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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이어 공공도 ‘공사비 갈등’, 해결책은 여전히 오리무중

  • Editor. 박대연 기자
  • 입력 2024.03.13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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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박대연 기자] 코로나19,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의 여파로 최근 몇 년간 원자잿값, 인건비가 상승하며 공사비가 급등한 가운데 전국의 건설공사 현장에서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민간 건설현장은 물론 공공발주 현장에서도 공사가 중지되는 사례가 속출하는 상황에 정부에서 내세운 조정안도 실효성이 없어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사비 미지급으로 공사가 중단된 서울 은평구 대조동 대조1구역 주택재개발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공사비 미지급으로 공사가 중단된 서울 은평구 대조동 대조1구역 주택재개발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 대보건설-LH, 세종 공동캠퍼스 공사비 갈등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세종시 행복도시 4-2 생활권 공동캠퍼스 건설공사 18공구 근로자와 협력업체 관계자 60여명은 전날 세종시청 정문 앞에서 시위를 열고 공사 재개를 촉구했다. 이 현장은 지난해 10월 공사비 갈등 때문에 공사가 중단된 데 이어 최근에도 시공사와 발주처 간 협의가 원활하지 않아 지난 5일 다시 공사를 중단했다.

세종시 공동캠퍼스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하고 대보건설이 시공하는 현장으로 연면적 5만8111.43㎡에 대학입주공간 5개동, 바이오지원센터, 학술문화지원센터, 학생회관, 체육관, 통합주차장 등 9개동을 짓는 공사다.

오는 7월 준공 예정이었지만 발주처가 9개동 중 4개동의 공기를 6개월 앞당겨 부분 조기 준공을 요청했고 이에 대보건설은 자체적으로 추가 공사비를 투입해 공사를 진행해 왔으나 레미콘 공급차질, 원자재 및 인건비 상승,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며 LH 측에 공사비 인상을 요구했다.

대보건설 관계자는 “공사비가 750억원인 현장에서 300억원 이상의 손해가 예상된다”며 “그동안 회사가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준을 넘어 차입까지 해가며 공사를 수행해 왔으나 건설사들의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로 금융권 차입도 여의찮아 더 이상 공사를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LH 측은 해당 계약금액 조정은 관련 규정상 실제 투입비용으로 사후 정산해야 하는 항목이라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최근 어려운 건설업계 상황을 고려해 공사 완료 전부터 관련 내용을 제출받아 검토 중”이라며 “세종 공동캠퍼스 사업의 조속한 공사 재개와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2일 세종 공동캠퍼스 근로자들이 세종시청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공사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대보건설 제공]
12일 세종 공동캠퍼스 근로자들이 세종시청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공사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대보건설 제공]

■ 쌍용건설·현대건설, KT와 공사비 인상 협의 난항

민간 공사 현장은 이미 지난해부터 공사비를 두고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쌍용건설과 KT의 성남시 판교 신사옥 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2020년 967억원에 공사를 수주한 쌍용건설은 지난해 7월부터 원자재 가격 상승, 자재 반입 지연, 노조 파업, 철근 콘크리트 수급 부족 등 계속되는 악재로 공사비를 171억원 증액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 그러나 KT측에서는 ‘물가 변동 배제 특약’을 이유로 공사비 증액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에 쌍용건설은 지난해 10월 31일 KT 판교 신사옥 앞에서 1차 시위를 진행하고, 국토교통부 건설 분쟁 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5개월이 지나도록 양측 간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국토부 건설 분쟁 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했지만, 서류를 주고받는 과정 중에 지연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광화문 사옥 앞에서 2차 시위를 벌일 계획이었지만, 시위 소식을 들은 KT 측이 협상 시간을 달라고 요청해 일단 12일 시위는 연기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대건설도 비슷한 상황이다. 현대건설은 인건비, 자잿값, 물류비 등 상승으로 당초 예상했던 공사비보다 많이 투입되고 있어 KT측에 광화문 사옥 리모델링 공사비 인상분 지급을 요청 중인 상황이다. 쌍용건설과 마찬가지로 ‘물가 변동 배제 특약’이 걸림돌이다. 건설사들은 공사 기간 중 코로나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예외적 상황으로 인해 공사비가 증가했으니, 특약과 별개로 공사비 지급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재 국토부 건설 분쟁 조정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한 상태고, 공사비 증액에 근거가 필요한 상황이라 전문기관에 의탁 및 자문을 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합리적으로 잘 풀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T는 도급 계약서상 ‘물가 변동 배제 특약’을 근거로 공사비 지급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법무 검토 결과 물가변동에 따른 공사비 증액 의무가 없다고 확인됐지만 건설사와의 원만한 합의를 위해 국토부 분쟁조정위원회 심사에 성실히 임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KT 판교 신사옥 앞에서 쌍용건설 직원들이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사진=쌍용건설 제공]
지난해 10월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KT 판교 신사옥 앞에서 쌍용건설 직원들이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사진=쌍용건설 제공]

■ 갈등 속출에 대책 마련은?

공사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건설 분쟁 조정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법적 효력이 없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건설분쟁 조정위원회는 피신청인의 답변서와 신청인의 반론서를 검토해 양사 간 합의 자리를 마련한다. 이후 합의가 결렬될 때 조정 회의를 통해 조정안을 도출하는 과정을 거친다. 조정안 도출까지는 통상적으로 3~4개월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다만 조정안에는 법적 효력은 없다. 건설사들은 공사비를 받기 위한 유일한 해결책은 발주처와의 협상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건설사는 조정 결과에 따라 소송도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조정을 통한 협상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건설 분쟁 조정위원회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국토부는 지난해 8월 민간공사에 물가변동 조정방식을 구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 고시 개정안과 같은 해 11월 ‘분쟁구역 전문가 파견 제도’를 시행하며 공사비 갈등 중재에 나섰다. 그러나 구체적인 중재 가이드라인이 없는 데다 민간공사 자체가 조합과 시공사의 사적 계약으로 진행되는데 공공이 이를 강제하는 것에 대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보다 강력하고 강제성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서울시도 공사비를 두고 갈등을 겪는 조합과 시공사간 갈등 중재에 나섰다. 서울시는 오는 22일까지 조합과 시공자 간의 협의가 진행 중인 정비사업 8곳의 현장을 찾아 공사비 증액 사유와 세부 내역 등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현장 조사를 통해 증액 요청 금액 및 사유·세부 내용, 조합·시공자 간 협의 이력 및 의견 청취 등을 세부적으로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민간은 물론 공공에서도 공사비 갈등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 공사가 늦어지면 침체된 건설·부동산 경기는 더욱 회복하기 힘들 것”이라며 “정부에서 발표한 대응책이나 국토부를 통한 조정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실효성 있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사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관련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해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정부는 공사비 갈등을 해결하고 침체된 시장을 회복시킬 수 있는 묘수를 찾을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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