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잠재성장률 밑돈 한국 경제, 절실해지는 내수 회복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4.01.25 1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지난해 한국경제가 잠재성장률(2%)을 밑도는 1.4% 성장에 그쳤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전망치와는 부합하는 수치이지만, 역대 6번째 낮은 수준이다.

특히 대형 경제 위기가 없었던 시기로는 1956년(0.6%) 이후 이례적인 저성장이다. 경기 하강기에 접어든 지난해 정부의 ‘상저하고’ 회복 시나리오대로 하반기에 수출을 중심으로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했지만 다른 성장축인 내수 부문의 부진이 깊어지면서 전분기 대비 분기별 성장도 지난해 내내 0%대에 머물렀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23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경제성장률은 1.4%로 집계됐다. 경제 충격기인 1980년(-1.6%) 2차 오일쇼크, 1998년(-5.1%) 외환위기, 2009년(0.8%)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0.7%) 코로나19 사태 때의 침체에 이어 역대급 저성장이다.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인 부산항 전경. [사진=연합뉴스]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인 부산항 전경. [사진=연합뉴스]

직전분기 대비 4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0.6%을 기록했다. 2022년 4분기 역성장(-0.3%) 이후 4개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 기조를 이어갔지만, 성장 폭은 1분기(0.3%), 2분기(0.6%), 3분기(0.6%)에 이어 1%를 넘기기 못했다.

고물가·고금리·고유가의 복합위기가 밀려든 2022년에도 분기별 성장률이 0%대에 그치고도 연간 2%대 성장으로 선방한 것에 비하면 지난해 경제 성적표는 극도로 부진했던 셈이다. 지속되는 물가·금리 불안 속에서 소비가 위축되고 글로벌 IT(정보기술) 업황 회복이 지체된 탓에 ‘포스트 코로나’ 경제 연착륙에 실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GDP 설명회에서 "고물가와 고금리, IT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민간소비와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지난해 성장률이 2022년 2.6%보다 낮은 1.4%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지출항목별로 보면 2022년 4%대 성장을 보였던 민간소비(1.8%), 정부소비(1.3%)가 1%대로 급락했고, 수출(2.8%)과 수입(3.0%)도 성장이 둔화했다. 그나마 건설투자(-2.8%→1.4%)와 설비투자(-0.9%→0.5%)가 플러스로 전환하면서 성장률 추가 하락을 막았다.

지난해 내외수가 동반 호조를 보이지 못한 게 저성장으로 이어졌다. 상반기에는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엔데믹(풍토병화) 전환에 따른 ‘보복소비’로 내수가 버텨줬지만, 하반기에는 수출이 회복된 반면 내수는 위축되면서 부문별 성장의 속도차가 커졌다. 지난해 성장률 기여도에서 내수는 1,2분기 4.9%포인트(p), 1.6%p로 플러스를 보였다가 3,4분기 마이너스로 전환해 -0.2%p, -0.6%p로 성장을 점점 깎아 내렸다. 반면 순수출(수출-수입)은 1,2분기 마이너스(-4.2%p, -0.8%p)에서 3,4분기 플러스(1.5%p, 2.8%p) 로 반등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수출 플러스 기조가 경기 회복을 주도하고 있지만 내수가 뒤처지면서 성장의 발목을 잡는 흐름이다. 민간소비의 경우 코로나19 사태인 2020년(-4.8%)을 제외하고 2013년(1.7%)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신 국장은 “일반적으로 민간소비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 정도로, 최근 흐름을 보면 성장률 자체가 낮아진 데다 민간소비도 성장률을 하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과거 고성장 때와 비교하면 숫자가 낮게 나온다”고 설명했다.

내수 부문 분기별 성장률 추이 [자료=한국은행 제공]
내수 부문 분기별 성장률 추이 [자료=한국은행 제공]

내수 부문의 한 축을 이루는 성장지표인 건설투자의 경우 가장 빠른 속도로 역성장하고 있어 올해 경제 회복에 변수가 되고 있다. 건설투자는 4분기에 마이너스(-4.2%) 전환하면서 가장 큰 폭으로 역성장, 연간 성장률을 1.4%로 끌어내렸다. 지난해 11월 한은이 수정경제전망에서 제시한 부문별 성장 전망치는 대체로 이번 속보치 실적과 부합했지만, 2.7% 성장을 예상한 건설투자만 크게 빗나갔다. 그만큼 건설투자가 급랭하고 있어 올해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을 경우 경제 성장에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정부와 한은이 제시한 성장 눈높이는 각각 2.2%, 2.1%다. 2년 연속 잠재성장률을 하회하거나 턱걸이하는 수준의 저성장이 고착화되느냐를 가늠할 수 있는 올해다. 글로벌 경제가 침체 위기에서 벗어나면 그만큼 우리나라 성장 버팀목인 수출이 우상향 곡선을 더욱 가파르게 그릴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내수가 살아나야 2%선이라도 지켜낼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상반기 재정 집행을 확대하기로 한 것도 시급하게 내수 부진을 완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올해 경기 흐름에 대해 신 국장은 "지난해 4분기와 같은 흐름이 올해 연간 지속될 것"이라며 "내수 부진이 하방 요인으로, 수출 개선이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체적으로 개선세를 유지하면서 연간 2%대 초반 성장률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과거의 패턴대로 주력품목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증가세가 경제 회복을 이끌 것이라는 낙관론을 경계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달 "올해 경제성장률 2.1% 전망은 반도체 등 IT 수출 회복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IT를 제외하면 1.7%로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수준"이라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내수 회복을 통한 경제 성장축 균형 회복이 중요해지는 올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