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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야 보이콧에도 10년째 전통은 이어진 시정연설의 책무론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2.10.2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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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국민이 한 해 내는 세금이 어떻게 쓰일지에 대해 국정 운영의 최고 책임자가 국회에 나와 설명하는 34년 역사의 시정연설. 25일 윤석열 정부 들어 첫 본예산 시정연설의 안팎은 여당 의원 중심으로 1분에 한 번꼴(총 19회)로 쏟아진 박수소리와 본회장 밖 제1야당 의원들의 항의성 침묵이 교차했다.

대통령이 직접 국회 본회장 연단에서 서서 국민을 향해 나라살림의 쓰임새를 직접 설명하는 전통이 10년째 이어졌지만, 야당탄압을 주장하는 제1야당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아예 대통령 시정연설을 보이콧하는 반발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 엿새 만인 지난 5월 16일 추가경정예산안을 들고 국회를 찾아 첫 시정연설을 통해 복합위기 극복을 위해 당부한 ‘초당적 협력’은 실종된 채 여소야대의 ‘강 대 강’ 대치기류만 여의도를 맴돌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날 민주당사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에 반발한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의 사과를 원만한 시정연설의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막상 거부되자 초강수로 예고한 보이콧을 결행했다. ‘거야’ 선량(選良)들은 국회 본회장을 비워둔 채 로텐더홀 계단에 모여 '국회무시 사과하라!' ‘야당탄압 중단하라’ 등의 손팻말을 앞세운 침묵시위로 윤 대통령을 맞았다.

윤 대통령이 전날 "거기(시정연설)에 조건을 붙인다는 것은 헌정사에서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민주당의 요구를 일축한 이후 일각에선 한덕수 국무총리의 대독도 점쳐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전통에 따라 여의도 본회의장 포디엄에 섰다.

취임 직후 추경 시정연설에서 “진영이나 정파를 초월한 초당적 협력"을 강조한 만큼 헌법과 법률이 정한 ‘책무’를 다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에 옮기며 나라살림을 꼼꼼히 챙길 ‘국회의 책무’를 압박하는 정면돌파의 성격이 짙은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문재인 대통령이 재임 시 빠짐없이 매년 국회를 찾아 시정연설을 했던 관례를 10년째 이어간 것만으로도 민주당의 집단불참 명분을 희석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23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 시정연설의 방점은 이전 정부와 차별화에 맞춰졌다. 윤석열 정부가 지향하는 ‘약자 복지’와 건전재정 전환에 대한 강조가 두드러졌다.

윤 대통령은 "우리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매우 어렵다. 전 세계적인 고물가, 고금리, 강달러의 추세 속에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커지고 경제의 불확실성은 높아졌다"며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들이 입는 고통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복합위기 상황을 진단했다. 그러면서 "경제가 어려울수록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 책무"라며 "우리 정부는 재정 건전화를 추진하면서도 서민과 사회적 약자들을 더욱 두텁게 지원하는 '약자 복지'를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설문 4분의 1가량을 사회적 약자에 대한 예산 지원 설명에 할애할 정도로 취임 이후 강조해온 ‘약자 복지’를 부각했다. 연설에서 '약자'라는 키워드를 7차례, '취약계층'이라는 단어를 2차례 언급했다. 가장 많이 사용한 ‘지원(32회)’이라는 키워드도 사회적 약자를 보듬을 수 있는 예산을 언급하면서 자주 등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첫 본예산 시정연설 주요 내용 [그래픽=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첫 본예산 시정연설 주요 내용 [그래픽=연합뉴스]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글로벌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현재 나라별로 취약계층에 대한 재정정책 확대를 주문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의 삶이 소외되지 않도록 국가 차원에서 먼저 집중적으로 챙기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에 앞서 국회의장, 대법원장, 국무총리, 헌법재판소장, 중앙선관위원장 등 5부 요인 및 여야 지도부와 환담에서 "약자 복지의 미흡한 점이 보이면 언제든 지적해 달라. 더 적극적으로 챙기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재정 운영과 관련해 "그동안 정치적 목적이 앞선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재정수지 적자가 빠르게 확대됐고 나랏빚은 GDP(국내총생산)의 절반 수준인 1000조원을 이미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총지출 규모는 639조원으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예산을 축소편성한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한 결과 재정수지는 큰 폭으로 개선되고, 국가채무 비율도 49.8%로 지난 3년간의 가파른 증가세가 반전돼 건전재정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용 복지’를 표방하면서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펴왔던 이전 정부와 차별점을 부각하면서 건전성 회복을 위한 재정 현실을 고려해 취약계층 위주로 복지 지원을 내실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법정기한 내 예산안을 확정해 어려운 민생에 숨통을 틔워달라"는 호소로 연설을 마무리했는데, 예산안 심의·의결을 위해서는 거야의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을 고려한 당부로 볼 수 있다. 선출된 통치권자의 시각에서 ‘협치’라는 키워드를 언급하기보다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중고’가 민생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복합위기 속에서 국정 운영의 파트너 역할을 기대하는 차원에서 ‘협력(2회)’ ‘협조(1회)’를 사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헌정 사상 초유의 제1야당 보이콧으로 텅 빈 야당 의원석을 지나 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헌정 사상 초유의 제1야당 보이콧으로 텅 빈 야당 의원석을 지나 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여야 의원총회 현장에서 드러난 대통령 시정연설에 대한 시각차는 여전히 대립각을 키운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의 시정 연설을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듣게 됐다. 20여년 정치활동에서 처음 보는 광경"이라며 "그야말로 민주당 입법독재가 임계점을 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번 사태는 정상적 정치를 거부하고 국민과 헌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선전 포고"라며 "이런 방식으로 야당을 말살하고 폭력적 지배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고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5개월 전 추경 시정연설에서 사사건건 부딪쳤지만 2차 세계대전 때 국난 극복을 위해 손잡은 처칠(보수당)-애틀리(노동당) 파트너십을 ‘초당적 협력’의 모델로 제시한 바 있지만 여소야대의 대립은 민생 문제에서도 협력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시정연설을 두고 정치적 공방 수위만 높아지는 정가의 냉기류로 볼 때 서로 다른 정치적 가치의 지향에도 공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협력의 맞손’을 당장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민주당이 시정연설 보이콧과 연계해 참여 중단을 검토했던 새 정부 첫 국정감사야 큰 파행 없이 마무리됐지만 이전 정부의 기조를 탈피한 첫 본예산안 심의 과정에선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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