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기준금리 1년째 동결, 인상 종결과 인하 배제의 '절충점'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4.01.11 1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1년째 8회 연속 동결됐다. 새해 첫 통화정책 결정회의에서 처음으로 추가 인상 이슈가 테이블 밑으로 들어간 게 변화다. 그렇다고 금리인하로 전환하는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도 아니어서 고금리 장기화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리방정식에서 더디게 진정되는 물가와 가파르게 늘어나는 가계부채는 인상요인으로, 경기부진과 부동산·금융불안 이슈는 인하요인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통화당국은 여전히 관망모드로 고심의 3년차 통화긴축기를 출발하는 모양새다.

11일 기자회견을 하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11일 기자회견을 하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조정 없이 동결하기로 만장일치 의결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통방문)에서 지난해 2월 이후 1년째 이어진 동결 결정의 배경에 대해 “국내경제는 성장세가 개선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전망의 불확실성도 큰 상황인 만큼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2%)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둔화 흐름, 금융안정과 성장 측면의 리스크, 가계부채 증가 추이, 주요국의 통화정책 운용 및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양상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목에서 통화정책이 완화 전환을 예고하는 단서가 나타났다. 지난해 1월 마지막으로 현 수준의 기준금리로 인상하면서 이후 줄곧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할 것”이라고 통방문을 마무리해 왔던 문장이 삭제된 것이다. 사실상 인상 사이클의 종료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2022년 11월까지 ‘금리인상 기조’ 지속을 언급해 오다가 지난해 1월 ‘추가 인상 필요성’으로 수위가 완화되면서 이듬달 금리 동결모드로 접어든 만큼 이번에도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매파(긴축 선호)적 동결 기조에서 한발 물러선 변화이지만, ‘통화긴축 기조 장기간 지속’ 표현은 여전히 남아 있다. 고금리 장기화로 물가·금융 불안을 키우는 불확실성에 대응하겠다는 금통위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물가 둔화 추세가 지속되고 국제유가, 중동 사태 등 해외 리스크가 완화됐다"며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이 이전보다 낮아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인상 사이클 종식을 선언하면서도 시장이 기대하는 금리인하 논의에는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최근 기준금리보다 낮은 3.2%대 수준으로 떨어져 적어도 1회 금리인하를 반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통위원들은 금리인상 종료에만 공감대를 이뤘을 뿐 금리인하는 여전히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향후 3개월에 대해서는 금통위원 5명 모두 기준금리를 3.50%로 유지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구두 점도표(금리 전망치)’를 공개하면서 ”금통위원들은 현 시점에서 금리 인하에 대해 논의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상훈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한은은 ‘추가 인상 필요성’ 문구 삭제와 (금통위원) 5명 전원 3.50% 포워드 가이던스(사전안내) 제시를 통해 (기준금리의) ‘how high(얼마나 높게)’에서 ‘how long(얼마나 길게)’ 시대로의 전환을 공식 선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나아가 통화정책 수장은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적어도 6개월 이상은 기준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인상 종료를 공식화하는 대신 이례적으로 6개월이라는 기한을 명시한 포워드 가이던스를 발신하는 것으로 섣부른 피벗 기대감에 선을 그은 것이다. 한은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연간 2.6%로 제시하면서도 상반기에는 여전히 3% 안팎의 고물가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하는 만큼 물가가 성장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안정화 경로를 확실히 다지기 위해 금리 인상과 인하 방향성의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현 단계에서 금리 인하가 불러올 수 있는 문제점을 부각했다. 그는 “섣부른 금리 인하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하면서 물가 상승률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며 “현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경기부양 효과보다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시키는 등 부작용이 더 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해 1월 유동성 경색 위기로 통방문에서 언급된 뒤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으로 1년 만에 소환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리스크에 대해서도 금리로 대응할 단계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태영건설 사태가 부동산이나 건설업의 큰 위기로 번져 시스템 위기가 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부동산 PF가 시장 불안정을 일으키면 한은이 언제든지 시장 안전판 역할을 하겠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직 다 줄 수는 없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1월 금통위 핵심내용은 ‘추가 인상 필요성 축소 vs 긴축기조 충분히 장기간 유지’ 사이에서 균형잡기“라며 ”현실적으로 추가 인상은 아니나, 당장 물가안정 범위 진입 확인 이전에 인하 가능성을 통제하려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