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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울음소리는 줄어들고, 청년세대 '비명소리'는 커져가고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02.2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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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대한민국 인구감소 시계가 더 빨라졌다. 저출생·고령화가 가팔라지는 속도만큼 인구절벽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출생아 수가 역대 최저치를 찍은 반면 사망자 수는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우면서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이 0.7명대까지 떨어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부동의 꼴찌라는 오명은 더욱 씻기 어려워졌다. 이런 가운데 "저출산 문제는 청년세대의 비명소리로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 과 함께 저출생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2022년 출생·사망통계(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전년(26만6000명)보다 4.4%(1만1500명) 줄어든 24만9000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5년(0.7%) 이후 7년 연속 태어나는 아기 울음소리가 줄어들었다. 2012년 48만명을 웃돌았던 출생아 수는 지속해서 감소한 결과 10년 만에 반토막 수준까지 떨어졌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조출생률은 4.9명으로 1년 새 0.2명 줄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2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1차 미래와 인구전략포럼에서 4명의 보건복지부 2030 청년자문단 등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제공/연합뉴스]
2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1차 미래와 인구전략포럼에서 4명의 보건복지부 2030 청년자문단 등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제공/연합뉴스]

사망자 수는 같은 기간 31만7700명에서 37만2800명으로 5만5100명(17.3%) 늘어났다. 2010년대까지만 해도 매년 20만명대였던 사망자 수는 2020년 30만명대로 진입한 뒤 3년째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급격한 고령화 속에 인구 1000명당 사망자 수인 사망률도 2020년 5.9명, 2021년 6.2명에서 지난해 7명대(7.3명)로 가파르게 높아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우리나라 인구는 12만3800명이 자연 감소(사망자 수-출생아 수)를 기록, 2020년 사상 첫 자연 감소로 전환한 이후 3년째 기울기가 떨어졌다. 자연 감소 규모는 2020년 3만2000명에서 이듬해는 2배가량 늘어 5만7000명으로 올랐고 지난해 다시 ‘더블링’ 추세를 이었다.

합계출산율은 전년(0.81명)보다 0.03명이 줄어든 0.78명으로 집계됐다. 2018년 처음으로 1명선(0.98명)이 깨진 뒤 4년 만에 0.7명대까지 추락한 것이다. 2020년 세계 최초로 합계출산율이 0.8명대를 기록한 뒤 신기록을 재경신하는데 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OECD 회원국 중 최하위이자 평균치(2020년 기준 1.59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저출생은 혼인 자체가 줄고, 그나마 결혼하더라도 늦게 하는 흐름을 타면서 심화하고 있다. 2021년(19만3000건) 처음으로 20만건을 밑돈 혼인 건수는 지난해 19만2000건으로 더 낮아져 여전히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 수준을 유지했다. 첫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는 연령은 33.0세로 전년보다 0.3세 올라갔는데, 이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OECD 평균(29.3세)보다 3.7세 웃돈다.

인구 감소 기울기는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2021년 내놓은 2020∼2070년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38년부터 매년 인구는 20만명 넘게 자연 감소하고, 그 폭은 2045년 30만명대, 2050년 40만명대, 2055년 50만명대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총인구는 2045년 4000만명대로 내려가게 된다.

아이 울음소리가 빠르게 줄어들면서 인구재앙 우려는 점점 커져만 간다. 획기적인 저출생 대책이 나오지 않은 한 경제활동인구 감소로 미래세대에 큰 짐을 지우는 인구위기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저출생 대응 예산으로 280조원가량 쏟아부었지만 백약무효였다. 정부별로 대책은 중구난방으로 쏟아졌지만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에는 제약이 많아 따르고 월급 받아 사교육비 내기도 버거운 환경 등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못했기에 청년세대들이 결혼 자체부터 꺼리게 만드는 풍토가 확산됐다.

합계출산율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합계출산율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암울한 인구지표들이 발표된 이날 보건복지부가 서울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제1차 미래와 인구전략포럼에서는 인구위기에 대한 접근법의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저출생 상황이 다급하다고 해서 청년세대의 결혼이나 출산을 설득하려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그들의 ‘비명소리’를 경청하고 이해하면서 걸림돌을 치워나가는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시선을 끈다.

청년들과 공감하기 위해 복지부 유튜브 채널로도 생중계된 이날 포럼에서 최승기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발제를 통해 저출생 상황은 청년세대의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바라보면서 "대다수 청년에게 결혼과 출산은 절대적인 규범이 아닌 선택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나서서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고 계도하기보다는 자녀를 갖는 것이 개인의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 교수는 지난해 6월 24∼49세 미혼 남녀 834명(여성 37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국인의 가족 및 결혼 가치관 조사'를 토대로 부모·가족·지인으로부터 결혼하라는 독촉이나 권유를 받았을 때의 생각 변화에 대해 '더 하기 싫어졌다'(26.6%)는 응답이 '빨리 해야겠다고 생각한다'(12.3%)는 반응의 두 배를 웃돌았다는 점을 대표적으로 짚었다. 결혼을 해야 한다고 설득하는 것이 오히려 결혼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높이는 역효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그는 OECD 회원국 유일의 '1명 미만' 합계출산율 상황에서 응답자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녀 수'는 1.96명(비동거 미혼자 기준)로 눈높이가 높다는 점을 들어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원하는 만큼 출산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규정한 뒤 ”저출산 문제는 청년세대의 비명소리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근본 해법은 아빠들의 육아 참여로, '독박 육아'(혼자만 하는 육아)를 깨트려야 한다"면서 "일터와 가정은 각자 다른 목표를 가진 만큼 역할 중첩에 대한 충돌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 충돌을 병행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려면 여성 중심의 자녀 돌봄 책임 논의를 벗어나 남녀 모두의 문제로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유민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또 다른 발제를 통해 "저출산 정책으로 개인의 인식을 변화시키려고 하기보다는 개인이 삶의 지향을 선택하고 실현해 안정화될 수 있도록 하는 자립 지원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도 청년세대에 다가가는 정책 전환을 추진해나가로 했다. 다음달부터 200여명 규모의 '청년제안단'을 구성하는데, 이번 첫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 등을 청년제안단의 논의를 거쳐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은 "저출산 대응을 위해서는 결혼과 임신·출산의 당사자인 청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미래를 계획하고 일터와 삶터가 경쟁에 매몰되지 않으며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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