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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만 보고 간절하게 달린 태극전사들 '기적은 이루어진다'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12.0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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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앞만 보고 간절하게 나가겠다”던 수비수 김영권(울산)의 동점포, “1%의 가능성만 있다면 앞만 보고 달려가겠다”던 캡틴 손흥민(토트넘)의 폭풍질주, 더딘 부상 회복에도 도전을 포기하지 않겠다던 황희찬(울버햄프턴)의 역전 결승골.

그렇게 역경에 굴하지 않고 무한전진하는 꿈을 믿고 도전했던 태극전사들이 끝내 ‘기적은 이루어진다’는 집념의 미라클 드라마를 다시 썼다.

한국 축구가 29년 전 ‘도하의 기적’을 이룬 카타르 땅에서 포르투갈을 꺾는 대이변을 연출하며 극적으로 12년 만에 ‘원정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4년 전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격침한 ‘카잔의 기적’ 진화판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3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포르투갈과의 2022 카타르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최종 3차전에서 2-1로 이겼다.

한국축구대표팀이 12년 만에 원정 16강 진출을 이룬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축구대표팀이 12년 만에 원정 16강 진출을 이룬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독일을 이기고도 울었던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과 닮은꼴 승리였지만 16강 티켓을 거머쥐면서 기적의 완성도를 높였다.

한국은 전반 5분 히카르두 오르타에게 선취골을 얻어맞은 뒤 전반 27분 이강인의 왼쪽 코너킥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몸 맞고 흐르자 김영권이 동점골을 작렬, 무조건 이겨놓고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벼랑끝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4년 전 후반 추가시간에 역시 코너킥 찬스에서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며 기적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던 김영권은 왼쪽 팔뚝에 키스하며 포효했다. ‘오직 나만 내 인생을 바꿀 수 있어.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어’라는 문구를 영어로 새긴 자기다짐을 확인하며.

알와크라에서 동시에 킥오프된 H조 3차전에서 우루과이가 가나를 상대로 전반에만 두 골을 몰아친 터라 무승부로 끝나면 모두 허사. 후반 추간시간이 채 1분도 흐르지 않아 손흥민이 역전극을 점화했다. 한국 진영 오른쪽에서 질풍같이 70여m를 질주한 손흥민은 앞에 3명, 뒤에 2명이 달라붙자 골마우스 중앙으로 침투하는 '황소' 황희찬에서 절묘한 전진패스를 찔러줬다. 햄스트링 부상에 1,2차전을 결장했다가 후반 21분 교체투입된 황희찬은 냉정하게 골 네트를 갈라냈다.

4년 전 독일전서도 후반 11분 조커로 투입됐지만 극심한 부진으로 23분 뒤 다시 벤치로 들어가야 했던 굴욕을 씻어내고 이번에는 16강행 결승포로  짜릿한 2-1 역전승을 일궈냈다.

주장 손흥민이 포르투갈전 후 기뻐하는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뒤 "저희는 포기하지 않았고 여러분들은 우릴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사랑합니다"라는 감동적인 글을 남겼다. [사진=손흥민 인스타그램 캡처
주장 손흥민이 포르투갈전 후 기뻐하는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뒤 "저희는 포기하지 않았고 여러분들은 우릴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사랑합니다"라는 감동적인 글을 남겼다. [사진=손흥민 인스타그램 캡처

카잔에서도 주세종의 장거리패스를 좇아 50여m 폭중질주 끝에 2-0 완승의 피날레를 장식하며 실낱같은 16강의 희망을 찾고자 했던 손흥민이었지만 초반 2연패가 끝내 큰 부담이 돼 16강 좌절의 눈물을 뿌려야 했다. 이번에는 닮은꼴 드리블로 화려한 솔로골을 완성하기보다 동변상련의 후배에게 어시스트하는 것으로 ‘원팀 스프리트’의 전형을 보여줬다.

일단 승리를 자축하면서 센터서클에 모여 어깨동무한 채 우루과이의 2-0 승리가 확정되기를 기다렸던 태극멤버들. 경기시간 만큼이나 길법한 알와크라의 추가시간 8분이 흘러가고 승부도 그대로 끝나자 일제히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펼쳤다. 2002년 한일 월드컵서 승부차기로 스페인을 제치고 4강 신화를 이루는 그 순간처럼 감격의 태극물결이 피치에 밀려들었다.

1993년 10월 미국 월드컵 최종예선서 북한을 3-0으로 완파하고 벤치로 터벅터벅 걸어들어가던 한국선수들이 일본이 추가시간 동점골을 얻어맞아 이라크와 2-2로 비겼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뒤집기 본선행에 환호했던 ‘도하의 기적’을 뛰어넘는 감동의 세리머니였다.

2014년 브라질,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연속골을 넣고도 16강 좌절에 비탄의 눈물을 쏟아내 ‘울보’ 별명이 붙었던 손흥민은 피치에 엎드려 기쁨의 눈물을 뿌렸다. 이번엔 ‘안면보호 마스크 투혼’을 불사르면서도 골맛은 보지 못했지만 ‘알라이얀의 기적’으로 ‘삼세번’ 결실을 거둔 그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방송 인터뷰을 통해 “국민 여러분의 응원 덕에 선수들이 한 발 더 뛰는 에너지와 힘을 받았다”며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한 발 더 뛰고 희생한 덕분에 이런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유럽 챔피스언스리그 경기에서 불의의 안와골절상을 당한 지 꼭 한 달 되는 날, 비로소 환희의 눈물로 그간의 부담과 트라우마를 지워낸 손흥민이다.

한국은 우루과이와 같은 1승1무1패가 됐지만 다득점에서 앞서 포르투갈(2승1패)에 이어 조 2위로 16강에 진출, 오는 6일 오전 4시 G조 1위 브라질과 격돌한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녹다운 2라운드 대진 [그래픽=연합뉴스]
2022 카타르 월드컵 녹다운 2라운드 대진 [그래픽=연합뉴스]

한국의 도전 2라운드 상대가 역대 전적에서 1승6패로 절대 열세인 FIFA랭킹 1위이자 월드컵 5회 우승국이지만 4년 간 다져온 ‘벤투표 빌드업 축구’가 이번 대회에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집중력을 끌어올린다면 선전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비록 브라질이 이날 3차전에서 1.5군을 투입해 세네갈에 0-1로 패했지만, 24년 만에 조별리그 3전 전승팀이 하나도 나오지 않을 만큼 절대강자도 없는 첫 겨울월드컵 무대다. 중동 첫 월드컵 경연장에서 많은 이변을 주도한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원국 6개 출전팀 중 한국, 일본, 호주 등 3개국이나 16강에 올라 녹다운 2라운드의 이변 가능성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한국으로선 이번에 우루과이와 0-0 무승부를 포함해 남미팀을 상대로 한 무승 징크스(2무4패)를 탈출하기 위한 공략책 마련이 시급한 과제다. 16강에 처음 오른 한일 월드컵에서는 남미팀을 만나지 않았지만, 2010년 남아공 대회에서는 우루과이에 1-2로 분패해 8강행이 좌절됐다.

카타르에 입성한 9명의 이방인 사령탑 중에서 유일하게 조별리그를 통과한 벤투 감독은 퇴장에 따라 조국과 격돌한 포르투갈전 벤치행 금지가 풀려 브라질전에서는 선수들 눈높이에서 전략을 지휘하게 되는 만큼 단판승부의 공략과 대응 호흡도 다시 긴밀해질 수 있다. 선수들끼리 피치에서 믿음으로 뭉쳐 16강 꿈을 이룬 한국이 벤치와 신뢰를 키워온 4년 ‘완전체’ 호흡의 결실을 거두며 ‘기적 2탄’을 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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