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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용산시대' 접점찾기, 협조와 조건 사이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2.03.2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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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우여곡절 끝에 대선 19일 만에 청와대 만찬으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시간 51분이라는 역대 최장 시간 회동을 통해 구원을 풀고 신·구권력의 전례없는 극한 갈등을 봉합했다. 독대도 없었고 극적인 합의 발표도 없었지만 안보 공백을 이유로 청와대가 반대론을 펴온 윤 당선인의 ‘용산 집무 시대’ 구상에 대해 문 대통령이 원론적인 ‘협조’ 의사를 밝힌 것은 가장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표면적으로 간극은 좁혀졌지만 집무실 이전 예산 편성에서 전폭적인 협조를 받아 윤 당선인이 취임에 맞춰 '용산 시대'를 열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당선인 측은 ‘협조’에 방점을 찍고 새 대통령 집무실의 국방부 청사 이전에 대한 기대를 키우게 됐지만 ‘면밀한 검토’를 전제로 한 조건부 협조 약속이라는 한계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 측의 집무실 이전 의지와 기대는 회동 결과 브리핑에서 뚜렷이 드러났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만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향하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만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향하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 정권, 전 전 정권, 또 문민정권 때부터 (대통령들은) 청와대 시대를 마감하고 국민과 함께하는 시대를 열겠다고 말씀했는데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이전을 못 하지 않았나. 이번만큼은 꼭 이걸 좀 하고 싶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회동 결과 관련 브리핑을 통해 윤 당선인의 직접 발언을 인용해 사실상 유일하게 소개한 대목이다. 그만큼 집무실 이전 논의에 무게중심을 둔 강조 포인트다.

브리핑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집무실 이전 지역에 대한 판단은 차기 정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정부는 정확한 이전 계획에 따른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만찬에 배석했던 장 실장은 이전 예비비와 절차, 시기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다고 전하면서 "제가 느끼기에는 실무적으로 시기나 이전 내용은 공유해서 대통령이 협조하겠다는 말씀으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오는 5월 10일 취임과 함께 ‘용산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시기상 29일 국무회의 의결은 무리한 만큼 이제 양측이 예비비 의결을 위한 실무협상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윤 당선인 측은 예비비를 집행해 용산의 국방부가 옆 합동참모본부 건물로 옮겨가고, 대통령 집무실로 쓰일 국방부 청사와 한남동 임시관저에 대한 리모델링 작업을 완료하기까지 프로세스와 관련해 최소 6∼8주가 소요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은 바 있다.

당선인 측은 뒤늦게나마 허심탄회한 논의로 ‘협조’라는 단어가 나올 정도로 집무실 이전에 대한 거리를 좁힌 만큼 정부 이양기의 갈등이 재연되지 않도록 청와대의 전폭적인 지원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현실적으로 당선인 측에서 청와대가 납득할 만한 수준의 이전안을 제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집무실의 탈청와대를 반대한 논리가 한반도 위기 고조에 따른 안보 공백 우려였기에 여전히 취임일에 맞춰 촉박하게 이전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 ‘정확한 이전 계획’과 ‘면밀히 살펴 협조’라는 구절에 녹아들어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집무실 이전 판단은 차기 정부의 몫이라고 명확히 하면서 대립 국면에서 한발 물러서면서도 이같은 '조건'이 함께 전제된 것은 당선인 측에 시기적인 재고를 요청하며 공을 넘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 회동 주요 내용. [그래픽=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 회동 주요 내용. [그래픽=연합뉴스]

다소 이전 스케줄을 늦춘다면 예비비 의결 등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게 청와대의 스탠스로 읽힌다. 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날까지 군 통수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이전을 늦춘다면 청와대도 온전히 협조 모양새를 갖추면서 안보 공백 우려를 해소한다는 명분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이 '하루도 청와대를 사용하지 않겠다'며 국방부 청사에서 임기를 시작하지 못할 경우 현재 쓰고 있는 통의동 사무실에서 국정과제를 처리하겠다고 배수의 진을 친 터라 양측 실무진의 해법 모색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이전 시기를 늦추는 당선인 측의 입장 변화가 없이 평행선 실무 협상이 이어질 경우 청와대의 선택지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판단이라면 마냥 예비비 의결을 거부하기도 부담스럽기에 '미완의 협조'에 그치게 될 공산이 큰 것이다. 회동에서 약속한 ‘협조’의 틀은 유지하는 모양새만 갖추면서 용산 이전 비용 대신 통의동 사무실 마련 비용을 담은 예비비를 편성하는 방안과 인수위가 신청한 496억원의 예비비를 원안대로 받아들이는 방안 정도로 좁혀진다.

이번 청와대 회동이 초유의 신·구권력 간 '치킨게임'으로 비치면서 높아진 국민적 불안을 해소한 데 의미가 큰 만큼 ‘통 큰 예비비 합의’로 국민화합적인 정부 이양을 이뤄낼지는 이제 실무진의 상향식 접점찾기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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