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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15년만의 총리 귀환' 한덕수 커리어와 비전을 보는 시선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2.04.0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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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캠페인 때 대통령의 역할이 적재적소에 인재를 잘 등용하는 것임을 강조하다가 역풍을 맞은 적이 있다. 자신에게 모자란 부분은 인재를 중용해서 좋은 업적을 남기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여야를 떠나 보수와 진보를 넘어 실력과 전문성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그 인재론의 첫 단추를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에 한덕수 전 총리를 낙점하는 것으로 끼웠다.

보수·진보 정권을 넘나들며 40여년간 4개 정권서 고위직을 거친 호남 출신의 정통 엘리트 경제관료 출신 인사를 임기 초반 내각을 총괄하고 조정하며 5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실행에 옮길 캐비냇 리더로 선택한 배경은 통합과 협치에서 찾을 수 있다.

‘27년 검사’ 출신 윤 당선인에게 부족한 경제·통상 분야를 메울 스페셜리스트로서도 역할이 커지는 만큼 15년 만에 총리직 재지명을 받은 한 후보자의 전문분야 국정과제 수행 리더십은 청문 정국에서 ‘리셋’ 체크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에 지명된 한덕수 전 총리가 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인수위사진기자단/연합뉴스]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에 지명된 한덕수 전 총리가 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인수위사진기자단/연합뉴스]

윤 당선인은 3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한덕수 후보자는 정파와 무관하게 오로지 실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국정 핵심 보직을 두루 역임하신 분"이라며 "새 정부는 대내외적 엄중한 환경 속에서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기틀을 닦아야 하고, 경제와 안보가 하나가 된 '경제안보 시대'를 철저히 대비해 나아가야 한다"고 총리 인선을 직접 발표했다.

역대 최소 표차로 갈린 이번 대선에서 반대표에 드러난 민심을 아우르며 새 정부 출발점에서 통합에 방점을 맞추겠다는 윤 당선인의 의지는 한 후보자 출신과 경력에서 잘 읽힌다.

전북 전주 출신으로 경기고를 나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수석 졸업한 뒤 1970년 제8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관세청에서 공직 커리어를 쌓기 시작했다. 경제기획원(기획재정부),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산업부의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고, 휴직계를 내고 유학한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아 현실과 이론을 겸비한 ‘경제통’으로 평가받는다.

김대중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초대 통상교섭본부장,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뒤 노무현 정부 때는 국무조정실장,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거쳐 참여정부 마지막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국무총리 재임 당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의 기반을 닦았고, 이명박 정부에서 대미 외교·통상 전문가로 발탁돼 3년간 주미대사를 지낸 '미국통'으로도 꼽힌다.

공직에는 10년 만에 부름을 받는 것이고, 민간부문 활동을 포함할 경우 박근혜 정부 때 맡았던 한국무역협회장 이후 7년여 만이다. 민주화 이후 총리로 재기용된 인사는 김종필, 고건 전 총리 2명뿐이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역대 정부의 초대 총리는 대체적으로 통합형이었고, 박근혜 정부 출발선에서 헌법재판소장을 지낸 김용준 지명자가 아들 문제로 사퇴한 뒤 검사 출신 정홍원 총리가 기용된 적이 한 번 있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탕평 카드’로 내세운 이낙연 후보자가 야당의 집단 퇴장 사태를 맞았지만 인준 투표를 통과해 역대 최장수(2년 228일) 총리를 기록을 세우는 등 김대중 정부 때 김종필 전 총리부터 초대 총리는 모두 1년 이상 재임하며 초반 국정철학 실행을 총괄했다.

한 후보자는 국회의원 재적 의원 과반인 151명 이상 출석해 출석 의원 과반의 동의가 필요한 총리 인준에서 172석의 민주당 동의를 얻어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통합형 ‘호남 총리론’을 대놓고 반대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노무현 정부가 ‘경륜’이 부족하다는 출발 이미지를 보완하기 위해 보수 성향의 김영삼 정부의 마지막 총리였던 고건 전 총리를 초대 내각 리더로 지명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참여정부를 갈무리했던 한 후보자의 ‘경륜’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인수위 측이 ‘책임총리제’와 ‘책임장관제’를 부각하는 것도 민주당에는 압박요인이 될 수 있다.

한 후보자는 인선 발표 때 국익 외교와 국방 자강력, 재정건전성, 국제수지 흑자 유지, 생산력 높은 국가 유지 등을 중요한 국정 어젠다로 꼽으면서 책임총리제에 대해 "청와대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좀 더 내각과 장관 쪽으로 옮겨서 추진 과제에 대해 대통령으로부터 상당한 델리게이션(위임)을 갖고 추진하고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책임장관제와 관련해서 윤 당선인은 차관 인선에서 장관의 의견을 가장 중시하겠다면서 "정부는 대통령과 총리, 장관, 차관 같은 주요 공직자가 함께 일하고 책임지는 구조 아니겠나. 궁극적으로는 대통령이 책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리 인준 통과의 명분을 더욱 끌어올리는 동시에 현 정부와 차별화된 국정실행 주체로의 방향성을 선명히 하는 차원으로 분석된다. 윤 당선인 측 김은혜 대변인은 4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사실 역대 많은 정부에서 책임총리, 책임장관제를 얘기했지만 실천이 되기가 참 쉽지 않았다"며 "그게 그분들의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노력을 해도 오랜 관성과 관행을 끊어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고 저희도 새기면서 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미래’에 방점을 찍고 송곳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 대해 "국민의 관심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라고 강조한 뒤 "역대 정부에서 가졌던 이력은 중요하지 않다"며 즉시 인사청문 TF를 구성해 철저한 검증 준비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으로 바뀌는 만큼 그동안 인물난도 컸지만 ‘직업이 장관’ '직업이 총리’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과거 커리어와 청문회 통과 전력을 앞세운 내각 인선에는 선을 긋고 미래 정책역량에 초점을 맞춰 검증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정의당도 총리 인선 발표 직후 이동영 수석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과거 공직 경력을 보면 무난하고 안정적인 인사"라고 평가하면서도 "지금 필요한 것은 과거 경력이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 기후위기, 디지털 전환 등 시대적 과제에 대한 미래 비전과 해결 능력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통 경제 관료 출신으로 경제, 통상, 외교 분야에서 풍부한 경륜을 쌓은 분"이라는 윤 당선인의 소개처럼 한 후보자의 자질은 그간 국정운영에서 확인됐다. 하지만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인사청문회의 이슈가 될 수 있다. 인준을 통과하게 되면 만 72세로 역대 두 번째 최고령 총리가 되는데, 고령보다는 10년 만의 공직에 대한 비전을 확인하는 청문회가 될 공산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인수위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선을 직접 발표한 뒤 후보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인수위사진기자단/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인수위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선을 직접 발표한 뒤 후보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인수위사진기자단/연합뉴스]

그가 자유무역을 확대하는 시기에 한미 FTA 막판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한미 무역의 성과를 이어가도록 한 공로가 크지만 다시 내각을 이끌어야 하는 현재는 상황이 급변했다. “토끼는 한 평의 풀밭으로 만족하지만 사자는 넓은 초원이 필요하다”는 지론을 펼 만큼 대표적인 개방론자인 그로서는 ‘포스트 코로나’의 정책비전 제시가 중요해진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부각된 글로벌 공급망 애로로 탈세계화의 빗장이 다시 걸리는 상황에서 미국 등 주요 교역국의 리쇼어링(제조업 자국복귀) 확대 등에 맞서 수출로 지탱하는 우리 경제의 대응력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에 대한 시각을 점검받을 수 있다.

또한 최근 통상교섭 조직을 외교부로 다시 옮기느냐, 산업통상자원부에 존치하느냐를 두고 두 부처가 갈등을 빚어 인수위 측에서 경고까지 받은 상황에서 외교부에서 통상교섭의 토대를 처음 닦았던 한 후보자의 선택과 역할 범위도 질문 리스트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의 경제지론으로 볼 때 뚝심있는 실행력을 피력하면서 청문 정국을 정면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2005년 경제부총리에 취임할 때 자신을 “변화를 지향하는 합리적인 시장주의자”라며 “색깔없는 경제부총리가 되겠다”고 선언했던 만큼 기업 등 경제주체를 돕는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며 윤 당선인의 ‘시장우선’ 국정철학과 보폭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민주화 이후 총리 중 경제학 박사 학위자는 이현재, 정운찬, 한승수 전 총리에 이어 한 후보자가 네 번째가 된다. 하지만 그의 강점은 이론과 현장을 겸비했다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도 지냈던 한 후보자가 무역협회장으로 재임할 때 즐겨 쓰던 ‘우문현답’으로 청문회 예봉에 답한다면 ‘현장우선’ 원칙도 부각할 수 있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것이 그 뜻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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