50조∼60조원이 예상됐고, 지난달 한국의 내년 6월 WGBI 편입을 내다본 글로벌 IB(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추정치는 80조원 수준이었다. 이날 기재부 브리핑에서는 최대 90조원 규모의 유입이 추정됐다.

기재부는 국고채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 인상과 금리 하락으로 절감되는 이자 비용의 경우 연간 5000억∼1조10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하면서 재정건전성 측면에서도 기대효과가 크다고 봤다.

정부는 보수적인 추정에 따르더라도 WGBI 편입 시 국채 금리가 30~60bp(1bp=0.01%)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재균 KB증권 채권애널리스트는 이날 보고서에서 내년 중 WGBI 편입이 가능하다고 내다보면서 WGBI 편입으로 인한 금리 하락 효과는 총 70bp 안팎으로 추정했다. 그는 “연초 추가경정예산안이 논의될 당시 10조원의 추경은 10bp의 금리인상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역으로 추정하면 월별로는 3~4bp 내외의 금리 하락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국채에 대한 안정적인 글로벌 수요 증가로 국채·외환시장 안전성 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입 가시화의 의미도 시의성을 띤다.

세계국채지수에 한국이 편입시 비중 변화 추정치. [자료=KB증권 제공]
세계국채지수에 한국이 편입시 비중 변화 추정치. [자료=KB증권 제공]

WGBI에 편입되면 단기 수익을 좇지 않는 안정성 높은 자금이 국내에 많이 들어오는 만큼 최근 달러당 1500원까지 위협하며 치솟는 원·달러 환율 안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한국 국채 수요가 증가하면서 금리가 낮아지고, 원화가치도 다시 올라 현재와 같은 원화약세 국면을 탈피할 수 있는 관측이 나온다.

임 애널리스트는 “최근 국채 금리의 상승은 원화 약세 요인도 존재하는 가운데 WGBI 편입이 가시화될 경우 원화의 약세 압력은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2020년 9월 WGBI 편입이 결정된 중국의 사례로 볼 때 WGBI 편입이 결정될 경우 외국인들은 실제 편입에 앞서 자금이 유입되는 것이 확인됐다는 점을 들어 “외국인들의 선제적 대응까지 고려한다면 금리 하락 효과는 더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지난 28일 금융투자협회가 개최한 채권포럼에서 WGBI 편입 기대효과와 관련해 "WGBI의 평균 듀레이션(잔존 만기)은 9.6년이지만 현재 한국 시장에서 외국인의 국고채 보유 듀레이션은 7.1년"이라며 "향후 지수 편입으로 외국인의 장기채권 투자가 늘어날 수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최근 급격한 원화 약세, 한미 정책금리 역전 확대, 국고채 금리 상승세 지속으로 외국인의 국내채권 투자 유입 모멘텀이 다소 약화했으나 WGBI 편입이 현실화할 경우 원화 채권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각이 보다 긍정적으로 변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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