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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저점도 공식화...'반등 변수' 제조업 경기의 안팎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03.0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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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정부가 지난달 ‘경기 둔화’를 공식화한 가운데 경기 침체 우려가 깊어지는 것과 비례해 언제 경기 반등을 위한 실마리를 풀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던 한국 경제가 지난해부터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 격랑으로 맞은 복합위기가 끝내 경기 둔화를 불러온 상황에서 이번 경기 사이클의 기준점이 공식화됐다.

통계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유행했던 2020년 5월을 최근 우리나라의 경기 저점으로 잠정 설정하면서다. 이를 기점으로 역대 최장기간(86개월) 이어진 제11순환기가 마무리되고 새로운 경기순환기에 접어든 것이다.

통계청은 최근 국가통계위원회 경제통계분과위원회를 열고 제12순환기 경기 저점으로 2020년 5월을 잠정 설정했다고 2일 밝혔다. 통계청은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생산·소비 등 주요 경제지표, 국내총생산(GDP), 당시 경제상황,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 검토해 국면이 바뀌는 시점(정점·저점)인 기준순환일을 결정하는데, 최근 경기순환국면에 대한 공식적인 선언인 것이다.

수출품이 적재된 부산항전경 [사진=연합뉴스]
수출품이 적재된 부산항전경 [사진=연합뉴스]

경기순환기는 '저점((Trough)→정점(Peak)→저점'을 한 주기로 한다. 확장 국면으로 전환하는 저점에서 출발해 수축 국면으로 돌아서는 정점을 거쳐 또 다른 저점을 만나면 하나의 경기 사이클이 마무리되는 구조다.

유럽 재정위기 이후 접어든 제11순환기는 2013년 3월을 저점으로 54개월 만인 2017년 9월(잠정) 정점을 찍은 뒤 32개월간의 수축기를 거쳐 2020년 5월에 마감됐다. 이 저점은 코로나 팬데믹(대유행)과 동행하는 제12순환기의 출발점으로 배턴터치한 만큼 일단 코로나 사태 이후 경기 회복기의 확장 구간에 접어든 셈이다.

이번 사이클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현재 경기 지표를 볼 때 좀처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4분기 GDP성장률이 마이너스(-0.4%)로 돌아서고 5개월째 감소한 수출을 비롯해 역대 최대 폭으로 커진 무역적자, 불확실성이 커지는 생산·소비·투자 산업활동 등이 복합적으로 위기감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료, 글로벌 긴축기조 완화, 지구촌 수요 증가 등으로 대외적인 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수출대국 한국의 빠른 경기 반등은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가 올해 GDP성장률을 잠재성장률(2%)보다 낮은 1.6%로 전망하는 등 경제 기상도는 어둡지만 ‘상저하고’의 예상 경로대로 회복 시기를 앞당긴다면 제12순환기는 예상보다 이르게 마감될 가능성이 있다. 1970년대 초반 1차 석유파동으로 저점을 확인한 제1순환기(39개월)부터 모두 11차례 순환기의 평균 진행기간은 53개월이며, 확장기와 수축기의 평균치는 각각 33개월, 20개월로 집계됐다.

향후 국가통계위 판정이 나와야 확정되겠지만 이같은 조기 반등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2021년 중반 시점이 정점이 되고, 반등 시점은 저점이 돼 제12순환기는 3~4년 기간으로 종료될 공산이 크다. IT경기 호조 뒤 버블 붕괴가 진행됐던 제7순환기(1998년 8월 저점, 2000년 8월 정점, 2001년 7월 저점)가 3년을 넘기지 않고 역대 최단기간(35개월)으로 이어졌던 전례가 있다.

경기가 반등하더라도 추세적으로 확장 국면으로 연결된다면, 즉 현재 기준으로 가장 높은 2021년 중반의  수준을 뛰어넘는 흐름이 장기화하면 제12순환기는 더 길어지게 된다. 현재의 경기 둔화는 본격적인 경기 확장기를 다지는 ‘진통기’가 되는 셈이다. 물론 반대로 경기 침체에 빠지거나 경기 흐름이 장기간 횡보를 이어갈 경우도 제12순환기의 종료 시점을 가늠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통계당국은 “제12순환기 경기정점은 시계열이 더 쌓여야 판단이 가능한 상황으로, 향후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며 “경기전환점이 나타나더라도 실제 경기전환점으로서의 명확성, 확산성, 지속성을 확인하기 위한 검증 작업에 상당 기간(과거 최소 19개월)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경기순환 국면 추이 [자료=통계청 제공]
경기순환 국면 추이 [자료=통계청 제공]

따라서 현재로선 경기 반등의 신호부터 확인하는 게 중요해 보인다. 산업활동 상황으로 볼 때 새해 들어서도 그 전망은 여전히 불확실성의 영역에 갇혀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새해 첫 달 생산이 전월 대비로 4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부진한 경기 흐름을 되돌리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소비는 3개월 연속, 투자는 2개월 연속 줄었다.

1월 전(全)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09.7(2020년=100)로 전월보다 0.5% 늘어 지난해 10월(-1.2%) 이후 증가로 전환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103.9로 2.1% 뒷걸음질하며 지난해 11월(-2.1%)부터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설비투자도 1.4% 줄어 지난해 12월(-6.1%)에 이어 두 달째 내림세를 보였다.

현재와 향후 경기 기상도도 여전히 ‘흐림’이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99.4로 전월보다 0.4포인트(p) 떨어졌다. 4개월 연속 하락 곡선을 그렸는데, 이는 2020년 2~5월 이후 가장 긴 기간이다. 향후 경기 상황을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98.5로 전월보다 0.3p 내려 7개월째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1월 산업활동동향은 소매판매와 설비투자가 감소했으나, 통신·방송장비, 자동차 등이 크게 증가한 광공업 생산이 비교적 큰 폭 증가하였고, 서비스업 생산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며 “다만 최근의 부진한 흐름을 되돌리는 수준까지는 미치지 못했고, 수입액, 취업자 수도 감소하면서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가 4개월 연속 하락했다”고 밝혔다.

수출 주도형 경제구조상 우리나라 경기 반등의 실마리는 수출과 제조업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수출의 근간이 되는 제조업 경기 상황과 전망은 핵심적이다.

통상 비교 기준에서 '전월 대비'는 향후 추이를 보여준다면, '전년 대비'는 현재 상황을 반영한다. 지난 1월 산업생산의 증가 전환은 전월 대비 개선이지만, 1년 전과 견줘보면 현재 경기가 나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월 광공업 생산이 전월 대비로 2.9% 늘어 증가 전환을 떠받쳤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12.7% 급감, 넉 달째 감소세다. 이같은 두 자릿수 감소는 2009년 1월(-25.3%)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제조업 생산이 1년새 13.2% 급감하면서 광공업 생산 부진에 영향을 준 것이다. 제조업 수출도 전년 동월 대비 13.6% 줄어 역시 2009년 1월(-22.0%)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제조업 재고지수와 재고율 추이 [자료=통계청 제공]
제조업 재고지수와 재고율 추이 [자료=통계청 제공]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전월 대비 0.5% 줄었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감소 폭(- 1.2%)이 두 배 이상 더 커졌다. 제조업 가동률지수는 전월보다 3.9% 증가했지만, 1년 전보다는 13.6%나 급감했다. 수출 길을 좁게 만드는 제조업 재고는 전월 대비 증가 폭(2.6%)보다 전년 동월 대비 오름 폭(10.0%)이 훨씬 컸다.

제조업 재고율(재고/출하)은 120%로 전월보다 2.2%p 늘어 4개월째 오름세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7월(124.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재고율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수출 간판품목인 반도체의 2월 수출이 1년 새 무려 42.5%나 급감하면서 7개월 연속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여전히 제조업을 옥죄는 형국이다.

다만 경기동향을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인 광공업 생산확산지수는 새해 첫 달 크게 개선돼 향후 제조업 경기 흐름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체감경기를 파악하는 지표로 활용되는 광공업 생산확산지수는 광공업 전체 75개 업종 가운데 생산이 전월보다 증가하거나 보합인 비율을 뜻하는데, 75개 업종 중에서 제조업이 73개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사실상 제조업 경기지표인 셈이다. 지수 50을 기준으로 상회하면 생산 경기가 확장 국면, 하회하면 수축 국면임을 보여준다.

이 지수는 지난해 12월 13.9에서 한 달 새 53.5로 급등했다. 지난해 아홉 달이나 50일 밑돌았던 이 지수는 지난해 마지막 달에 1990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저치(2009년 1월)와 같은 수준으로 떨어져 수축 국면을 대변했지만 해가 바뀌자마자 바로 확장 국면 전환 수준을 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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