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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전기차, 가시밭길에 들어서다?

  • Editor. 김경한 기자
  • 입력 2023.04.19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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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경한 기자] 현대차그룹은 17일 주력 전기차(EV) 모델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1분기 해외시장의 전기차 판매량이 10만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지난 1~3월 현대차와 기아 합산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12만5499대로 전년 동기 대비(9만5027대) 49.7% 증가했다. 내수 판매가 36.1% 증가한 반면, 해외 판매는 93.4%가 늘어난 것도 주목할만한 성과다. 하지만 최근의 글로벌 전기차 동향을 짚어보면 현대차그룹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미국 재무부가 17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지침을 발표함에 따라 초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전기차 규제안 이후 단 5일 만에 또 다른 악재가 나온 셈이다.

[사진 출처=픽사베이]
[사진 출처=픽사베이]

■ 미국 4개 업체만 혜택받는 IRA 세부 지침

물론 미국 내 신차의 67%를 전기차로 대체하는 EPA 규제안은 미국 완성차 업체에도 진화해야 할 ‘급한 불’이지만, IRA 세부 지침은 미국 업체에 유리한 측면이 강하다. IRA 세부 지침을 살펴보면, 북미 내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라도 북미에서 제조 및 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사용한 경우에만 3750달러(494만5000원), 미국이나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채굴 및 가공한 핵심광물을 40% 이상 사용한 경우에만 3750달러를 지원받을 수 있다. 기존에는 북미 내에서 전기차를 최종 조립하고 가격 상한만 넘지 않으면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최대 7500달러(989만원)의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 차종은 25종에서 16종으로 줄었다. 업체별로는 완성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가 해당되며, 이는 모두 미국 기업이다. 미국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 공장에서 조립 중인 현대차 GV70 전기차는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해 명단에서 제외됐다.

 

■ 테슬라가 촉발한 가격 경쟁

이에 앞선 지난 1월 12일(현지시간) 테슬라는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가격을 10% 중반대 가까이 낮추며 IRA 세액공제 혜택을 얻기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 테슬라의 가격 인하 전기차 중 눈여겨볼 모델3 퍼포먼스와 모델Y 롱레인지다. 모델3 퍼포먼스는 6만2990달러에서 5만3990달러, 모델Y 롱레인지는 6만5990달러에서 5만2990달러로 차량 가격을 낮췄다. 미국 내에서 모델3 퍼포먼스는 승용차로, 모델Y 롱레인지는 중형 SUV의 제원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승용차로 분류된다.

[사진 출처=테슬라]
[사진 출처=테슬라]

미국 IRA에 따르면 밴, SUV, 픽업트럭은 8만달러, 세단 등 이외 승용차는 5만5000달러 이하에 해당하는 모델만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즉 모델 3 퍼포먼스와 모델Y 롱레인지의 가격 인하는 IRA 세제 혜택을 얻기 위한 맞춤형 꼼수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한자연)은 지난 2월 20일 ‘2022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 실적 분석’ 보고서에서 “테슬라는 중국 시장 내 부진과 경쟁 기업들의 높은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보급형 모델인 ‘모델Y’와 ‘모델3’가 지속적인 판매 확대를 견인하며 글로벌 판매량 1위를 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 줄곧 차량 가격을 인상함에 따라 보조금 혜택이 축소돼 판매량이 크게 감소했으나, 최근 다시 가격을 최대 14%까지 인하하며 판매량 회복을 시도 중이라고 분석했다.

한자연은 17일 ‘전기차 가격경쟁 시대의 시작’ 보고서를 통해 테슬라가 촉발한 가격 인하 경쟁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테슬라가 모델Y/3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가격 인하를 단행하면서 포드, 루시드, BYD, BMW 등도 미국 및 중국 등지에서 가격 인하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제조사들의 이런 조치는 가격경쟁력 확보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동시에, 수년 내에 현실화될 주요국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폐지·삭감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목적도 있다. ▲독일은 2024년 전기차 보조금 상한액을 3000유로(433만원)까지 축소 ▲영국은 2025년 전기차 세제 혜택 폐지 ▲프랑스는 2023년 저기차 보조금 상한액을 6000유로(867만원)에서 5000유로(722만원)로 삭감 계획을 수립했으며, 중국은 2023년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했다.

 

■ 제품 차별화 통해 시장 지배력 높여야

한자연은 “가격경쟁만으론 기업의 장기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완성차 업체는 비가격 경쟁요소에 집중하면서 정교한 제품 차별화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자인, 브랜드 이미지, 안전성, 성능 편의기능 면에서 제품을 차별화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요 및 이윤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 한자연은 “전기차 제품차별화 및 비가격 경쟁력 제고를 위해선 소프트웨어(S/W) 관련 기반 기술이 핵심이 될 전망”이라며 “사이버 보안, 운전자 보조 시스템,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터 등의 S/W 기술을 적용한 제품 차별화 전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현대자동차그룹은 1분기 전기차 해외판매 10만대를 돌파했지만, 미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내놓는 전기차 법안과 세계 전기차 제조사들의 무한 경쟁으로 마냥 즐길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22년 10월 25일 진행된 미국 조지아 주 브라이언 카운티 전기차 전용 공장 기공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22년 10월 25일 진행된 미국 조지아 주 브라이언 카운티 전기차 전용 공장 기공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이에 대해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미국 정부의 IRA 세부 지침에 따라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운을 뗐다. 더불어 그는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리스 차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대비할 예정이며, 미국 내 현대차 및 기아 공장 일부 라인을 전기차 생산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또한 “2025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 주 브라운 카운티에 연간 생산능력 30만대 규모의 전기차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며 “그 외에도 다양한 장기적인 플랜을 구성해서 글로벌 전기차 선두두자로 올라설 수 있도록 회사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이 공장에서 현대뿐 아니라 기아, 제네시스 등 세 브랜드의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다차종의 전기차를 탄력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현지 고객의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한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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