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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부도 위험, 코로나 때보다 크다? “이제는 망하느냐, 안 망하느냐의 문제”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10.0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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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여지훈 기자] 시장 위험을 측정하는 지표 중 하나로 ‘CDS 프리미엄’이란 것이 있다. ‘신용부도스와프’라고 해석되는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 또는 지급 불이행 등 신용위험에 직면할 경우, 해당 국가나 기업의 채권에 투자한 이들이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일종의 보험성 금융상품이다.

가령 A라는 투자자가 B 기업이 발행한 채권에 투자했는데, 혹여 B 기업의 경영이 악화돼 파산 위험에 빠질 경우를 대비하고 싶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A는 투자 자산의 가치가 감소하거나 투자 원금을 날릴 위험을 사전에 대비하기 위해 B 기업의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인 CDS를 시장참여자 중 또 다른 하나인 C로부터 구입할 수 있다. CDS 계약을 통해 A(보장매입자)는 일정 비용을 치르는 대신 C(보장매도자)에게 B의 신용위험을 이전할 수 있다.

우리나라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CDS 프리미엄이 최근 폭등하며 시장 불안을 급격히 키우고 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우리나라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CDS 프리미엄이 최근 폭등하며 시장 불안을 급격히 키우고 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다만 보험성 상품이기 때문에 일종의 보험료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며, 이를 CDS 프리미엄이라고 한다. CDS 프리미엄은 계약 당시 B 기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비롯해 금리 등 거시적 상황을 고려해 산정된다. 특히 사고 확률이 높아질수록 보험료가 올라가듯, B 기업의 채무불이행 확률이 커질수록 CDS 프리미엄도 높아진다. 즉, 부도 위험이 큰 기업이나 경제 위기에 빠질 확률이 높은 국가일수록 그 발행 채권에 대한 CDS 프리미엄이 상승한다.

이를 바꿔 말하면, 동일한 만기 채권에 대한 CDS 프리미엄을 비교함으로써 서로 다른 기업이나 국가의 부도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또 동일 기업이나 국가라도 시간에 따라 CDS 프리미엄이 어떻게 변화하느냐에 따라, 해당 기업이나 국가의 신용위험이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되는지 파악할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이란 국가에 대한 CDS 계약은 환율 안정을 목적으로 정부가 발행하는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기초자산으로 한다. 우리나라 CDS 프리미엄은 국제금융센터에서 매일 공시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CDS 프리미엄이 최근 폭등하며 시장 불안을 급격히 키우고 있다. 앞서 말했듯, CDS 프리미엄이 치솟는다는 건 그만큼 우리나라의 부도 위험이 급격히 커져, 시장에서 훨씬 많은 보험료를 요구한다는 의미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우리나라 5년 만기 외평채의 CDS 프리미엄은 0.61%를 기록하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현재로서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 비하면 아직 한참 낮은 수준이긴 하다. 당시 우리나라 CDS 프리미엄은 2008년 10월 27일 기준 6.99%까지 치솟으며 지금의 10배가 넘는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10년 넘는 세월이 지나는 동안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와 신인도가 커졌음을 감안한다면, 당시와의 비교보다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터졌던 시기와 비교하는 것이 합당하다. 코로나19로 세계증시가 일제히 폭락했던 2020년 3월 27일 기준 우리나라 CDS 프리미엄은 0.56%까지 급등했다. 현재 0.61%로 그 당시 수준을 넘어섰음을 고려하면, 그만큼 현재 우리나라 신용위험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짐작할 수 있다.

지난달 29일 기준 우리나라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CDS 프리미엄이 0.61%포인트를 기록하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사진=국제금융센터 홈페이지 캡처]
지난달 29일 기준 우리나라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CDS 프리미엄이 0.61%를 기록하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사진=국제금융센터 홈페이지 캡처]

이와 관련 SK증권의 안영진 연구원은 “최근 영국의 감세를 포함한 예산안이 발표되고 나서 벌어진 신용위기설은 올해 내내 이어온 시장 혼란과는 사뭇 결이 달라 보인다”면서 “지금까지는 인플레이션이 높고, 성장이 안 되고, 금리가 높아지며, 기업이익이 낮아지는 소위 ‘순환적’ 논리였다면, 최근 모습은 정책과 시장을 믿을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크레딧(신용)’ 논쟁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두 논리는 가격변수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전자는 ‘좋아진다 혹은 나빠진다’의 판단이라면, 후자는 ‘망하느냐 혹은 안 망하느냐’에 관한 것이다”면서 “최근 채권시장의 변동성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주식시장의 변동성, 이전 쇼크 당시(2020년 코로나 확산 초기)와 비견되는 CDS(부도위험) 등은 현재 시장의 불안정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관찰 대상”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AA-로,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피치는 우리나라 신용등급이 견고한 대외 재정, 회복력 있는 거시경제 성과, 북한과 관련된 지정학적 위험, 뒤처진 지배구조, 고령화로 인한 구조적 어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며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의 재정적인 여지가 증가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를 단기적으로는 수용하기에 충분해 보인다고 평했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가 온 1997년 11월 직전까지 3대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피치가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했다는 사실을 감안해 볼 때, 이러한 신용등급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건 위험하다는 판단이다.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1997년 10월까지 S&P, 무디스는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각각 A+, A1으로 유지했으며, 피치도 11월 18일까지 A+를 유지했다. 세 등급 모두 각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분류체계에서 상위에 해당하는 등급이다.

또 이들 국제 신용평가사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직전까지도 금융위기의 주범이었던 회사들에 높은 신용등급을 부여함으로써 위기에 안일하게 대응하게끔 하는 데 한몫했다. 이러한 사실은, 비록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나 외환보유고가 이전 대비 크게 증가하고 현재 국제신용평가사들로부터 높은 등급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결코 안심할 수 없음을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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