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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없는 고용'도 이젠 한계점, 왜?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12.1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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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경기 둔화 앞에 이례적인 ‘성장 없는 고용’도 한계점.

올해 들어 한 달도 빠짐없이 월별 증가 폭이 20~2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며 호조를 보여왔던 고용이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서 내리막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정부가 지난달까지 ‘그린북(최근 경제동향)’을 통해 6개월 연속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고 진단한 가운데 취업자 수도 반년째 둔화세를 보이면서다.

수출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꺾인 시점(지난 6월)부터 무역전선발 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면서 그간 기저효과를 타고 달마다 취업자 수의 역대급 신장으로 선방하던 고용 시장에도 먹구름이 밀려드는 것이다.

그간 이례적으로 지속했던 ‘성장 없는 고용’을 떠받쳤던 60대 이상 고령층 일자리 비중이 계속 늘어나는 터라 고용의 질이 갑자기 개선될 공산이 크지 않은 데다 경제 버팀목인 수출의 부진으로 제조업 등을 중심으로 양질의 일자리마저 줄어드는 추세여서 고용 상황은 갈수록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경기후행지표인 고용이 전 세계로 확산하는 경기 둔화를 본격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한 만큼 내년 고용 시장은 역대급으로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게 된다.

통계청이 ‘11월 고용동향'을 통해 청년층(15∼29세) 취업자 수가 21개월 만에 감소했다고 발표한 14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구직자가 일자리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통계청이 ‘11월 고용동향'을 통해 청년층(15∼29세) 취업자 수가 21개월 만에 감소했다고 발표한 14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구직자가 일자리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42만1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62만6000명 증가, 11월 기준으로 1999년(121만7000명) 이후 23년 만에 최대 신장 폭을 기록했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62.7%로 1년 전보다 1.2%포인트(p) 올랐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도 69.0%로 1.5%p 상승했다. 이들 고용률 지표 모두 11월 기준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 수준이다.

실업률은 2.3%로 1년 전에 비해 0.3%p 하락, 실업률 기준이 개편된 1999년 6월 이후 11월 기준으로 최저 수준을 보였다. 실업자 수는 1년 전보다 6만8000명 줄어든 66만6000명으로 집계됐는데, 이 역시 11월 기준으로 2002년 이후 최저치다.

올해 들어 취업자 수가 월별로 역대급 증가 폭을 기록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실업 지표도 안정적으로 유지됐지만 고용의 질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는 상황이다. 연령대별로 견줘보면 오히려 악화된 측면도 확인된다.

지난달 늘어난 취업자 가운데 고령층이 4분의 3 넘게 차지한 반면 우리 경제의 허리인 40대 취업자는 하반기 내내 감소세가 이어지고, 청년층 취업자는 21개월 만에 감소 전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에 대응해 정부가 주도해온 '공공일자리'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줄어들고는 있다지만 지난달 취업자 중 60세 이상(47만9000명) 비중은 76.5%까지 치솟으며 지난해 3월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39~56%대를 보였던 노령층 비중은 7월(58.0%), 9월(63.8%) 점유 폭을 키우더니 70%대까지 훌쩍 넘어선 것이다.

상반기에는 매월 플러스를 유지하며 평균 2.3% 증가세를 보였던 40대는 지난달 6000명(-1.0%) 줄어들면서 5개월 연속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5~29세 청년층은 지난달 5000명이 줄어들면서 지난해 2월(-14만2000명) 이후 처음 내림세로 돌아섰다. 청년층 실업자가 1년 전에 비해 1만명 늘어나면서 실업률은 5.7%로 0.2%p 올랐는데, 11월 기준으로 2020년(8.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공미숙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브리핑에서 “업종별로 제조업이 계속 둔화하고 도소매업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면서 “운수창고업도 줄면서 전체적으로 취업자 증가수가 둔화하며 조금씩 내려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인구가 60대 이상에서는 굉장히 크게 증가하고 취업자 수도 증가하고 있어 구성비도 커지는데, 이런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취업자 수 증가세가 6개월째 둔화한 게 경기후행지표로 ‘침체 경고등’이 켜진 경제 여건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 들어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는 1, 2월 전년도 같은 시기 급감에 따른 기저효과로 연속 100만명대 신장을 기록한 뒤 80만명대를 유지하다가 5월 93만5000명까지 다시 늘어났다. 이후 증가 폭은 6~7월 80만명대를 거쳐 9월(70만7000명), 10월(67만7000명) 내림세가 지속됐다. 수출전선에 빨간불이 들어온 지난 6월 이후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경기 둔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는 ‘고용동향 분석’을 통해 “경기 둔화와 기저의 영향을 받았다”고 진단한 뒤 향후 고용률은 유지 또는 소폭 하락하고, 취업자 수 증가 폭은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재부는 “기저 영향이 마이너스(-) 요인으로 확대 작용하는 가운데 고물가, 금리인상, 수출부진 등 하방요인 상존한다”며 “내년은 경기 불확실성 확대, 기저효과, 인구영향 등으로 취업자 수 증가 폭 둔화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취업자 수와 실업률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취업자 수와 실업률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올해 연간 취업자 수는 하반기 둔화세에도 2000년(88만명) 이후 22년 만에 최대 수준인 80만명대 증가로 선방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내년 고용 기상도는 어둡기만 하다. 통화당국과 국책연구원이 최근 내년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잠재성장률 2.0% 아래로 잇따라 하향 조정하면서 올해와 같은 고용 호조는 더 이상 어렵다고 현실적인 진단을 내놓으면서다.

정점론과 관계없이 5%대 상승률의 고물가 기조가 당분간 이어지고 글로벌 수요 감소와 경기 둔화로 수출·내수 회복세가 동반으로 제약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고용한파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9일 내년 경제성장률을 1.7%로 낮춘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취업자 수 증가 규모를 올해 82만명, 내년 9만명 수준으로 예상했다. 요인별 분석에서는 올해 취업자 수 증가에서 절반가량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작용했고, 나머지 4분의 1씩은 경기적 요인, 인구증가 등 구조적 요인에 따른 것으로 진단했다. 내년에는 리오프닝 효과가 사라지고 경기 둔화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취업자 수 증가 규모가 10만명 돌파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을 1.8%로 하향 조정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3일 내놓은 '최근 취업자 수 증가세에 대한 평가 및 전망'을 통해 취업자 수가 올해 79만명대에서 내년 8만명대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KDI는 올해 고용이 이례적으로 호조를 보인 것은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했다고 진단한 뒤 내년에는 특히 제조업과 비대면 서비스업 부문에서 경기 둔화 영향으로 고용 증가세가 둔화할 것으로 관측했다.

특히 KDI는 인구구조 변화가 내년 취업자 수를 1만8000명 줄이는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간 대체적으로 증가 요인으로 작용해 왔던 인구 변수가 이제는 고용에 감소 요인이 되는 현실까지 다가오는 것이다.

경기 침체를 반영하는 고용 한파가 내년에 본격적으로 밀려들어 이같은 전망대로 취업자 수 증가 규모가 10만명을 밑돌 경우 코로나19 엔데믹(풍토화) 전환기 1년새 ‘고용 롤러코스터’를 타게 된다. 1998년 127만명이 급감한 외환위기 이후 2003년(-1만명), 2007년(-8만7000명)의 감소와 2018년 9만7000명 증가 사례에 이은 역대급 고용 불황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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