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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훈의 이야기力] 수십 년째 들은 기후위기, 그런데 왜 또 기후위기인가? (上)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4.13 08: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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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 시력, 청력, 근력, 정신력…. 사람이 지닌 힘의 종류는 많습니다. 여기서 잠깐, 그럼 여러분의 '이야기력'은 어떤가요? 이야기력은 '내가 지닌 이야기의 힘'을 뜻합니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쌓아왔고, 어떤 이야기를 꿈꾸며, 또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여지훈의 이야기力]은 “좋은 이야기가 좋은 세계를 만든다”는 믿음 아래, 차근하고도 꾸준히 좋은 이야기를 쌓고 나누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편집자 주>

환경오염. 지구온난화. 기후변화.

국내에서도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교과서나 다양한 미디어 매체를 통해 들어온 말이다. 인간의 무분별한 행위로 당장이라도 세계가 멸망할 것처럼 말하는 그 무수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예나 지금이나 세상은 여전히 큰 문제 없이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잠깐. 정말 그런가?

미국 국립빙하센터(USNIC)는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남극에 있는 빙산 C-38이 C-38A와 C-38B 두 개로 분리된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C-38은 이미 수년 전부터 융해되기 시작한 콩거 빙붕의 거의 모든 부분을 구성하던 빙산이었다.

CNN 보도에 따르면, 면적 1191㎢로 로스앤젤레스 크기에 버금가는 콩거 빙붕은 지난달 15일 남극대륙 기온이 이례적으로 따뜻해졌을 때 붕괴됐다. 당시 측정된 기온은 평년보다 40°C 이상 높은 영하 12°C까지 치솟았다.

이번 빙붕의 붕괴가 중요 사건인 이유는 빙붕의 역할 때문이다. 빙붕은 남극대륙과 연결돼 있으면서 바다 위에 떠 있는 거대한 얼음덩어리를 말한다. 대개 바다와 맞닿은 부분에서는 빙붕이 부서져 빙산을 형성해 나가지만, 내륙으로부터 빙하가 계속 흘러와 얼음을 공급하므로 빙붕 전체의 크기는 일정하게 유지되는 게 보통이다.

빙붕은 남극대륙 쪽으로 접근하는 난류를 막아 빙하의 형태를 유지하는 동시에, 대륙 위 빙하가 바다로 흘러내리는 것을 막아 해수면 상승을 억제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번처럼 빙붕이 붕괴될 경우, 빙하 이동 속도가 빨라져 해수면 상승이 가속화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록 콩거 빙붕 자체는 큰 편이 아니지만, 과학자들은 이번 사건이 기후위기로 초래될 앞날의 예고편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지난 40년간 주로 남극대륙의 서남쪽에서 빙붕 붕괴가 일어난 것과 달리, 이번 사건이 남극대륙의 동남쪽에서 발생했다는 점이 더 큰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일반적으로 남극대륙의 동남쪽은 서남쪽에 비해 기온이 낮기 때문이다.

지난달 남극에 있던 콩거 빙붕이 붕괴됐다. [사진=미국 국립빙하센터(USNIC) 사이트에서 캡처]
지난달 남극에 있던 콩거 빙붕이 붕괴됐다. [사진=미국 국립빙하센터(USNIC) 사이트에서 캡처]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이 피부로 와 닿지 않는다면 다음 내용을 보자.

유엔 아동권리기구인 유니세프는 지난해 8월, 전 세계 아동이 기후 비상사태로 인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0억명에 달하는 아동이 가뭄, 폭염, 식량 부족, 질병 등 복수의 기후위기 아래 놓인 수십 개의 개발도상국에 살고 있었다.

8억2000명에 달하는 아동이 폭염 위험에 노출돼 있었고, 아동 7명 중 1명은 홍수 위험에 처해 있었다. 또 20억명의 아동은 심각한 대기오염에 직면한 상태였다. 그리고 이러한 기후위기를 초래한 주범은 현대에 들어와 배출량이 가파르게 급증한 온실가스였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들 아동의 위기가 가장 심각한 상위 10개국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고작 0.5%에만 책임 있는 국가라는 사실이었다. 현대화가 가장 느리게 진행된 개발도상국 아동들이 전 세계의 현대화로 인해 초래된 부정적 결과를 가장 많이 감수하는 셈이었다.

그러나 선진국 아동이라고 해서 위험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었다. 전 세계 아동 중 절반 가까이가 복수의 기후위기에 노출돼 있었고, 지구상 거의 모든 아동이 폭염과 대기오염 등 적어도 하나 이상의 기후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당시 헨리에타 포레 유니세프 총재의 말대로 "사실상 영향을 받지 않는 아이는 아무도 없었다."

지난해 여름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닥친 산불을 기억하는가. 당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주 역사상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산불 '딕시'가 발생했다. 지난해 8월 기준 미국 전역에서만 3만9000여건의 산불이 발생해 1만4000㎢가 넘는 면적을 전소시켰다. 캐나다에서도 지난해 봄부터 여름까지 산불로 5800㎢의 면적이 불탔으며, 그리스, 터키, 이탈리아, 러시아에서도 대형 산불로 사상자가 속출했다.

그뿐일까. 독일 국립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독일과 그 인근 지역에는 평소라면 2개월간 내렸을 법한 규모의 강우가 단 이틀 사이에 쏟아졌다. 당시 내린 폭우로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 여러 국가가 조기 경보를 발령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기존 배수 시스템을 한참이나 넘어선 강우가 여러 지역에서 동시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딕시'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 [사진=연합/UPI]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딕시'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 [사진=연합/UPI]

 

지난해 7월 독일에서 발생한 홍수 [사진=세계기상기구 제공]
지난해 7월 독일에서 발생한 홍수 [사진=세계기상기구 제공]

하나 더. 지난해 7월에는 북극 기온이 급등하면서 그린란드의 얼음이 급속도로 융해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지난해 7월 27일 그린란드에서 하루 동안 융해된 얼음 양은 최근 10년간 발생한 융해 중 세 번째로 큰 규모였다. 잘 가늠이 안 가는 이를 위해 비유하자면, 그날 하루 동안 녹은 얼음 양은 미국 플로리다주(면적 17만300㎢) 전체를 5cm가량 물로 덮을 만한 양이었다.

국제 저널 빙권(Cryosphere)에 실린 최근 연구에 따르면, 1990년대 중반 이후 지구는 28조톤이라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얼음을 소실했다. 그리고 그 중 대부분이 그린란드 빙상을 포함한 북극 지역에서 진행됐다. 그린란드는 2019년 한 해에만 5320억톤의 얼음을 바다에 흘려보냈으며, 그 결과 지구 해수면은 1.5mm 영구적으로 상승했다. 많은 빙하연구원은 금세기 말까지 지구 해수면이 2~10cm 상승할 것이며, 이로 인해 전 세계 해안 도시가 해일 범람에 취약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 융해가 가속화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 융해가 가속화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외에도 세계 각지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폭염, 산불, 가뭄, 폭우, 홍수, 녹조가 발생해 수많은 사상자와 재해민이 속출했다.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선진국에서조차 그동안 갖춰온 인프라와 재난대응시스템이 날로 극심해지는 기후위기에 얼마나 무력한지 드러내 보였다.

사실 세계 각국은 사태의 심각성을 오래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다. 세계가 그동안 사태 해결에 무심했던 것은 아니다. 일찍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깨달은 세계는 지난 수십 년간 기후변화를 방지하거나 완화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오존층 파괴물질에 대한 규제를 목적으로 한 '몬트리올 의정서'(1987년), 전 세계 197개국이 온실가스 규제를 위해 비준한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기본협약'(1992년), 탄소 배출국에 대해 법적 구속력을 지닌 최초의 기후 조약 '교토의정서'(2005년), 세계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2°C 상승하는 것을 방지하고 1.5°C 이하로 유지하기로 협의한 '파리기후변화협약'(2015년)까지.

특히 최근의 파리기후변화협약은 2020년 시효가 만료된 교토의정서를 대체해 2021년부터 적용된 신(新)기후체제다. 일부 선진국 중심의 하향식 감축 목표를 설정했던 교토의정서와 달리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모두 참여해 상향식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이행하는 방식이다. 다만 산유국인 이란, 이라크, 리비아, 예멘 등 일부 국가는 당시 파리기후변화협약을 따르는 데 찬성하지 않았다.

협약에 따라 세계 각국은 각자의 사정을 고려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로 불리는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자발적으로 설정하고 이를 공식화하기로 했다. 또 글로벌스톡테이크(Global Stocktake)로 불리는 프로세스를 통해 5년마다 NDC 달성을 위한 종합적인 진행 상황을 평가·검토하기로 했다. 첫 번째 평가는 2023년에 진행될 예정이다.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미국은 2020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임 기간에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해 세계적으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다행히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재임한 즉시 재가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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