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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수익률 첫해부터 10%...'노후 안전판' 마중물 되나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4.02.0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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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우리나라 노인의 ‘상대적 소득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 오명을 12년째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OECD가 최근 공개한 '연금 2023'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66세 이상 노인 인구의 소득 빈곤율(중위소득의 50% 미만인 인구 비율)은 40.4%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으며, 평균치(14.2%)보다 두 배를 웃돈다.

저출생·고령화 시대에 노인 빈곤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은 연금을 통한 노후 설계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특히 퇴직연금의 경우 선진국에서 비교적 높은 수익률로 노후의 적절한 연금생활을 뒷받침하는 것과 달리 2005년 도입된 우리나라에서는 노후의 소득 젖줄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으로 이뤄지는 ‘3층연금구조’에서 퇴직연금은 근로자라면 은퇴 이후 국민연금을 보완하는 안전판 역할을 하는데, 그간 무관심의 대상이 돼 왔기 때문이다. 

퇴직연금(PG) [일러스트=연합뉴스]
퇴직연금(PG) [일러스트=연합뉴스]

사내에 적립하는 퇴직금과 달리, 사용자가 퇴직급여 재원을 금융기관에 적립·운영해 근로자 퇴직 후 지급받는 퇴직연금은 일시에 받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수급 개시 시점의 적립금 규모가 연금으로 수령할 실익이 없을 만큼 작은 이유도 있지만, 직접 금융상품을 선택해 수익률을 높이기도 번거롭다는 이유에서 일시불로 받는 ‘제2의 퇴직금’으로 전락하다시피 했다.

적어도 상품에 가입한 뒤 가입자들이 이를 방치하면서 퇴직연금 수익률이 형편없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주는 보완장치인 사전지정 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도입된 이유다. 근로자가 본인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은행, 증권, 보험 등 퇴직연금 사업자가 사전에 정한 기본값으로 적립금을 자동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행동을 강제하지 않고 팔꿈치를 슬쩍 찌르듯 부드러운 개입으로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행동경제학 이론 ‘넛지’가 적용돼 퇴직연금 정착을 위한 마중물로 주목받게 된 것이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이 지난해 7월부터 본격 시행된 이후 첫 성적표가 공개됐는데, 그 정책효과는 기대 이상의 수익률로 나타났다. 1~2%대의 ‘쥐꼬리’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해 1년 유예기간을 거쳐 도입한 디폴트옵션이 시행 첫해에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노후 안전판 역할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게 됐다.

고용노동부가 5일 공시한 디폴트옵션의 2023년도 4분기 말 기준 적립 금액과 수익률 등 주요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디폴트옵션의 적립금은 12조원을 훌쩍 넘어섰고, 디폴트옵션의 수익률은 10%를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적립금액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12조5520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7조4425억원 급증했다. 41개 금융기관이 정부로부터 승인받은 디폴트옵션 상품은 306개로, 이 중 현재 300개 상품이 판매·운용 중이다. 그중 디폴트옵션 대상이 되는 확정기여형 퇴직연금(DC)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적립금은 각각 8조5993억원, 3조9527억원으로 나타났다. 금융기관별로는 신한은행(2조5122억원), KB국민은행(2조464억원)이 2조원대서 ‘투톱’을 이뤘다.

같은 기간 디폴트옵션을 지정한, 즉 일정 기한 내 상품을 고르지 않아 기본값으로 자동 운용되는 상품의 가입자 수는 479만명으로 석 달 만에 88만명 불어났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상품 수익률 비교 [자료=고용노동부 제공]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상품 수익률 비교 [자료=고용노동부 제공]

디폴트옵션 상품들의 연 수익률은 설정 후 1년 넘은 상품의 개별 수익률 산술평균으로 10.13%를 기록했다. 고용부는 "애초 목표수익률인 연 6~8% 보다 높은 성과를 나타냈다"며 "작년 불안정한 금융시장 상황 속에서도 사전지정 운용제도가 수익률 상승을 견인했다"고 평가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의 2017~2021년 연평균 수익률이 1.94%에 그친 것과 견줘보면 5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오래전부터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을 도입해 운영해 온 미국(2006년), 영국(2012년), 호주(2013년), 일본(2018년) 등은 연평균 6~8%의 안정적 수익률 성과를 내고 있는데, 한국은 시행 첫해부터 ‘서프라이즈’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다.

다만 위험 등급별로 저위험 상품들은 평균 수익률을 밑돌았다. 전체 적립금의 90% 가까운 11조2879억원이 초저위험 상품인데, 이들 상품의 연평균 수익률은 4.56%다. 저위험 상품(6835억원)의 연 수익률은 7.69%다. 중위험(4057억원),고위험(1749억원) 상품은 각각 10.91%, 14.22%로 두 자릿수 수익률을 나타냈다.

고용부는 "제도 도입의 주된 목적이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인 만큼 디폴트옵션 상품의 수익률은 제도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며 ”이에 정부는 안정적인 수익 실현이 가능하도록 보다 내실 있게 제도를 관리·운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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