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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에도 뜨거운 소비가 키운 미국 ‘성장 서프라이즈’...3분기가 고점일까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10.2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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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미국은 여전히 ​​글로벌 아웃라이어다.”

미국 경제가 3분기 연율 5%대에 육박하는 ‘깜짝’ 성장을 보이자 경제분석업체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앤드루 헌터 이코노미스트가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내놓은 평가다.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대응한 초긴축 기조 속에 유로존과 영국 등이 맞닥뜨린 경기 침체 위기와는 동떨어지게 고금리에도 강력한 성장세를 보인 미국 경제의 독보적인 탄력성을 인정한 것이다.

미국 경제가 올여름에 뜨겁게 달궈진 소비를 앞세워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분기에 큰 폭 확대했다. 미국 상무부는 26일(현지시간) 3분기 GDP 증가율(속보치)이 연율 4.9%로 집계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기저효과에 기대 7.0% 성장률을 찍었던 2021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성장세다.

미국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쇼핑하고 있다. [사진=신화/연합뉴스]
미국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쇼핑하고 있다. [사진=신화/연합뉴스]

지난해 1,2분기 연속 역성장한 이후 올 2분기(2.1%)까지 2%대 성장으로 회복했던 미국 경제가 전기 대비 성장 폭을 두 배 이상 키우며 시장의 경기 둔화 우려를 씻어냈다. 로이터·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각 4.3%), 다우존스가 내놓은 예상치(4.7%)를 모두 뛰어넘는 성장 서프라이즈다.

한국이 분기에는 전기 대비 성장률을 집계하다가 연말에 전년 대비 GDP 성장치를 최종 발표하는 것과 달리 미국은 전분기 대비 성장률을 분기마다 연간 성장률로 환산한 연율로 GDP 데이터를 발표한다.

3분기 4.9% 성장은 신흥국에서나 볼 수 있는 수준이다. 지난 10일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올해 세계경제 수정전망에서 성장률은 각각 글로벌 3.0%, 선진국 1.5%, 신흥·개발도상국 4.0%로 나타났다. 미국은 종전(7월) 전망치에서 0.3%포인트(p)가 오른 2.0%로 예상됐는데, 3분기 성장세가 이어진다면 이 수준 달성은 무난해 보인다.

로이터가 “블록버스터급 성과를 달성했다”고 평가한 3분기 성장은 미국 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68%를 책임졌다. 고금리에도 여름 휴가철 소비가 폭발하면서 개인소비 증가율은 4.0%로 2분기(0.8%)보다 5배 커졌다. GDP 성장에 대한 기여도는 2.69%p에 달했다. 민간투자는 8.4% 증가했고, 정부지출도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국방부문 증가 등으로 4.6% 늘었다.

CNBC는 “미국 경제는 높은 이자율,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압력, 여타 대내외 역풍에도 강력한 소비자 덕에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했다”고 진단했다. NYT도 “부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둔화돼 임금 성장세가 약화됐음에도 가계 구매력이 높아지고 지난 석 달 동안 고용시장이 다시 활기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성장세 확대 배경을 분석했다.

11차례 인상으로 기준금리를 5.25~5.5%까지 끌어올린 ‘과속 긴축’의 여파가 경제 침체는 아니더라도 경기 둔화의 신호음을 울릴 것이라는 시장·경제전문가들의 예상과는 거리가 멀어진 3분기 성장세이지만, 앞으로는 그 우려가 시차를 두고 현실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분기별 미국 경제성장률 추이(연율 기준) [그래픽=연합뉴스]
 분기별 미국 경제성장률 추이(연율 기준) [그래픽=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출신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이날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미국은 견조하고 강력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어 미국 경제는 연착륙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 것과 달리 시장에선 3분기 깜짝 성장은 ‘일시적’이며 ‘고점’일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는 상황이다.

미국 컨설팅업체 리서치 어필리에이트의 롭 애노트 투자전략가는 “경기 침체는 항상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경제에서 시작된다”며 “앞으로 소비자는 같은 비율로 지출하지 않고, 정부도 같은 비율로 지출하지 않을 것이며, 기업도 지출을 늦추는 것 같다”고 짚었다. 이례적으로 뜨거웠던 3분기 성장치가 적어도 향후 몇 분기 동안 최고 GDP 지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실제 4분기에는 민간저축 고갈, 의무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 만기가 도래한 기업 부채를 더 높은 금리로 재융자해야 하는 등의 리스크들이 산재해 있다. 4분기 첫달부터 자산가격의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5%를 넘나들며 소비자,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을 높이고 있는 것도 성장 둔화 요인으로 꼽힌다.

경제조사단체 콘퍼런스보드는 이같은 변수들의 영향으로 4분기 성장은 1.0%로 둔화해 연간 성장률이 2.2%를 기록한 뒤 내년에는 0.8%로 급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IMF가 내다본 내년 1.5% 성장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론이다.

대선을 1년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성명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경기침체가 필요하다는 말을 절대 믿지 않았다”며 “이것이 ‘바이노믹스’의 힘”이라고 자화자찬했지만, 성장 둔화 속도가 가팔라지기 시작할 경우 경제 진단이 어떤 논조로 바뀔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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