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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용병반란과 정치혼란이 세계경제에 미칠 파급력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06.2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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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각국 중앙은행의 집중적인 통화 긴축에도 불구하고 가격안정 회복을 위한 여정의 마지막 구간이 가장 힘들 것이다."

세계 중앙은행 연합기구인 국제결제은행(BIS)은 25일(현지시간) 내놓은 연례 경제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고착화 우려와 관련해 기준금리 인상이 가장 어려운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BIS 사무총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세계 경제는 중요한 시점에 있다. 엄중한 문제들을 해결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분석으로 40여년 만에 전 세계적으로 확산한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지구촌에서 470회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진 가운데 글로벌 경제가 경기 침체를 유발하지 않고 역착륙할 가능성도 있지만, 여전히 많은 위험에 대처해야 한다는 경고다.

무장 반란을 일으킨 지 하루 만에 벨라루스로 회군한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사진=AP/연합뉴스]
무장 반란을 일으킨 지 하루 만에 벨라루스로 회군한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사진=AP/연합뉴스]

각국의 공격적인 정책금리 인상에도 현재까지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으로 지난해 심각하게 훼손됐던 공급망이 회복되고 원자재 가격도 하락한 덕에 나타난 현상이라는 게 BIS의 기본적인 시각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급증이 광범위한 금융 취약성과 공존하고 있다는 점, 식지 않는 노동시장과 높은 서비스 물가로 인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높아져 임금-물가의 상승 악순환 위험성을 키우고 있는 점에서 추가적으로 면밀한 리스크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금리 인상기의 마지막 구간에 접어드는 시점이지만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나 기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끈적끈적한 상태이기에 이제부터가 더 어려운 대응 단계라는 진단이다.

이렇듯 강도 높은 통화긴축을 통해 고물가를 잡아 위축된 경기의 회복을 서두르려는 중앙은행들의 마지막 정책 노력이 어렵게 방향을 잡아가는 가운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다시 키우는 러시아발 돌발 악재가 발생, 그 파급력에 대한 경계심리를 키운다.

전대미문의 러시아 ‘용병 반란’으로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점차 진정됐던 에너지·원자재 공급 불안이 되살아나 인플레이션 대응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최전선에서 작전을 수행해 왔던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이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등 러시아군 수뇌부가 자신들을 공격했다는 이유로 이들의 처벌을 요구하며 24일 무장 반란을 일으켰다. 이들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200km 앞까지 진군했다가 벨라루스로 회군했다. 중재에 나선 벨라루스가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가로 반란 사태 하루 만에 러시아군과의 정면충돌을 피한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쿠데타로 규정하고 프리고진에 대한 체포령을 내렸지만, 회군 발표 이후에는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에 피신설까지 난무하는 상황이다. ”처벌은 없을 것“이란 크렘린 궁의 입장 표명에는 ‘적전분열’을 피하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러시아 내부 혼란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료에 대한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무장반란 동선 [그래픽=연합뉴스]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무장반란 동선 [그래픽=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5일 CNN, ABC 등과 인터뷰에서 이번 반란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푸틴 대통령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바그너 전사들이 푸틴 대통령에게 전례 없는 도전을 함으로써 그의 지도력에 새로운 ‘균열’이 드러났으며, 러시아 군대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반격을 도울 수 있는 방식으로 푸틴을 약화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푸틴이 대응해야 할) 혼란이 앞으로 며칠, 몇 주 간 더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반란 사태가 전황에 영향을 미쳐 2차 대전 이후 첫 유럽전쟁의 종료를 앞당긴다면 세계 경제에도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불러오겠지만, 상황은 단순하지 않다. 프리고진의 반란에도 시민들의 반대가 뚜렷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철옹성 같던 푸틴 대통령의 리더십에 금이 가기 시작한 만큼, 권력 암투가 이어질 경우 급격한 내부 혼란 여파로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스트롱맨‘ 푸틴이 23년 권좌를 지키며 억눌러왔던 민의가 분출할 경우 지도체제의 급변사태로 정치·경제가 흔들리고 러시아발 지정학적 리스크는 최악으로 요동칠 수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번 용병반란 사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니콜라 마리넬리 리제츠대학 재무 조교수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히 러시아 내부 권력 투쟁의 최종 결과에 달려 있다“며 ”전쟁의 조기 종식으로 이어진다면 단기적으로 시장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최대 인터넷 증권사 인터랙티브브로커즈의 스티브 소스닉 수석 전략가는 ”(서방의) 러시아 금수 조치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전히 ​​중국과 같은 우호적인 국가에 많은 원자재를 판매하고 있다“며 ”유가와 기타 주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CNN은 ’러시아의 혼란이 세계 경제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이유‘를 분석하면서 “무장 반란은 현재 진정됐지만 23년 만에 푸틴의 권위에 대한 가장 심각한 도전은 여전히 ​​혼란과 변화의 시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식량 공급망의 혼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카타르 외무부는 반란 사태에 대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상황이 고조되면 국제 안보와 평화는 물론 식량과 에너지 공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 세계 10위 경제권에서 밀려났지만 지난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서방의 제재에도 세계에서 정상권의 에너지 공급국으로 남아 있는데, 정치적 혼란이 이어질 경우 원자재 시장의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

러시아 타타르스탄공화국 원유 생산시설. [사진=타스/연합뉴스]
러시아 타타르스탄공화국 원유 생산시설. [사진=타스/연합뉴스]

원자재 시장 분석기업 케플러의 매트 스미스 미국 석유 애널리스트는 “쿠데타 시도는 불확실성을 가져올 뿐이며 이는 더 높은 가격으로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국제 유가인 미국 서부텍사유(WTI)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한 달도 안 돼 배럴달 123.70달러까지 치솟은 뒤 지난해 마지막 날 80.26달러를 거쳐 지난 3월 17일에는 66.74달러로 연중 최저치를 찍었고, 최근에는 70달러를 밑돌고 있다.

CNN은 내전과 내부 정치적 투쟁이 어떻게 에너지 수출을 파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경고를 리비아와 베네수엘라 사례에서 찾았다. 미국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하루 170만배럴을 유지하던 리비아의 석유 생산량은 2020년 36만5000배럴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 외교관계위원회의 분석으로는 세계 최대 원유 매장국인 베네수엘라의 생산량도 같은 해 수십 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러시아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1000만배럴 수준으로 지구촌 수요의 10%를 떠맡고 있고, 일일 원유 수출량은 800만배럴에 달한다. 그만큼 러시아발 리스크는 국제 유가 재급등을 불러 각국의 수입물가를 자극, 글로벌 인플레이션 재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CNN이 자칫 러시아가 ’제2의 베네수엘라‘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 이유다. 아울러 러시아의 정치적 혼란으로 곡물·비료같은 다른 상품들의 수출마저 제한되면 가격 급등을 부를 수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지구촌의 에너지와 식품 가격은 치솟았고 미국·유럽을 비롯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심화시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8%로 러시아의 침공 이전 전망치(4.2%)에 비해 4.6%포인트나 뛰며 '더블링'의 파급력을 낳았다. 동유럽 전쟁 16개월 만에 불거진 러시아발 반란사태와 정치적 혼란은 '글로벌 인플레이션과의 전쟁' 종식에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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