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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비 '제로' 상승률...10월 미국 CPI 둔화가 재촉하는 금리인하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11.1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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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기준금리 인상 종료론이 커졌다. 기조적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상승 폭까지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일제히 반색한 금융시장의 시선은 금리인하 시기에 쏠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2연속 정책금리 동결에도 커지던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 둔화)에 밀려 옅어지면서 연준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도 다시 고개를 드는 형국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슈퍼마켓. [사진=AFP/연합뉴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슈퍼마켓. [사진=AFP/연합뉴스]

미국 노동부는 14일(현지시간)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동월 대비 3.2% 상승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9월 상승률(3.7%)은 물론 월가의 시장 전망치(3.3%)를 하회하면서 지난 7월 이후 최저치로 둔화했다. 전월 대비로는 보합(0%)을 기록했는데, 이 역시 9월의 전월 대비 상승 폭(0.3%)과 시장 예상치(0.1%)를 모두 밑돌았다. 전월비로 ‘제로 상승률’을 보인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연준이 물가관리 핵심지표의 하나로 중시하는 근원물가도 이번 고물가·고금리 시기 들어 가장 크게 둔화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CPI 상승률은 시장 예상치(4.1%)보다 낮은 4.0%로 나타났다. 2021년 9월(4.0%) 이후 2년 만에 가장 낮은 오름 폭이다. 전월비로도 9월(0.3%)보다 낮은 0.2%를 기록했다.

헤드라인·코어 CPI 상승률의 동반 둔화로 연준이 긴축 사이클을 끝낼 것이라는 시장의 인식이 확산하면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커졌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일제히 상승했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1.91%), 나스닥지수(2.37%)의 경우 6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했다. 연준의 과속 긴축기에 최고 안전자산으로 ‘킹달러’ 현상을 불러왔던 달러화도 약세로 돌아섰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미 달러 가치인 달러인덱스는 1.5% 가까이 급락, 두 달여 만에 104선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발 ‘CPI 훈풍’에 국내 증시도 빨갛게 달아올랐다. 코스피는 15일 전장보다 53.42포인트(2.20%) 급등한 2486.67로 마감했다. 달러화 약세에 달러 대비 원화 환율도 전날보다 28.1원 급락한 1300.8원에 장 마감했다.

지난 9월부터 급등하면서 연준의 긴축 대체효과를 불러왔다는 평가를 받는 미 국채금리도 급락했다. 글로벌 금융자산의 벤치마크로 지난달 16년 만에 처음으로 5%를 돌파하며 지구촌 경제에 조달비용 부담 증가의 충격파를 던졌던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수익률)는 전 거래일 대비 18.0bp(1bp=0.01%포인트) 급락한 4.45%를 기록, 4.5%선이 깨졌다. 긴축 종료 전망에 따라 시장 금리가 계속 떨어져 채권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투자자들이 서둘러 채권 매수에 나선 영향이다.

시장이 내다보는 연준 기준금리 전망에 따라 민감하게 움직이는 2년 만기 국채금리도 전장보다 23bp나 급락한 4.81%로 마감, 5%선 밑으로 추락했다.

2년물 국채금리의 급락은 연준의 피벗 가능성에 대한 시장 전망을 반영한다. 10월 미 CPI 발표 직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서 연방기금금리 선물은 연준이 12월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현행 연 5.25~5.5%로 3회 연속 동결할 확률을 100%까지 나타낼 만큼 긴축 종료는 기정사실화됐다. 이후 12월 동결 전망치는 95% 안팎으로 조정됐지만, 내년 1월 동결 확률은 90%대를 넘어섰다. CPI 공개 전까지만 해도 페드워치에선 내년 5월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6월부터 인하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제는 인하 개시 시점이 5월로 당겨졌다.

미국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미국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에 따르면 최근 조사에서 미국 현지 IB(투자은행) 12곳 중 10곳이 현재 금리 수준이 터미널 레이트(최종금리)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 연준이 더 이상 기준금리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물가지표가 공개되자 월스트리트저널은 10월 인플레이션이 전반적으로 둔화돼 연준이 금리인상을 종료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연준은 경기침체를 유발하지 않으면서 인플레이션을 둔화시키는 소프트랜딩(연착륙)을 희망하는데, 지금은 그러한 결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IB의 긴축 종결 전망도 늘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0월 물가보고서로 9월 물가보고서 이후 고조됐던 인플레이션 재가속 우려는 완화됐다“며 ”이는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종료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연준 금리경로 전망을 기존 12월 추가 인상에서 동결로 수정했다.

금리 인하는 시기의 문제일 뿐 추가 인상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게 시장의 중론으로 굳어지고 있다. 연준은 지난 9월 점도표를 통해 기준금리가 내년 말 5.1%(중간값)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 바 있는데, 금리 인하 속도가 빨라져 그 절반 수준까지 수렴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UBS는 연준이 내년 3월 금리 인하에 돌입해 연말에는 3%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헤지펀드 그레이트 힐 캐피탈의 토마스 헤이즈 회장은 로이터에 ”헤드라인과 코어 CPI가 모두 예상보다 낮아서 기쁘다. 연준이 여기서 더 이상 할 일이 없다는 뜻"이라고 평가한 뒤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가능성을 주시해야 하지만, 지금은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골디락스’”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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