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세돌이] 엄마의 사랑 vs 딸의 사랑, 무엇이 얼마나 다를까? (上)

  • Editor. 박다온 객원기자
  • 입력 2022.02.07 10: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돌이’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의 줄임말입니다. 요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물밑에서 그 흐름을 면밀히 관찰하고 그 의미와 맥락을 짚고자 합니다. 그것은 이 시대의 풍속도요, 미래 변화상의 단초일 수 있고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의 동향 분석이기도 합니다. 부지불식간에 변하는 세상, 그 흐름을 놓치지 마세요. <편집자 주>

최근 연애 예능이 전성기를 맞았다. ‘나는 솔로’, ‘솔로지옥’, ‘환승연애’, ‘돌싱글즈’ 등 화제가 된 프로그램만 여러 개다. 특히 지난해 티빙에서 제작한 환승연애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시작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환승연애는 이별한 커플들이 지나간 사랑을 되짚고 새로운 사랑을 찾는다는 콘셉트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초반부 우려와는 다르게 회가 지날수록 연애프로그램의 역사를 다시 썼다는 평가까지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당시 환승연애를 흥미롭게 시청하던 기자에게 옆에 있던 어머니는 “요즘 애들은 사귀고 헤어지는 게 참 쉽다”며 혀를 끌끌 찼다. 문득 친구들과 알콩달콩한 연애 이야기를 하는 건 너무 당연한데 부모 세대의 연애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엄마아빠 기성세대의 연애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지금의 연애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엄마의 사랑과 딸의 사랑, 그리고 세월에 따른 사랑의 트렌드를 따라가 봤다.

■ 1980~90년대, 다방 세대의 ‘낭만’

휴대폰이 없던 그 시대의 사랑은 소위 ‘발로 뛰는 사랑’이었다. ‘13일 1시 명동역 앞에서 만나요’라는 약속만이 두 사람을 엮어주는 매개체였다. 만약 당일에 한 사람이 나오지 않으면 나머지 한 사람은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이성을 소개받을 때 약속 장소는 주로 다방이었다. 지금의 카페도 그렇지만 당시 다방은 만남의 장소였다. 1980년대 신촌 다방 대표주자인 ‘독수리다방’, ‘캠퍼스다방’에는 첫사랑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에 찬 청춘들이 모여들었다. 또 돈가스와 함박스테이크 놓고 ‘칼질’ 하는 경양식 집도 인기가 만점이었다. 어둠침침한 조명에 테이블마다 사방을 벽으로 막아놓아 은밀하게(?) 데이트하기엔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다. 백종원도 TV 프로그램에서 경양식집 돈가스를 두고 ‘대학생 시절 미팅할 때 먹는 음식’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 당시에는 연애 대상을 만날 방법은 많지 않았다. 여럿이 함께 나가는 단체 미팅이나 일대일 소개팅, 기껏해야 펜팔 등이 전부였던 그들에게는 만날 수 있는 사람의 범위가 좁았다. 집안 사이에 혼인적령기 자녀를 이어주는 ‘중매’도 흔했다. 물론 그 시절에도 어디서나 눈에 띄던 출중한 외모의 사람들은 조금 더 모르는 사람을 접할 기회가 많았을지도 모른다.

그 시절 청춘남녀들은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편지를 쓰고 그림을 그렸다. 군대에서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편지를 대필해주는 일이 흔했다. 당시 잡지의 한 모퉁이는 ‘펜팔코너’가 장식하고 있었다. 특히 ‘샘터’라는 월간잡지에 주소가 올라가면 그야말로 지금의 ‘인플루언서’ 같은 큰관심을 받았다. 이후 집마다 전화가 생긴 후에는 전화기가 새로운 소통 수단이 됐다.

80년대 펜팔. [사진 =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80년대 펜팔. [사진 =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 2020년대, 카페 세대의 ‘감성’

1980, 90년대 다방, 영화관, 드라이브 등이 데이트코스를 이뤘다면 요즘에는 모텔과 호텔도 젊은 커플들의 보편적인 데이트 코스로 자리 잡았다. 특히 숙박플랫폼을 통한 대실 서비스는 짧은 시간 편하게 데이트를 즐기고 싶은 연인들이 즐겨 찾는다. 행여 아는 사람의 눈에 뜨일까, 목숨{?} 걸고 조심조심 몰래몰래 드나들던 부모 세대로선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연인과 연락하는 수단은 주로 카카오톡, 전화, SNS 메시지다. 특히 카카오톡을 통해 수시로 대화를 주고받는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데이트 모습을 찍어 SNS 인증하기도 한다. 둘만의 추억에 그치지 않고,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게 요즘 20·30세대의 데이트 문화다.

연애 대상을 만나는 방법도 예전보다 많아졌다. 지인 또는 소개뿐 아니라 소모임이나 데이팅 앱을 이용해 연인을 만나는 사람도 주위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내 3대 데이팅앱 (△글램 △틴더 △위피)의 MAU(월 순 방문자 수)는 모두 15만 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데이팅 앱들은 20·30세대가 추구하는 연애 스타일과 맞는다는 점에서 인기다. 관심을 표현하고 대화를 나누지만 부담스러워질 때 언제든 간단하게 관계를 끝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치 부모세대의 펜팔과 같은 느낌이지만, 성적으로 더 개방적이다.

예를 들면 데이팅앱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FWB’는 ‘Friends with benefit’의 줄임말로 연인은 아니지만, 친구로 지내면서 가끔 데이트하거나 성관계를 맺는 친구를 의미한다.

■ 그때는 맞고, 지금은 ‘다르다’

50대 후반 미경(가명)씨는 20대 중반에 잠깐 만나던 사람과 집안 반대로 인해 헤어졌다. 그 후 중매로 남자를 만나 3개월 만에 결혼했다. 당시 그녀는 만남에 신중한 편이었고, 관계가 깊어지면 결혼해야 하는 줄 알았다. 연애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자녀들을 보면 아슬아슬하기 짝이 없다. 행여 잘못 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50대 중반 기덕(가명)씨는 아들이 데리고 와 소개해준 여자 친구가 마음에 들었다. 장차 며느리가 될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더 애틋했다. 그러나 한동안 잘 사귀고 있던 아들로부터 헤어졌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를 들었다. 그동안 정들었던 게 아쉽기도 하고, ‘아들이 남의 집 귀한 딸에게 상처 준 것은 아닌지’하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했다.

부모 세대는 연애와 결혼을 연결된 개념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지금 20·30세대에게 연애와 결혼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지난해 결혼정보업체 가연이 오픈서베이를 통해 25세 이상 39세 이하 전국 미혼남녀들을 대상으로 ‘결혼 전 연애’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2030 미혼남녀가 생각하는 결혼 전 가장 적절한 교제 기간은 ‘1년 이상~2년 미만(48.3%)’, ‘2년 이상~3년 미만(37.1%)’으로 나타났다.

또 결혼 전 가장 적절한 교제 횟수에 대한 응답은 3~4회(43.3%)와 5~6회(29.9%)가 가장 많았고, 11회 이상(10%), 1~2회(7.4%)가 뒤를 이었다. 흥미로운 건 11회 이상 교제한 사람을 선호하는 사람이 1~3회를 선택한 사람보다 많다는 점이다.

30대 초반 윤혁(가명)씨는 “20대 초반에는 이성교제 경험이 적은 사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경험이 쌓일수록 그런 건 상관없게 되는 것 같다. 오히려 교제 횟수가 너무 적은 사람을 만나면 오히려 처음부터 다 알려주고 맞춰가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 = 픽사베이]
[사진 = 픽사베이]

성에 대한 인식도 차이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여대생들 결혼 꼭 필요한 것 아니다.” 1990년 4월 13일 연합뉴스 기사 제목이다. 부산여대 학생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혼관에 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결혼에 대해 ‘필요에 따라 안 할 수도 있다’고 응답한 학생이 86.7%로 확인됐다. 여성 의식이 높아지면서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이 점차 사라지는 시점이었다. 그러나 혼전순결에 대해서는 45.9%가 ‘되도록이면 지켜야 한다’, 34.1%가 ‘꼭 지켜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런 혼전순결에 대한 태도는 점차 허용적으로 변했다.

한국의 경우 1970년대 연구에서는 여학생의 95%가 혼전순결을 지지했으나, 1980년대에는 81%, 1990년대에는 67%로 떨어졌다. 2012년 조사에서는 남성 응답자의 82.9%와 여성 응답자의 66.3%가 ‘혼전 순결서약은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요즘 들어 ‘혼전순결’은 신실한 종교인들에게나 적용할 수 있는 가치로 여겨진다.

20대 후반 지아(가명)씨는 “혼전순결은 종교인들에게는 중요한 가치인지 몰라도 요즘 세대에게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이제는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들도 성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성에 대해 자유롭고 솔직한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에는 한 편의점 점주가 여자에게 콘돔을 판매했다가 아이 엄마의 “고등학생한테 콘돔을 팔다니 제정신이냐?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말을 들은 사연을 공개했다. 글쓴이는 “콘돔은 미성년자에게도 판매할 수 있다. 이게 내 잘못이냐”며 억울함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네 잘못이겠냐", "콘돔으로 임신을 할수 있나?", "임신 안 하려고 콘돔 사는 건데 칭찬해줘야지" 등 여학생 엄마의 행동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부모세대와 자녀세대의 인식 차이가 느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요즘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전제로 하지 않은 성관계도 심심치 않은 시대다. 결혼정보회사 ‘바로연’이 20, 30대 미혼남녀 2113명을 대상으로 연애 경향을 조사한 결과 47%가 ‘원나잇’을 경험해봤다고 답했다. 기성세대가 보면 뒷목을 잡을 일이다.

엄마의 사랑과 딸의 사랑이 어떻게 이렇게 급격하게 달라진 걸까?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