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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통화정책 방점도 물가...정교한 대응과 소통 사이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12.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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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내년에도 통화정책의 방점은 물가. 중장기적으로 물가안정 목표치인 2%에 수렴한다는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금리 인하도 시기상조. 물가 상승기를 마무리하는 최종금리 수준도 지난달 금융통화위원 대다수가 제시한 3.5%도 ‘약속’ 아닌 '정책소통'.

외환위기 이후 최악으로 치달은 고물가의 연착륙을 위해 통화정책 수장이 밝힌 내년 대응 방향의 핵심내용이다.

다만 경기 침체의 ‘경계선’을 처음으로 언급하면서 경기, 외환, 고용 등 데이터의 변화에 따라 정책 궤도의 일부 수정 여지는 남겼다.

이 총재는 20일 '2022년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를 열고 모두발언을 통해 “내년 물가 상승률이 상고하저의 흐름을 나타내면서 점차 낮아지더라도 물가 목표인 2%를 웃도는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에도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 정책 운영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물가설명회에서 물가 안정 목표 운영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물가설명회에서 물가 안정 목표 운영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한국은행은 반기 말에 발표하는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하반기 보고서에서 "향후 물가경로 상에는 유가와 환율 흐름, 전기료 등 공공요금 인상 정도, 국내외 경기둔화 정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소비자물가가 당분간 5% 내외 상승률을 이어가겠지만 오름세는 점차 둔화해 내년 상승률은 3.6%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상반기 4.2%, 하반기 3.1%를 거쳐 연간 전망치가 올해 1월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1∼1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5.1% 올라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치(2%)를 두 배 이상 웃돌았다. 연간 기준으로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수준(4.7%)을 뛰어넘어 1998년(7.5%) 이후 최고치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만으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7%로, 1998년 하반기(6.5%) 이후 가장 높게 치솟았다.

지난 7월 6.3%로 정점을 찍고 5%대로 상승률이 둔화세를 보이는 소비자물가와 달리 한은이 주시하는 지표인 근원물가는 오름세가 확대되고 있어 쉽게 물가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 상승 폭은 8월(4.0%) 4%대에 진입한 뒤 9월 4.1%, 10월 4.2%, 11월 4.3%로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회복 과정에서 펜트업 소비가 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망 훼손과 원자재가격 상승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서비스, 특히 외식을 포함한 개인서비스 물가가 근원물가 오름세를 주도했다. 외식 등 개인서비스 물가는 지속성과 하방경직성이 큰 데, 지난 9월만 해도 외식물가 상승률은 9.0%로 1992년 7월과 같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다만 한은은 외식물가 상승률이 최근 다소 낮아진 데다, 앞으로 국내외 경기하방 압력이 커지고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전셋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조만간 근원물가 오름세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물가 그래프가 추세적으로 확실하게 꺾이기 전까지는 통화당국의 ’과소 대응‘이 불러올 더 큰 후과를 경계하는 정책 수장의 스탠스는 정교한 대응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강됐다.

경기 침체 우려와 환율 불안, 고용 상황 등 거시경제 변수를 면밀히 살펴 통화긴축의 속도를 조절하면서 금리 인하 시기를 가늠하겠다는 것이다.

소비자물가, 근원물가 상승률 추이 [자료=한국은행 제공]
소비자물가, 근원물가 상승률 추이 [자료=한국은행 제공]

이 총재는 최근 장단기 금리 역전 상황이 경제침체의 전조라는 해석에 대해 ”학계에서도 논쟁이 많다. 경기를 예측하는 것은 그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면서도 내년에 커질 경기 침체 우려를 염두에 두고 통화정책의 일부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1.7%로 예상하고 있고 상반기에는 경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며 “경기가 침체로 가느냐, 아니냐 하는 경계선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가 오름세 둔화 속도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만큼 앞으로 발표되는 데이터를 통해 그간의 정책이 국내경기 둔화 속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등 주요국 정책금리 변화도 함께 고려하면서 정교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직은 물가 대응에 초점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물가 안정 시그널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지속해서 금리 수단을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물가 안정을 우선시하도록 명시한 한국은행법 1조를 들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5%에서 상당폭 내려오고 중장기적으로 물가 안정 목표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면 2% 물가를 찍기 이전에도 경기, 금융 안정을 고려해 통화정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며 당분간 피벗(정책 전환)이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다만 물가 안정의 확실한 증거를 확인하는 방법론에 대해서는 "가장 큰 고민이고, 정교한 대책이 필요한 이유"라고 토로했다. 물가 상승률이 단순히 안정 목표선인 2% 근처에 접근해야 하는 게 아니고, 중장기 흐름 예측에 따라 2%로 수렴하는지를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너무 늦게 대응하면 경기 침체가 악화할 가능성이 있고, 반면 너무 일찍 대응하면 (1970년대 미국의 정책금리가 오르내려  정책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평가하는 시각의) '스톱 앤 고(stop-and-go)'라는 말처럼 통화정책의 신뢰성을 상실한다"며 "경기, 외환, 고용 등 여러가지 거시경제 변수를 파악하고 있고 지난달 발표한 전망치에 변화가 있어 내년 1월 전망치를 다시 점검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글로벌 통화 긴축을 주도하는 미 연준이 지난 15일 점도표를 통해 터미널 레이트(최종금리) 전망을 3분기 때보다 0.5%포인트 올린 5.1%(중간값)로 제시하면서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더 커진 만큼 한은의 최종금리 설정도 그만큼 중요해졌다.

이 총재는 분기마다 전망치를 공개하는 금통위의 최종금리 성격을 명확히 했다. 그는 금리 상승기를 마무리하는 최종 기준금리에 대해 "기준금리 3.5%를 예상한 것은 11월 금통위 당시 다수 금통위원들의 의견으로 소통의 차원이지 정책 약속이 아니다"며 ”기준금리 3.5%는 경제상황 등 전제가 바뀌면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가 상황을 국민에게 더욱 상세하게 브리핑하는 대국민 소통 차원에서 연 2회 여는 설명회인 만큼 이 자리를 빌려 ’정책소통‘이라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한국은행 수장에 취임하기 직전까지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국장을 지냈던 이 총재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통화정책 방향을 사전에 예고하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강화하는 행보를 보여 왔지만, 하반기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로 긴축 보폭을 다시 넓히는 과정에서 "베이스라인인 0.25%포인트씩 올린다고 섣부르게 예고하더니 왜 달라졌느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간 ’모호성이 미덕‘으로 여겨지기도 했던 중앙은행에서 새 수장이 커뮤니케이션을 넓히기 위해 ’조건부‘라는 단서를 달아 제시한 ’친절한‘ 가이던스가 약속이나 서약처럼 받아들여지는 상황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던 그였기에 최종금리의 가변성을 새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역대급 금리 상승기에 국민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통화당국의 정교한 대응만큼이나 시장의 오해를 사전에 차단하는 소통력도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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