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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커리큘럼] 행복은 생각보다 더 가까이 있다(下)

  • Editor. 정태겸 객원기자
  • 입력 2022.04.25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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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정태겸 객원기자] #젊음의 거리, 홍대 : 돌아온 일상과 행복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만남이 통제될 때랑 비교해 행복하세요?”

“네. 그동안 사람도 만나기 힘들고 무서웠는데 오래간만에 나와서 바람도 쐬고, 공연도 보고 하니 더 행복해요.”

4월의 어느 토요일 저녁, 홍대 거리에는 젊은이들로 가득했다. 마스크를 쓴 것만 제외하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간 듯 인산인해다. 춤추며 버스킹 하는 사람들 주변으로 인파가 가득하다. 지난 3월 30일, 1년 4개월여만에 길거리 공연이 살아나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다.

나는 MBTI 검사를 하면 I(내향인)라고 나온다. 그리고 I답게, 주말 저녁의 홍대를 좋아하진 않는다. 하지만 막상 행복이라는 주제에 대해 취재하려고 하니 막연히 떠오르는 곳은 젊음의 거리라고 불리는 장소, 홍대였다.

되살아난 홍대의 거리공연. [사진 = 정태겸 객원 기자]
되살아난 홍대의 거리공연. [사진 = 정태겸 객원 기자]

홍대 거리를 돌아다니는 내내 사람들의 표정을 유심히 관찰했다. 마스크에 가려 눈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대다수 사람의 눈은 웃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고 나오니 행복한지”물었고, “친구와 함께 놀 수 있어 행복하다”, “스트레스가 풀리고 재미있다”, “다시 이렇게 놀 수 있어 행복하다”와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전염병으로 인해 많은 것을 잃었다. 직장을, 안전을, 그리고 타인에 대한 신뢰까지 잃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타인이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왔고, 격리로 인한 불안과 코로나 우울이 여기저기서 발생했다.

다른 한편으론 그동안 당연시했던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다. 마스크 없는 얼굴로 숨 쉬는 일, 인파 속으로 거침없이 뛰어드는 일, 얼굴을 마주하며 이야기 나누는 일까지.

긴 터널의 끝, 우리가 당연시 생각했던 일상이, 그리고 그 안의 행복들이 돌아오고 있었다.

 

[이미지 = 연합뉴스]
[이미지 = 연합뉴스]

■ 행복, 변치 않는 인류의 지상 최대의 과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동화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단골 멘트다. 많은 동화들의 결말에는 ‘행복’이 담겨있다. 또한 아리스토텔레스는 인생의 궁극적 목적은 행복이라고 했을 정도로, ‘행복하게 살기’는 인류의 지상 최대의 과제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진정 행복할까?

2022년도 세계 행복 순위가 발표됐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는 지난 3월 ‘2022 세계 행복보고서’를 공개했다. 행복지수는 나라별로 1000명의 시민에게 삶의 만족도를 물은 갤럽의 월드 폴(World Poll)을 바탕으로 구매력 기준 국내총생산(GDP), 기대수명, 사회적 지지 등 6가지 항목의 3년 치 자료를 분석해 산출한다.

우리나라의 종합 순위는 146개국 중 59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구매력 기준 국내총생산과 기대수명에서 비교적 높은 수치를 기록했지만, 나머지 항목에서는 낮은 평가를 받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만 추려보면 최하위권에 속한다.

주요 국가별로 보면 핀란드가 1위이고, 덴마크 아이슬란드 스위스 네덜란드 등 유럽의 강소국들이 최상위 국가군을 형성하고 독일(14위), 미국(16위), 영국(17위), 프랑스(20위) 등 G7 국가군이 그다음을 잇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유사한 54위로 랭크됐다. 30위권에 포함된 국가의 면면을 보면 일반적으로 선진 복지국가로 인식되는 국가들임을 알 수 있다.

 

[이미지 =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2022 캡처]
[이미지 =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2022 캡처]

■ 행복, 돈으로 얼마나 살 수 있을까?

“행복을 돈을 주고 살 수 있는가?”

행복조사에서 가장 빈번하게 제기되는 질문이다. 갤럽과 건강 단체 헬스웨이가 매일 미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공동 조사한 행복지수 조사에서 나온, 45만 개가 넘는 답변 분석은 이에 대해 대답을 제공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유함은 인생 만족도를 높여줄 수 있지만 행복 경험을 개선해주진 못한다.

돈과 만족감의 관계는 우리나라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신한은행은 전국 경제활동인구 1만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기초로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2022’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과 재산이 많을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다. 이 조사에서 주관적으로 느끼는 삶의 질을 정량화하기 위해 ▲마음의 여유 ▲즐거움 ▲걱정·우울 ▲스트레스·피곤 ▲자기계발 ▲성취감 ▲미래모습 기대 ▲금전적 목표달성 가능성 총 8개 문항을 조사했다. 이 점수를 합산해 응답자를 5등급으로 나눠 삶의 질이 높은 그룹과 낮은 그룹을 비교했다.

그 결과 만족감이 높은 집단일수록 총자산이 많고 월평균 가구 총소득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상위 집단의 평균 총자산은 7억6119만원이고 월평균 가구 총소득은 609만원인 반면 최하집단의 평균 총자산은 2억8598만원이고 총소득은 356만원이었다. 나머지 중간의 세 그룹도 역시 소득과 자산이 많을수록 삶의 질에 대한 만족도도 비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소득의 증가할수록 행복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바로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s paradox)이다. 이는 미국 팬실베이니아대학 리처드 이스털린 교수의 1974년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연구에 따르면 일본은 1950년에서 1970년 사이에 소득이 7배나 늘었지만 더 행복해졌다는 응답은 줄었다.

이스털린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소득이 일정수준에 도달해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면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행복=돈’ 이라는 공식이 성립되지 않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인류의 역사를 하루로 치환해 생각한다면 자본주의 시간은 5분도 채 되지 않을 테니 말이다.

물질적인 부분이 행복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있을지언정, 행복 그 자체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행복해지는 방법은 뭘까?

 

[사진 = 정태겸 객원 기자]
[사진 = 정태겸 객원 기자]

■ 파랑새를 찾는 법

어느 순간 우리에게 행복은 조금은 가시적이고 거창한 것이 돼 버렸다. 외제 차, 좋은 집, 해외여행 등과 같이 말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우리 행복에 정말 필요할까? 정말 우리가 행복하기 위한 조건이 외제 차나 해외여행이 될 수 있을까?

“우리는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심리학자 라캉이 자신의 저서 ‘욕망 이론’에서 한 말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을 비롯해, 당신의 부모, 반려자, 자녀, 친구들까지. 모두가 지니고 있을, 어떠한 욕망은 결국, 타인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것. 즉 자의에 의한 욕망이 아니라는 것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행복해지기 힘든지도 모른다. 내 욕망은 그대로 내버려 둔 채, 타인 욕망이 나의 욕망이라고 착각하니까.

은유 작가가 자신의 저서 ‘글쓰기의 최전선’에서 “어떤 게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자기 욕망과 능력을 알아가면서 자기만의 행복을 만들어가기보다 행복이라고 이미 규정된 사회적 모델을 추구한다. (…) 무작정 행복만 원하지, 정작 어떤 삶이 행복한 삶인지에 대한 물음은 없다는 것이다. 행복이 무엇인지 묻지 않고 행복만을 바랄 때 벌레처럼 삶을 파먹는다”고 지적했다.

결국 우리는 욕심이 많은 것이 아니라, 욕심 자체를 모르는 것 아닐까.

실제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다.

국내에서 최초로 ‘행복’을 연구한 서은국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해 “행복은 인생의 목적이 아니라 수단과 도구다. 또 강도보다는 빈도가 중요하다”면서 “조금 더 많이 자고, 조금 더 많은 시간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라”고 조언한다.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는 저서 ‘아주 보통의 행복’에서 “행복은 그저 일상의 삶을 잘 살아가는 것이다. 밥을 먹고, 일을 하고, 대화를 나누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사소함 속으로 더 깊이, 온전히 들어가는 것이 행복”이라고 조언한다.

[사진 = 정태겸 객원 기자]
[사진 = 정태겸 객원 기자]

인류가 수십만 년간 행복을 느껴온 방식은 더 많은 재화를 방구석에 모아두며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음식을 나눠먹으며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이 같은 행위에 행복을 느끼는 유전자를 가진 인류가 살아남았고, 수십만 년 동안 전달됐다. 수천, 수만 세대 동안 이 같은 행위에 행복을 느끼던 인류가, 불과 몇 세대 만에 변할 리 없다.

혹독한 자연환경 속에서 불완전하고 나약한 사피엔스가 선택한 생존법은 ‘공존’이었고, 인간이 행복감을 느끼는 핵심은 ‘다른 사람’인 것이다. 당신이 사랑하는 가족, 친구, 연인을 포함한 누군가가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우리는 이미 충분히 행복할 준비가 돼 있다.

 

■ 글쓴이는? – 집에서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고 따듯한 차 한 잔 마시며 글 쓰고 책 읽는 게 가장 즐거운 I(내향인)이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절대 먼저 보자고 하지 않고, 주말 중 하루는 꼭 집에서 재충전 시간을 가져야만 한 주가 평화롭게 흘러간다.

■ 취재후기 – 타인의 행복을 이해해 보고자 평소 가장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시끄럽고 사람이 북적이는 공간을 방문했다. 하지만 생기가 넘치는 공간은 의외로 큰 즐거움으로 다가왔고, 취재를 위해 돌아다니는 동안 내내 웃음 짓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자신을 보며 나 스스로에 대해 일정 부분 오해가 있었음을 깨달았다. 내가 싫어하는 것은 타인이 아니라, 타인으로 인해 제한된 심리적 자유였음을.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마주보며 대화 나누는 걸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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