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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2.5% 인상에 고물가·저성장과 맞물린 노사의 우려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07.1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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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최저임금 1만원 시대는 열리지 않았다. 역대 최장기간인 110일간 심의에도 노사가 접점을 찾지 못해 진행된 표결에서 경기 침체 우려 속에 최소한의 인상 입장을 유지한 사용자 측의 최종안대로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급 9860원으로 결론났다. 근로자 측은 11번째 최종요구안만큼은 1만원을 고수했지만, 공익위원들도 2.5%의 낮은 인상률에 동의하면서 끝내 1만원 돌파는 무산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8~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15시간에 걸친 밤샘 논의 끝에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9860원, 월급(209시간 기준) 206만740원으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올해(시급 9620원·월급 201만580원)보다 2.5% 높지만, 인상률은 2021년(1.5%)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5% 오른 9860원으로 결정한 19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한 시민이 최저임금에 관한 의견을 묻는 스티커 설문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5% 오른 9860원으로 결정한 19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한 시민이 최저임금에 관한 의견을 묻는 스티커 설문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95%와 2.5%.

지난 6월 27일 노사가 내놓은 최초제시안에서 마지막에 각각 양보한 올해 대비 인상률이다. 애초 근로자위원은 1만2200원 인상을 요구했지만, 11차 최종안에서는 18.1%를 내려 올해보다 3.95% 오른 1만원을 마지노선으로 고수했다. 사용자위원은 최초안에서 동결을 요구한 뒤 인상률을 조정해오다가 최종안에서는 2.5% 오른 9860원을 제시했다.

표결 결과는 경영계를 대표하는 사용자위원이 제시한 9860원에 17표,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이 고수한 1만원에 8표가 나왔고, 기권은 1표로 경영계의 최종안이 관철됐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이 9명씩 포진하는데, '심의 촉진 구간'으로 9820∼1만150원이 제시된 뒤 노사 최종안으로 표결이 진행된 결과 공익위원 대부분이 경영계 요구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현행 심의 방식이 적용된 2007년 이후 종전 기록(2016년 108일)을 넘어 역대 최장기간으로 이어진 110일의 신경전이 경영계의 ‘심리적 저지선’ 지키기로 마무리된 것이다.

최저임금위는 이날 "2024년 적용 최저임금안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적게는 65만명에서 많게는 334만7000명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와 경제활동인구부가조사를 기준으로 할 때 전체 근로자 가운데 최저임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되는 근로자 비율인 '최저임금 영향률'은 3.9∼15.4%에 달한다.

최저임금위는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하고, 노동부가 다음달 5일까지 이를 고시하면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노사 양측은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데, 역대로 노동부가 이를 받아들여 재심의를 최저임금위에 요청한 사례는 없다.

3년 연속 시급 9000원대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된 가운데 노사는 저마다 ‘시간당 1만원’ 불발 상황과 1만원에 140원차로 육박한 수준에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를 대표해 근로자 측으로 최저임금위에 참여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공동성명을 통해 “결국 ‘답정너’로 끝난 2024년 적용 최저임금 9860원, 끝내 저임금 노동자와 모든 노동자의 꿈을 짓밟다”라고 주장하며 “2014년 최저임금 1만원을 전 사회적으로 제기한 지 10년, 2017년 대선 여야를 막론하고 주요 대선후보들이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하며 전 사회적 공감대와 합의가 이뤄졌지만 올해도 1만원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양대 노총은 “법이 정한 최저임금 수준의 결정 기준은 무시되고, 정부가 발표한 통계자료와 비혼단신생계비에도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물가상승과 예정된 공공요금 인상 등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산입범위 확대 ‘개악’으로 인해 실질임금 하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를 도외시한 결정으로 소득불평등은 더욱 가속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최저임금에 사용자위원 간사로 협상에 참여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입장문에서 "이번 결정은 최저임금이 또다시 고율 인상될 경우 초래될 각종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이번 결정을 통해 글로벌 경기침체와 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취약계층 근로자 간 상호 이해와 배려 분위기가 확산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도 입장문을 통해 "최저임금위는 지난 7년간 최저임금을 무려 52.4% 올리는 과속 인상을 벌여왔다“며 ”무절제한 과속 인상의 결과는 고용 축소로 이어졌고 내년엔 더욱 심화될 공산이 커졌다"고 우려를 표했다. 내년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58.7%가 신규채용 축소, 44.5%가 기존인력 감원, 42.3%가 기존 인력의 근로시간 단축을 실시해야 사업체를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이어 "최저임금위는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을 조금이나마 완화할 수 있는 업종별 구분적용조차 부결했다“며 ”이번 인상 결정은 소상공인의 ‘나홀로 경영’을 더욱 심화시켜 결국 근로자의 일자리를 대폭 사라지게 하는 후폭풍을 불러일으킬 것이 자명하다"고 비판 순위를 높였다.

시간당 최저임금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시간당 최저임금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시기 이후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최저임금이 오른 것에 노사 모두 불만과 우려를 제기하는 것은 고물가, 경기 둔화 상황과 맞물려 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5.1% 치솟은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3.5%로 높게 예상되기 때문에 노동계는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최저임금 인상으로는 실질 임금의 감소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1988년 최저임금제 도입 이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전년도 소비자물가상승률보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낮았던 적은 이번이 네 번째다. 외환위기 때인 1997년 물가가 4.4% 치솟은 뒤 1999년 최저임금은 2.7% 오르는 데 그쳤다. 2000년 최저임금 인상률(4.9%)도 1998년 물가상승률(7.5%)을 밑돌았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년 최저임금 오름폭(2.8%) 역시 2008년 물가 상승폭(4.7%)에 못 미쳤다. 그 격차는 2000년에 이어 2024년에도 같은 2.6%포인트(p)를 기록하며 최대로 커진 상황이어서 노동계의 반발 수위가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경영계도 수출 부진 장기화 속에 내수 회복세도 더딘 상황에서 정부와 한은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나란히 1.4%까지 낮추는 등 저성장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최저임금발 부담이 성장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전년도에 위기가 밀려들어 그해 잠재성장률(2%)보다 떨어졌던 시기에 최저임금 수준은 1~2%대였다. 1998년 실질 국내총생산(GDP)가 5.1% 역성장한 이듬해 최저임금은 2.7% 올랐고, 2008년 0.8% 성장에 그치고 1년 뒤 최저임금 인상수준은 2.8%였다. 역시 2020년 0.7% 역성장을 기록한 뒤 이듬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1.5%로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지난해 2.6% 성장이 올해 1%대로 떨어질 경우 내년 최저임금 인상 폭(2.5%)은 역대급 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이 되는 셈이다. 다만 세 차례 전례에서는 위기 상황을 반영해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던 최저임금 인상률이 다시 1년 뒤에는 5% 안팎으로 회복했다.

이런 선례라면 2025년 시급 1만원 시대를 맞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제 회복세가 지체되고 저성장이 고착화할 경우엔 최저임금 인상 기울기가 다시 가팔라질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 최저임금 인상률이 얼마나 높아질 수 있을지는 경기 상황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올해 5.0%, 내년 2.5%로 2년 평균 3.7%를 기록한 이번 정부의 인상률은 역대 정부와 견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역대로 노태우(13.7%), 노무현(10.6%), 김대중(8.9%), 김영삼(8.1%), 박근혜(7.4%), 문재인(7.3%), 이명박 정부(5.2%) 순으로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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