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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6연속 동결, 늘어나는 불확실성에 깊어지는 '관망' 모드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10.1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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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6회 연속 동결 모드다. 기준금리를 올리자니 회복 더딘 성장이 걸리고, 내리자니 불안 가시지 않은 물가와 가계 빚을 무시할 수 없는 ‘딜레마’ 상황이 9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금리가 제자리걸음 하는 동안 고려 변수만 늘어나더니 이달 들어 ‘중동의 화약고’에서 분출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물가와 성장의 불확실성을 키웠고, 한국은행의 ‘관망’은 그만큼 깊어졌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9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5%에서 유지하기로 의결했다. 지난 1월까지 1년 반 동안 모두 10차례의 인상을 통해 3.0%포인트(p)가 오른 정책금리는 지난 2월부터 6회 연속 묶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10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회견서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10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회견서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동결 결정은 만장일치였지만,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자는 스탠스를 취하면서 통화긴축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경제 회복에 활력소가 될 금리 인하 시기도 늦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통방문)에서 “물가상승률이 기조적인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지만, 주요국의 통화긴축 기조 장기화,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등으로 물가 및 성장 전망 경로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졌다”며 “물가상승률의 둔화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완만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가계부채의 증가 흐름도 지켜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고 동결 배경을 밝혔다.

6회 연속 금리가 동결된 시기 통화정책을 결정하는데 주목할 포인트가 최근 변화한 것을 보면 통화긴축기 금통위의 새로운 고민이 읽힌다.

7연속 인상의 고리를 끊은 지난 2월만 해도 통방문에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는 과정에서 면밀히 점검해야 할 대내외 요인으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성장의 하방위험과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그간의 금리인상 파급효과,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을 강조했다. 4,5,7월 통방문에서도 이 문구들이 순서만 다소 바뀔 뿐 그대로 이어졌지만, 8월에 ‘가계부채 증가 추이’가 추가됐고 이번엔 금리인상 파급효과 대신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 양상’이 새로운 변수로 포함됐다.

그만큼 최근엔 중동발 리스크와 가계부채 문제를 긴축 지속 여부와 그 수준을 결정하는 키 포인트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진 것은 글로벌 경제와 인플레이션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국내에서도 성장과 물가에 미치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해 통화정책 변화에 신중할 수밖에 없게 됐다. 10대 산유국 이란이 참전하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시나리오(블룸버그통신)로는 현재 배럴당 90달러 안팎에서 요동치는 글로벌 유가가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금통위는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의 영향으로 경기 및 인플레이션 흐름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증대됐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고유가·고물가 상황에 ‘과속긴축’을 통한 고금리로 대응해야 했던 한은으로서는 물가 불안과 경기 침체 우려를 동시에 키울 수 있는 중동발 리스크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한은 조사국도 이날 ‘10월 경제상황 평가’를 통해 특히 물가 부문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으로 상방 리스크가 다소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에 따라 물가상승률이 목표(2%)로 수렴하는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에 대해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단하기 어려워 몇 주간은 지켜봐야 한다”며 “어떤 일이 벌어져도 저희가 8월에 예측했던 물가 하향 속도보다는 늦어지지 않겠느냐라는 게 금통위원들의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가 급등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크게 자극했던 것처럼 유가에 의한 물가 상방 리스크가 국내 인플레이션 연착륙 경로의 변수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가계부채 문제도 하반기 성장과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변수다. 

기준금리를 올리면 가계부채 급증세를 꺾을 수는 있겠지만, 취약차주의 부담 가중과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등의 자금 경색으로 금융위기 우려를 키울 수 있는 만큼 동결 모드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채금리 상승으로 시중금리가 오르고 있는 것은 기준금리가 인상되는 효과를 낳기에 통화당국으로서는 무리한 금리 인상 부담은 덜게 됐다.

가계부채가 급증할 경우 소비심리를 극도로 위축시켜 경기 회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현재로선 금리 대응에는 한계가 따른다. 이 총재는 “금리를 통한 가계부채 조정, 이론적으로는 할 수 있는데 엄청나게 올리거나 엄청나게 내려야 한다”며 “우리 가계부채는 부동산과 연결된 것이 많아 결국 부동산 가격에 대한 문제다. 기본적으로 통화정책이 부동산 가격 변화를 타깃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조정은 우선 미시적 대응을 통해 모색해야 한다는 견해다. 그 조정이 안 될 경우 금리를 통한 거시적 대응을 생각해볼 수 있지만, 그는 “아직 그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은의 긴축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고유가에 물가 진정세는 흔들리고 ‘상저하고’의 경기 회복세는 뚜렷하지 않은 가운데 갈수록 불활실성의 대내외 변수는 늘어만 가고 있다.

지난 2월만 해도 “차를 운전하는데 안개가 가득하면 세우고 안개가 사라질 때를 기다린 다음에 갈지 말지를 봐야 한다”며 동결의 길에 들어선 지 어느덧 9개월째. 이 총재는 성장, 물가, 가계부채 추이 등 불확실성이 늘어난 만큼 “일단은 불확실성을 보자는 측면에서 동결했다”고 밝혔다. 여전히 안개는 자욱한 상황에서 한은은 어느 쪽이든 걸음을 내딛기보다는 주시하는 ‘관망’ 모드로 긴축기를 길게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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