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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숨고르기에 고금리 장기화, 더 멀어지는 피벗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09.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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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미국의 통화긴축 기조는 끝나지 않았고, 다시 숨 고르기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다시 동결했지만, 올해 한 번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지난 6월 동결에 이어 ‘매파(긴축선호)적 건너뛰기’로 평가된다.

시장의 기대와 달리 내년 기준금리 인하 시기는 늦춰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연준이 ‘더 높게 더 오래(higher for longer)’로 표현한 고금리 장기화 기조가 굳어지는 모양새다. 연준은 미국 경제가 여전히 탄탄한 데다 최근 국제유가 급등 등으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둔화에 확신을 갖기 힘들다는 점에서 인상 한달 만에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예상보다 길어지는 미국의 긴축 기조에 경기 회복이 절실한 한국 경제는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FOMC 회의 후 기자회견 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신화/연합뉴스]
FOMC 회의 후 기자회견 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신화/연합뉴스]

연준은 20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정책금리를 현행 연 5.25∼5.50%로 유지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해 3월부터 10회 연속 금리 인상을 통해 밟아온 초긴축 페달에서 지난 6월 잠시 발을 뗐지만, ‘긴축 종료’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대로 7월 0.25%포인트(p) 인상한 뒤 다시 동결을 통해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정책금리를 묶었다.

연준은 긴축 기조 유지 의지를 나타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물가와 경제 상황으로 보면 금리가 아직은 충분히 제약적인 영역에 도달했다고 확신하기에는 이르며, (인플레이션이) 적절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를 보고 싶다“며 ”당분간 현재의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했지만 매파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강화했다”며 “그 기조는 경제를 악화시키거나 대규모 일자리 손실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성공할 수 있다고 점점 더 믿고 있는 것을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1년 반 전 제로금리 시대를 접고 가파른 금리 인상에 들어선 때와 마찬가지로 국제유가가 배럴달 100달러를 넘보는 상승기에 들어선 것도 2%대 물가안정 목표 달성을 위한 연준의 긴축 의지를 지탱한다. 파월 의장은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식료품·에너지 제외) 근원물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기대 인플레이션율(1년 이상 뒤 물가상승률 전망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물가 자극 우려를 나타냈다.

분기마다 FOMC 위원들의 금리 인상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에서도 긴축 기조가 읽힌다. 점도표 중간값은 지난 6월 전망과 같은 5.6%였지만, 12명은 올해 한 번 더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동결론자(7명)보다 우위를 점했다. 올해 남은 11, 12월 FOMC 회의에서 25bp(1bp=0.01%포인트) 추가 인상이 예상되는 것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FOMC 회의 이후 11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전날 29.47%에서 33.4로, 12월 인상 전망은 35.7%에서 40.2%로 각각 상승했다.

이번 연준의 통화긴축기에서 두 번째 동결 조치 이후 글로벌 IB(투자은행)은 대체적으로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것으로 해석하면서도 연내 추가 금리 인상에는 시각차를 드러냈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이번 금리를 동결했지만, 올해 중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점에서 11월 25bp 추가 인상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반면 모건스탠리는 "연준의 매파적 스탠스에도 불구하고 제약적인 실질금리와 향후 경제전망 등을 고려할 때 연내 정책금리를 동결하고 내년 3월 금리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며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문제는 연준의 피벗(통화정책 방향전환) 시기가 더 늦춰지게 된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 금리 인하 폭이 통상적인 25bp로 속도조절에 들어가고 6월 첫 동결까지 이어지자 시장에선 긴축종료론을 넘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왔다. 파월 의장은 그때마다 "인하는 시기상조"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이번엔 내년 점도표를 통해 금리 조기인하 가능성을 일축했다.

FOMC 위원들은 내년 기준금리를 지난 6월 전망치(4.6%)보다 0.5%p 나 높은 5.1%로 내다봤다. 석 달 전만 해도 통상적인 조정폭 기준으로 내년 4차례 인하를 점쳤지만, 이번엔 두 차례로 줄어든 것이다. 상반기 피벗 가능성이 오히려 하반기로 밀려나는 모양새다. 40년 만에 최악으로 발화한 인플레이션의 잔불까지 확실히 끄기 위해서 금리 수준을 예상보다 더 높고 길게 유지하겠다는 방향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 점도표 [자료=미국 연방준비제도 홈페이지 캡처]
연준 점도표 [자료=미국 연방준비제도 홈페이지 캡처]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우리 정부의 경계심도 높아지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연준 기준금리 동결 조치와 관련해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한층 높아짐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며 "정부와 한국은행은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빈틈없는 공조하에 긴밀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으로선 역대 최대치인 2.0%p로 확대된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연내 더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도 부담이지만, 피벗 시기를 늦춰야 하는 것이 시급한 경제 회복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 우려감이 커진다. 초저금리 시기에는 연준보다 한국은행이 먼저 금리 조정에 나설 수 있지만, 고금리 시기에는 여러 변수가 맞물려 있어 한은이 기축통화국 중앙은행에 앞서 선제적인 금리 인하를 시작하는 데 부작용이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연준보다 반년 앞선 2021년 8월 금리 인상을 시작했지만 지난해 연준의 긴축 가속화에 맞춰 초유의 50bp 인상까지 단행해야 했다. 올해는 대내적인 요인에 맞춰 독자적인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섰지만 미국·유럽 은행 위기 등 대외 악재가 잇따르자 글로벌 통화정책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게 됐다. 

가계부채 증가, 금융불균형, 자본유출 가능성, 환율 변동, 수출·내수 부진 등의 대내외 복합 변수가 쌓일 대로 쌓인 현재로선 어느 한 부문만 바라보고 금리를 올리거나 내릴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글로벌 긴축을 주도해온 연준의 피벗과 동조화하는 게 그나마 안전판이 될 수 있는 상황이지만, 경제 활력 회복에 마중물이 될 금리 인하 시기는 점점 늦춰지고만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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