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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소득 1년만에 뒷걸음, 4만달러 시대 길목 좁히는 환율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03.0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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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우리 국민의 생활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5000달러 진입 1년 만에 뒷걸음질쳤다. 미국 주도의 글로벌 긴축 기조에 따른 달러화 득세에 밀려 원화 가치가 두 자릿수로 하락하면서 우리 국민의 실제 구매력이 3만200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새 정부 출범 이후 2027년 달성 목표로 설정한 1인당 GNI 4만달러로 가는 길에 환율 변수가 부각하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2022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미 달러화 기준으로 2021년(3만5373달러)대비 7.7% 감소한 3만2661달러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이 3만2661달러로 1년 만에 감소 전환했다는 발표가 나온 7일 서울 도심에서 점심시간 직장인들이 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이 3만2661달러로 1년 만에 감소 전환했다는 발표가 나온 7일 서울 도심에서 점심시간 직장인들이 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인당 GNI는 2017년(3만1734달러) 처음으로 3만달러 고지를 돌파한 뒤 이듬해 3만3564달러까지 올랐지만 2019년(3만2204달러), 2020년(3만2038달러)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2021년(3만5373달러)에는 3년 만에 상승 전환하며 국민 구매력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지만 1년 새 다시 감소로 돌아선 것이다.

1인당 GNI는 한 해 동안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을 인구로 나눈 것으로 평균적 생활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실질 국내총생산(GDP)에 명목 물가를 반영한 성장률인 명목 GDP에 명목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을 더한 명목 GNI를 통계청 추계 인구로 나눠 원·달러 환율 기준으로 산출한다. 실질 GDP는 지난 1월 발표된 속보치와 같은 2.6% 증가, 한은 전망치를 달성했다. 명목 GDP는 전년 대비 8.1% 감소한 반면 명목 GNI는 4.0 성장했다.

1인당 GNI는 달러화로 환산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감소하는 만큼 지난해 고환율이 큰 영향을 미쳤다. 2021년 연평균 1144원(전년 대비 –3%)을 기록했던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엔 1292원으로 12.9% 급등(원화가치 하락)한 탓에 명목 GDP도 떨어져 달러 기준 1인당 명목 GNI도 감소한 것이다. 다만 원화 기준으로는 4220만3000원으로 전년 대비 4.3% 늘었다.

지난해 1인당 GNI의 감소 폭(2712달러)을 요소별로 나눠보면 경제성장·물가 상승이 각각 896달러, 437달러 증가에 기여한 반면 원·달러 환율 상승은 4207달러 감소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2021년 3만5000달러를 돌파할 때 전년 대비 증가 폭(3287달러)에서 원·달러 환율이 3분의 1가량(1061달러) 증가 기여도를 나타냈던 것과 견줘 볼 때 지난해 환율의 마이너스 효과가 실로 얼마나 컸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1인당 국민총소득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1인당 국민총소득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  길목에서 환율이 중대 변수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한국과 ‘반도체 패권경쟁’을 벌이는 대만의 경우 지난해 환율 상승 폭이 한국보다 적어 1인당 국민소득에서 20년 만에 한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관측이 더욱 힘을 얻게 됐다.

대만 통계청 발표로는 지난해 대만의 명목 GNI의 증가 폭(4.6%)이 한국(4.0%)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대만 달러 환율 상승률이 6.8%로 원화(12.9%)의 절반 가까이 낮다. 상대적으로 대만의 1인당 GNI가 한국보다 높아질 요인이 환율인 셈이다. 대만 통계당국은 지난해 1인당 GNI를 3만3565달러로 집계했는데, 유엔이나 국제기구에서 동일한 조건으로 비교해야 20년 만의 한국을 추월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1인당 GDP로 추산한 국민소득 수준으로는 대만이 3만5513달러로 한국(3만3592달러)보다 높았다. GNI는 GDP에 해외노동소득· 배당 등 국외순수취요소소득까지 반영한 소득지표인 만큼 1인당 GNI와 1인당 GDP는 차이가 있지만, 추세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대만의 역전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다.

글로벌 파운드리 반도체 1위 업체인 TSMC 등을 중심으로 형성된 탄탄한 대만의 경제구조가 코로나19 위기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은 데다 지난해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달러화만 나홀로 강세를 보이는 ‘킹달러’ 국면에서도 환율 상승 폭이 한 자릿수로 유지된 만큼 국민소득에서 메모리 반도체 강국 한국 추월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환율 불안은 다시 움트고 있어 올해도 국민소득을 끌어내릴 수 있는 불안요소로 주목받게 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하반기 급등하면서 1500원까지 위협한 뒤 연말부터 1200원대로 안정세를 찾았다가 이달 들어 다시 1300원 안팎으로 흔들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여전히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오는 23일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게 되면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은 22년 만에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져 환율 불안을 다시 증폭시킬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1.25%포인트인 한미 금리차가 1.50%포인트로 확대되면 1996년~2001년 때와 같은 최대 수준으로 벌어지게 돼 외국 자본 이탈 우려를 키우고 다시 고환율이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를 부추기는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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