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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산 선암사 뒤깐에서 누리는 호사체험!

  • Editor. 이서준 기자
  • 입력 2022.04.2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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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서준 기자] 전남 순천 조계산 동쪽 자락에 있는 선암사는 봄에 겹벚꽃,진달래,철쭉 등이 다양하게 피어 여행지로 인기가 높다. 선암사 풍경의 가장 큰 특징은 인위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의 조화다.

계곡을 가로지른 승선교(보물)를 필두로 가람 건물과 3층석탑, 절 뒤편 야생차밭을 지나 조계산 편백숲으로 이어지는 천년불심길은 방문자의 영혼을 한껏 맑게 하는 힐링 로드다.

그런데 전국의 수많은 사찰과 다르게 선암사에서만 볼 수 있는 친환경적·자연적인 볼거리가 또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뒤깐’이다.

선암사 뒤깐.
선암사 뒤깐.

 

일반적으로 절에서 화장실은 근심걱정을 덜어낸다는 뜻에서 해우소라고 부른다. 그러나 선암사에서는 재래식 화장실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뒤깐이다.

‘똥간’으로 해도 되겠지만 그건 너무 적나라해서 그보다 수위가 약간 낮은 이름을 택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이름이다.

화장실을 일컫는 명칭은 변소, 뒷간, 칙간(측간), 정랑, 잿간, 북수간, 통시 등 꽤 다양하다. 뒷간이라고 한 이유는 화장실이 대개 살림채 뒤쪽에 별채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뒤를 보는 곳, 즉 똥을 싸는 장소라는 뜻도 내포됐다.

선암사 뒤깐은 앞면 6칸, 옆면 4칸 규모의 丁(정)자 형태의 목조건물로 1920년 이전에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불편하게 쪼그려 앉아서 일을 봐야 하는 화장실이지만 건축미와 기능성, 친환경성 등은 꽤 우수하다.

선암사 뒤깐.
선암사 뒤깐.

 

지붕은 기와로 이었고, 옆쪽은 맞배지붕으로 지었는데, 바람을 막기 위해 붙인 풍판의 이음새와 하단부의 곡선 마무리가 상당히 우아하다.

내부에는 남녀 구간이 양옆으로 나뉘어 있다. 자연지형을 이용해 통풍이 잘 되게 하고 냄새를 획기적으로 줄인 설계공학이 돋보인다. 항문을 떠난 변이 바닥에 떨어질 때까지 한참 걸린다는 농담에는 다소 일리가 있다. 변기 아래쪽 공간이 넓다.

바깥바람이 시원하게 들어오는 변소에 앉아서 볼일을 보노라면 식욕,수면욕,배설욕 등 인간생존을 위한 본능의 한 축을 차지하는 욕망이 통쾌하게 해소되고 세상시름이 한꺼번에 해소되는 느낌이 든다.

특히 날씨가 온화한 봄여름에는 바람이 엉덩이를 스치고 지나기 때문에 상쾌한 기분이 더하다.

뒤깐은 단순한 화장실이 아니라 영감을 얻게 하는 특별한 장소가 될 수도 있다.

결코 넓지 않지만 혼자만의 은밀한 공간에서 품위 지킴에 대한 강박에서 해방된 채 ‘민생고’를 해결하노라면, 마음이 한없이 편안해지고 즐거운 상상에 빠지기도 하게 마련이다. 때로는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 발상을 할 수도 있다.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지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장소’로 화장실을 꼽았다. 그는 화장실을 ‘육체적으로 조용히 쉬면서 부드럽게 힘주며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정의했다.

프랑스 소설작가 빅토르 위고는 인류의 역사는 화장실의 역사라고 했다. 화장실은 질병과 인류의 건강, 생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조선시대 왕실에서 ‘전의감’은 임금의 건강을 체크하기 위해 매일 그의 똥냄새를 맡아야 했다. 프랑스 루이 14세는 예술품에 버금가는 의자변기에 앉아 대변을 보면서 신하와 업무에 관한 의논을 했다고 전해진다.

중세 유럽인들은 집안의 오줌똥을 밤에 밖으로 마구 버려서 하수구나 길거리가 오염물과 악취로 몸살을 앓았다. 수질오염, 세균 감염 등으로 질병이 많았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2017년 개봉된 인도 영화 ‘화장실: 진정한 러브 스토리’에서는 갓 결혼한 젊은 신부가 첫날밤에 이혼을 결심했다. 신혼집에 화장실이 없는 것이 이유였다.

2014년에 인도 총리는 화장실 짓기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실행했으나 인도 농촌지역에서는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야외에서 변을 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집집마다 깨끗한 화장실이 있고, 분뇨처리 체계가 확실해 화장실 이용에 차별이 없고 그에 따른 오염위험도 없다.

인도의 새신랑이 어여쁜 아내를 되찾기 위해 화장실을 열심히 짓는 광경을 상상해 보시라.

발전된 대한민국의 유명한 여행지 선암사 뒤깐에 앉아 볼일을 보는 것은 이 절을 찾아간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상쾌한 호사임을 깨닫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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