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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첫날 증시 급등, 공매도 전면 금지의 안팎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11.0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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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내년 6월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는 조치가 시행된 첫날 국내 증시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코스닥은 3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사이드카(프로그램매수호가 일시효력정지)가 발동됐고, 코스피는 단숨에 2400선을 뚫은 뒤 2500대까지 올라서면서 역대 최대 상승 폭을 보였다.

주가 하락을 예상해 주식을 빌려서 팔았다가 주가가 내려가면 싸게 사서 갚아 이익을 거두는 투자기법인 공매도의 잔고비율이 높았던 이차전지 업종으로 투자심리가 집중됐다. 주가 상승으로 인한 손실을 막기 위해 주식을 사들이는 숏커버링(환매수) 등으로 매수세가 몰리면서 주가를 밀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피가 공매도 전면 금지 시행 첫날인 6일 전장보다 5% 넘게 급등해 2500대(2502.37)로 올라섰다. 코스닥지수 역시 전장보다 7% 이상 폭등해 839.45로 장 마감했다. [사진=연합뉴스]
코스피가 공매도 전면 금지 시행 첫날인 6일 전장보다 5% 넘게 급등해 2500대(2502.37)로 올라섰다. 코스닥지수 역시 전장보다 7% 이상 폭등해 839.45로 장 마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일 코스닥 장 시작 한 시간도 채 안 돼 이상급등 상황을 제어하는 사이드카가 발동되면서 5분간 프로그램 매수호가 효력이 정지됐다. 코스닥 사이드카 발동은 2020년 이후 3년 5개월 만이며, 2001년 코스닥에 첫 도입 이후 역대 12번째다. 코스닥 종가는 전장보다 7.34% 폭등한 839.45를 기록했다. 지난 3월 24일(8.25%) 이후 가장 큰 상승률이다.

코스피도 지난달 19일 이후 12거래일 만에 2400선을 회복하더니 상승세를 타면서 1개월 만에 2500선까지 넘어섰다. 코스피지수는 전장보다 5.66% 상승한 2502.37로 거래 마감했다. 상승률은 2020년 3월 25일(5.8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코스피 상승 폭(134.03포인트)는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으며, 코스닥 오름 폭 (57.40포인트)은 2001년 1월 22일 이후 22년여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이같은 주가 폭등은 전날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역대 4번째로 전면 금지한 데 따른 투자심리 회복을 보여준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내년 상반기 말까지 증시에 상장된 모든 종목의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고 전향적인 공매도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전날 공식 발표했다. 정부가 임시금융위원회를 열어 '증권시장 공매도 금지조치'안을 의결한 가운데 현행 코스피200, 코스닥150 편입 종목 외에 적용되고 있는 공매도 금지조치를 코스피·코스닥·코넥스 등 국내 증시에 상장된 전체 종목으로 확대해 6일 막바로 시행에 들어간 것이다. 다만 이전의 공매도 전면 금지 때와 동일하게 시장조성자·유동성공급자 등의 차입공매도는 허용하기로 했다.

지난 석 달간 미국 S&P500지수가 5% 내리는 동안 국내 코스피는 10% 하락한 상황에서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주가 하락의 주범으로 꼽혔던 공매도의 금지가 한시적으로 전면 확대됐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해외 주요국 대비 국내 증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등 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고, 최근에는 글로벌 IB(투자은행)의 대규모 불법 무차입 공매도 사례가 적발되고 추가적인 불법 정황까지 발견되는 등 불법 공매도가 공정한 가격 형성을 저해하고 시장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공매도 금지 배경을 밝혔다.

공매도 금지 조치 효과가 시행 첫날 증시 폭등 양상을 불러왔지만, 금지 기간 주가지수 상승을 이끌지는 장담할 수 없다. 예전 세 차례 금지 사례를 짚어보면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간 국내 증시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 1일~2009년 5월 31일, 유럽 재정위기 시기인 2011년 8월 10일~11월 9일, 코로나19가 확산했던 2020년 3월 13일~2021년 4월 30일 등 세 차례 공매도가 금지된 바 있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공매도 금지 기간 전후의 코스피 지수 흐름을 분석한 결과 “과거 공매도 금지 시기에 주가는 반등한 경우가 있었지만, 공매도 금지 조치의 영향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공매도 금지 조치는 외국인 자금 이탈 등 다른 부작용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2020년 3월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1개월, 3개월 뒤 코스피는 각각 5%, 23% 반등했고 공매도 금지가 해제된 2021년 4월 말까지 78% 반등했다“며 ”그러나 당시는 코로나19에 따른 금융시장·실물경제 급락에 대응해 중앙은행과 정부가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았던 시기여서 주가 반등을 공매도 금지 영향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는 공매도 금지 이후에도 1개월, 3개월 뒤 코스피 지수가 각각 20% 이상 추가 하락했다.

강 애널리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이미 지난달 시중 공매도는 과거보다 상당한 수준으로 증가한 상태다. 지난달 초 코스피200 공매도 거래량 비중은 11%까지 상승해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컸다. 그는 "비슷하게 공매도가 많았던 2019년 5월이나 지난해 10월 당시에도 시장은 V자 반등보다 지그재그식의 등락 후 반등하는 양상을 보였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공매도 급증 이후 시장 반등 구간에서 공매도 누적이 가장 많았던 종목의 주가 상승률은 항상 시장보다 높진 않았다"며 "공매도 누적이 많은 종목의 쇼트 커버(공매도 뒤 포지션 청산 차원의 재매입)보다 시장 안정(반등) 가능성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시장에서는 공매도 잔고비율이 높았던 종목들이 단기적으로 빠르게 움직이며 반등세를 이끌 것으로 내다보지만 중기(금지 기간)적로는 숏커버 등 수급재료가 해소되면서 재조정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는 만큼 공매도 금지 효과가 증시 전체에 지속해서 퍼지는 데는 한계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공매도 금지에 따른 부작용 우려도 제기된다. 조준기·강재현 SK증권 애널리스트는 “공매도 금지는 상방을 열기보다는 하방을 막는 효과가 더 크다는 생각”이라며 “이번 조치로 주가의 드라마틱한 상승을 기대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잠재적인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어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들은 자본시장연구원 분석보고서에서 공매도 전면 금지 이후 가격효율성이 저하되며, 변동성과 극단수익률의 발생 빈도가 증가하며 시장 거래를 위축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공매도 금지로 오히려 시장 전반적인 유동성 환경이 더 악화될 수 있으며, 국내 증시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외국인 자금의 유입을 기대하기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점들은 우려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최근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 지수 편입을 노리고 있었던 우리나라 증시가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에 오르기 더 어려워지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역대 공매도 전면 금지 사례 [그래픽=연합뉴스]
역대 공매도 전면 금지 사례 [그래픽=연합뉴스]

그간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자본시장 접근성을 개선하는 등의 정책 강화로 정부 차원에서 추진해온 MSCI 선진지수 편입의 길은 그만큼 멀어지게 됐다. MSCI지수는 미국 IB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사가 만들고 발표하는 지수로, 미국계 펀드의 대부분이 따를 만큼 중요한 글로벌 투자 기준점으로 평가받는다. 한국은 시장 접근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2014년 이후 선진지수 워치리스트서도 제외돼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리서치 기업 스마트카르마의 브라이언 프레이타스 애널리스트는 "공매도 금지 조치는 한국이 (MSCI) 신흥시장 지수에서 선진국 지수로 이동할 가능성을 더 위태롭게 할 것"이라며 “공매도가 더 이상 터무니없는 밸류에이션 평가에 대한 제동 역할을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가 선호하는 일부 종목에 거품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도 “관료들과 시장 관측자들은 영향력 있는 지수 제공업체인 MSCI가 한국을 선진 증시 지위로 끌어올리기 위해 해결해야 할 요인 중 하나로 공매도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꼽았다”고 전했다.

이같은 부작용 우려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이 경제 충격기가 아닌 시기에 이례적으로 공매도 전체에 빗장을 건 배경의 한 축인 ‘신뢰 회복’을 위한 제도 개선이 증시 전반의 펀데멘탈(기초체력)을 업그레이드하는 변곡점이 될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이 “공매도 금지 기간 중 정부는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공매도 제도 전반에 걸쳐 전향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가 외국인·기관들의 '공매도 놀이터'로 전락했다는 개인투자자들의 ‘화수분’ 지적에도 공매도는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스탠스를 취해왔던 금융당국이 기존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향후 공매도로 인한 불공정 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 사이의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다. 기관·외국인투자자의 담보 비율은 105%이고 대차 기한도 없는 데 비해 개인투자자는 담보 비율 120%에 상환 기간 90일로 차이가 나는 만큼 이는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드는 데 핵심적인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일본처럼 외국인·기관·개인투자자 모두 담보 비율을 130%로 통일하고, 상환 기간 역시 90일로 일괄 적용할 것을 요구해 왔다.

현 정부의 국정과제의 하나인 MSCI 선진지수 편입 지체를 감수하면서까지 당국이 공매도 전면 금지라는 단안을 내린 만큼 공매도가 ‘도돌이표’ 불공정 논란을 넘어 선진 증시 도약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미세한 부분까지 제도 개선의 메스를 대야 할 시점이다. 앞으로 8개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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