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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커리큘럼] 행복이라는 이름의 파랑새를 찾아서(上)

  • Editor. 정태겸 객원기자
  • 입력 2022.04.25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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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고행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생 고행자입니다. 살다보면 온갖 역경과 좌절과 함께 고행의 소용돌이로 빠져듭니다. 그러면서 깨닫는 것도 늘어납니다. 인생커리큘럼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해하고 깨쳐야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픈 만큼 성장한다고 하죠. 그 성장을 위해 우리의 고민과 아픔, 상처를 그대로 마주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업다운뉴스 정태겸 객원기자] #카페 안 : 행복의 소리

나는 혼자 카페에 가 커피 마시며 책 읽고, 책이 재미없으면 사람들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사람들 이야기 소리를 멍하니 듣고 있다 보면 ‘행복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많은 동물이 자신만의 의사소통 체계를 갖고 있고, 그중 하나가 바로 ‘소리’다. 인간은 언어로 대화하지만, 대화는 소리로 전달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잘 듣지 못하더라도, 목소리 크기나 톤만으로도 어느 정도 대화 분위기 파악이 가능하다. 실제 우리가 목소리를 내는 신경은 뇌간과 변연계에 존재한다. 그리고 이 부위는 우리 감정과 큰 관련이 있다.

카페 안에 자리 잡고 앉아 있으면, 무수히 많은 소리가 들려온다. 하하 호호 웃는 소리부터 도란도란 대화 나누는 소리까지, 친밀한 관계의 사람들이 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정확한 내용을 듣지 못했지만 소리만으로도 사람들의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대화는 그저 ‘당신과 함께 있어 행복해요’라는 소리를 내기 위한 수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평소에 ‘소비’ 혹은 ‘돈’이 행복이라고 생각하곤 하지만, 행복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정태겸 객원 기자]
[사진 =정태겸 객원 기자]

■ 행복이란 무엇일까?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행복이란 무엇일까? 당신은 행복을 무엇이라고 정의하고 있는가?

인간이라는 종의 행복의 보편적 특성에 대한 많은 연구결과가 있다. 이 연구결과들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행복이란 ‘생각이 아닌 경험’이라고 한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 겸 심리학자인 대니얼 카너먼의 연구에 따르면 행복이란 대체로 생물학적이며 관계 중심적이다. 대니얼 카너먼은 행복 요인을 ▲신체적 안녕 ▲웃음의 공유 ▲대화의 공유 ▲목적의 공유 ▲성적 즐거움의 공유라고 주장한다. 신체적 안녕을 제외한 4가지에는 ‘공유’가 들어있다. 즉 타인을 필요로 한다는 말이다.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는 자신의 저서 ‘뇌 속에 또 다른 뇌가 있다’에서 행복에 대해 “우리의 뇌를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다른 사람들입니다. 우리의 뇌는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관계를 나누기 위해 진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내가 카페에서 들은 친밀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소리는, 정말 행복의 소리였던 것이다. 단지 몰랐을 뿐, 행복하기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쉬운 것은 아닐까.

벨기에의 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가 지은 동화 ‘파랑새’에는 파랑새를 찾아 헤매는 남매가 나온다. 오로지 행운의 파랑새를 찾기 위해 여러 장소를 방문하고, 많은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알고 보니 파랑새는 바로 곁에 있었다. 자신들이 키우는 비둘기가 바로 파랑새였다.

이 동화는 두 가지 메시지를 던진다.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는 것, 그리고 행복을 알기 위해서는 헤매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한국 사회도 행복을 알기 위해 또는 찾기 위해 열심히 헤매는 중이다.

[이미지 = 연합뉴스]
[이미지 = 연합뉴스]

■ 소확행부터 욜로, 플렉스까지, 변화하는 행복의 트렌드

소확행(소소하고 확실한 행복)부터 욜로(YOLO, You Only Life Once), 플렉스(Flex)까지, 우리 사회는 다양한 형태로 행복의 트렌드를 맞고 있다.

소확행은 1986년 발행된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랑게르한스 섬의 오후’에서 처음 쓰였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을 때,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정리된 속옷을 볼 때 느끼는 행복과 같이 바쁜 일상에서 느끼는 작은 즐거움을 뜻한다.

소확행이 가장 인기를 끌었던 시기는 2018년 전후다.

취업포털 사이트 인크루트가 두잇서베이에 의뢰하여 남녀 291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28.8%로 2018 올해의 유행어 1위를 차지했다.

소확행과 비슷한 시기에 떠오른 또 다른 것은 욜로다.

욜로란 단어가 국내에 처음 등장한 건 2014년이다. 힙합그룹 ‘매드타운’이 데뷔곡 ‘욜로’를 발표했다. 이듬해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욜로를 언급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안)’를 홍보하기 위한 유튜브 영상에서 “욜로 맨(Yolo, man)”이라고 발언했다. 젊은 세대와 소통하려는 의도였다.

욜로가 트렌드가 된 건 2017년 전후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자신의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17’에서 새해 트렌드로 ‘욜로 라이프(YOLO Life)’를 소개했다. 이후 욜로는 본격적으로 미디어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저축 불가, 순간을 산다” “한번뿐인 삶, 즐기자” 등이 욜로를 표상하는 대표적인 문구다.

당시 욜로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실제로 취업포털 사람인이 2017년 ‘욜로 인식’에 관해 조사한 결과, 전체의 84.1%가 “욜로족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 이유는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서(60.7%)” “자기 주도적으로 살 수 있어서(55.4%)” 등을 꼽았다.

최근 주목받는 단어는 플렉스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플렉스 소비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힙합 문화에서 온 플렉스란 단어는 ‘부나 귀중품을 과시하다’는 의미의 속어로 1992년에 래퍼 아이스 큐브가 자신의 노래 ‘Down for whatever’에서 사용했다. 한국에서는 2010년대 후반부터 언에듀, 기리보이, 염따 등의 힙합 가수들의 영향으로 유행하게 됐다.

본래는 다소 부정적일 의미로 사용됐으나, 점점 언론이나 유행어 화자들 사이에서 통용되면서 ‘본인에게 명품 혹은 (평소 살 수 없는) 비싼 걸 투자하여 자기 가치를 살리다’는 뜻으로 확장됐다. 어찌 보면 MZ세대 사이에서 점차 재화뿐 아니라 서비스, 복리후생의 가치도 중시하기 시작한 소비문화 현상을 대변하는 용어라고도 볼 수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가 이야기하는 행복의 형태는 전반적으로 소비의 형태를 일컫고 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사이에 이 같은 트렌드들은 ‘행복’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모니터’가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에게 ‘욜로족의 삶을 지향하는지(이하 2021년 기준)’를 물어본 결과, 20대의 55.2%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2017년 같은 조사의 응답률이 75.6%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4%포인트가 줄어든 셈이다.

30대 역시 같은 기간 66.4%에서 59.6%로 떨어졌다. 욜로 트렌드가 ‘상업적으로 이용된다(63.0%)’ ‘과소비하도록 만든다(53.6%)’면서 비판적 관점을 내비친 응답자도 적지 않았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행복 찾아 헤매고 있지만, 그다지 행복하지는 않은 듯하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사진출처 = 픽사베이]

■ 우울증부터 자살까지, 불행한 한국

지난해 방영된 ‘알아두면 쓸데있는 범죄 잡학사전’(알쓸범잡)에 출연한 오은영 박사는 자살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상실감’을 꼽았다. 재산·사람·건강·명예 등을 상실했을 때, 이 상실감이 ‘우울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울증은 자살 제1원인으로 손꼽힌다.

OECD가 발표한 2020년 우울증 유병률에서도 한국은 1위(36.8%)를 차지했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10년간 우울증 의사진단 경험률은 약 4%에 불과했다. 즉, 우울해도 병원에 가 치료받지 않는다는 말이다. 특히 20·30대가 성별 불문하고 병원에 방문하지 않는 경향이 컸다. 30대 남성의 경우 우울증 진단율은 1.4%에 불과했다. 반면 우울증 수치는 20대(9%), 30대(7.4%), 40대(6.1%), 50대(4.4%), 60대(3.9%), 70대(2.9%) 순으로 젊을수록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높은 우울중 유병률은 자살률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자살률은 OECD 평균 2배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2020년 한국의 자살 사망자 수는 총 1만3195명으로 하루 평균 36.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살은 암, 심장 질환, 폐렴, 뇌혈관 질환에 이어 전체 사망의 4.3% 비중을 차지하며 한국인 사망 원인 중 5위를 차지했다.

OECD 국가 간 연령 표준화 자살률(국가 간 연령구조 차이를 제거한 표준화 사망률 개념)을 보면 한국은 23.5명으로 OECD 38개국 평균인 10.9명의 2배가 넘는다. 비교 대상 국가 중 자살률이 20명대인 국가는 한국을 제외하면 리투아니아(21.6명)가 유일하다.

“희망이 없는 곳이 지옥이다.”

니체가 자신의 저서 ‘신곡’에서 한 말이다. 어찌 보면 자살한 이들은 도저히 빠져나갈 곳이 보이지 않는 지옥을 탈출하고자 최후의 선택을 한 건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자살은 그 사회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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