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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물류대란 우려 키우는 '홍해 리스크'...인플레 다시 자극하나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12.2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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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국제유가가 다시 꿈틀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글로벌 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전장보다 1.6% 뛰어 배럴당 79.37달러, 미국 유가 벤치마크인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은 1.5% 올라 배럴당 73.94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반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지난 12일 이후 일주일 새 각각 브렌트유는 8.0%, WTI는 7.8% 급등했다. 

하반기 들어 세계 1·2위 석유수출국의 감산 연장과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등의 유가 상방요인이 미국·중국의 경기 침체 우려, 미국의 원유재고 증가 등의 하방요인에 점차 밀려나던 상황에서 맞은 반등세다. 

지난달 20일 예멘 후티 반군이 배포한 사진으로, 화물선 '갤럭시 리더'가 후티 반군 보트들에 둘러싸여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0일 예멘 후티 반군이 배포한 사진으로, 화물선 '갤럭시 리더'가 후티 반군 보트들에 둘러싸여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최근 진정세를 보이던 글로벌 유가 불안의 불씨에 다시 기름을 부은 것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다. 지난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침공에 장기 보복전을 벌이는 이스라엘을 둘러싼 새로운 정세 변화가 글로벌 물류 위기를 키우면서 유가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당초 이스라엘-하마스 충돌로 이슬람 시아파의 구심점인 이란이 반이스라엘 전선 전면에 나서 전 세계 석유 해상 수송량의 3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등이 상정한 최악의 시나리오 상 배럴당 150억달러로 유가가 폭등할 것으로 관측됐다. 그같은 확전 가능성은 잦아들었지만, 정작 호르무즈 해협 반대편인 아라비아 반도 서쪽의 홍해로 불똥이 옮겨붙는 모양새다. 하마스를 지원 중인 예멘의 친이란 무장세력 후티 반군의 민간 선박 공격으로 홍해 항로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지면서다.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해상 석유 교역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홍해의 바닷길이 위협받으면서 글로벌 세계 10대 해운사 대부분이 홍해를 통한 운송 중단을 선언하고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을 돌아가는 루트로 대체하고 있다. 세계 1·2위 해운사 MSC(스위스)·머스크(덴마크)를 위시해 한국의 HMM(8위)까지 가세해 물류 대란 우려가 확산한 최근 이틀 동안 국제유가는 3% 가까이 급등했다.

후티 반군은 이번 전쟁 기간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15차례 공격했고, 지난달 14일 이스라엘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선언한 이후엔 공격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홍해 남단의 길목에서 최북단의 이스라엘 항구 에일라트로 가는 화물을 봉쇄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사실상 유럽-아시아의 물류 핵심 요충지인 수에즈 운하를 마비시키는 셈이다. 후티 반군의 상선 공격에 대응해 미국이 홍해에서 다국적 안보 구상인 '번영의 수호자 작전'을 창설하며 선박 보호에 나섰지만, 글로벌 해운사들의 ‘멀지만 안전한’ 우회는 이어지고 있다.

미국 CNBC에 따르면 해운업체들이 현재까지 350억달러 상당의 화물 운송을 홍해에서 다른 루트로 돌렸다. 물류업체 퀴네플러스나겔의 무역해상물류 글로벌 책임자인 파올로 몬트로네 수석 부사장은 “현재 57척의 컨테이너선이 홍해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지 않고 아프리카 주변으로 돌아 장거리 항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MDS 트랜스모달의 안토넬라 테오도르 수석 컨설턴트의 추정으로는 우회 컨테이너당 가치는 5만달러로 총 화물의 가치는 350억달러에 달한다. 그는 “아시아에서는 빈 컨테이너를 수요 지역으로 재배치하는 데 10~20일이 더 걸리기 때문에 빈 컨테이너 부족이 잠재적인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선사 머스크의 빈센트 클레크 CEO는 “2~4주간의 운송 지연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홍해 항로의 위험을 피해 최소 5000km 이상을 더 돌아 운송기간도 8~15일 늘어나는 희망봉 루트 전환 러시에 따라 운임은 올라가고 운송 지연과 선박 재배치 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차질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예멘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 상황 [그래픽=연합뉴스]
예멘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 상황 [그래픽=연합뉴스]

이미 운송비용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반영되기 시작했고, 다른 물류비용이 뛰면서 제품가격 상방 압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투자사 뉴엣지웰스의 벤 에몬스 수석 포트폴리오 관리자는 “에너지 시장은 수에즈 운하를 통해 9%가 흐르는 전 세계 일일 석유 수요의 혼란으로 인해 가격이 책정되기 시작했다”며 “석유 외 상품 무역 흐름의 12%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방식을 고려할 때 이것이 커피, 대두, 니켈, 팜유와 같은 다른 상품에도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짚었다.

전 세계 상업용 선박의 80%를 대표하는 국제해운회의소의 존 스토퍼트 환경·무역담당 수석 관리자는 AP를 통해 아시아-유럽 무역의 40%가 일반적으로 수로를 통해 이뤄진다고 언급하면서 “이는 경제적으로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어 더 많은 혼란과 지연이 발생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세계교역의 15%를 맡는 수에즈 운하 마비에 따른 혼란은 아시아와 미국 사이의 주요 무역로인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의 통행 제한과 맞물려 세계 무역에서는 겹악재가 된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시기 전방위 공급망 훼손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끌어올렸던 공급망 이슈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세계교역의 5%를 차지하는 파나마 운하의 수위가 70년 만의 이상 가뭄으로 낮아져 선박 통행량이 내년까지 제한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에즈 운하를 통한 바닷길까지 사실상 막히게 되면서 공급망 불안 이슈는 지구촌으로 퍼지게 된 것이다. 물류 대란 우려에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와 함께 물류비용 상승이 제품 가격에 전가되면 그나마 진정세를 보이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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