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매화꽃 향기 감도는 강진 백운동원림, 4월에 가볼만한 곳으로 추천

월출산 차밭 옆 숨은 힐링여행지

  • Editor. 이서준 기자
  • 입력 2022.03.27 23: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이서준 기자] 월출산 자락의 무성한 숲에 은밀한 정원 하나가 들어 있다.

가파르지 않은 경사면에 집 두어 채가 수목과 화초, 연못, 바위, 누각, 계곡과 어우러져 있다.

피안의 세계처럼 느껴지는 이곳은 전통정원 및 차 문화의 역사가 전해지는 백운동원림(白雲洞園林)이다.

백운동은 계곡물이 하얀 구름이 되어 올라가는 동네라는 뜻이다. 위치는 전남 강진군 성전면 월하면 안운마을 위쪽이다.

조선시대 대표적 도참서인 정감록에 전쟁과 같은 난리가 나도 사람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10개의 장소를 십승지지라고 했다는데, 거기에 포함시켜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안온한 곳이 백운동이다.

정자에 오르면 월출산 옥판봉이 보인다.  백운동원림 12경승 중 제1경이다.
정자에 오르면 월출산 옥판봉이 보인다. 백운동원림 12경승 중 제1경이다.

 

숲 밖에서는 원림의 존재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격리감이 크다. 울창한 활엽수림과 대숲에 둘러싸인 공간에 기와집 본채와 짚으로 지붕을 이은 초정 및 사랑채가 적당히 늘어서 있다.

계곡 주변에 동백나무,비자나무,대나무 등 아열대 상록수가 많다. 정원에도 참식나무,배롱나무,매실나무,감나무 등 늙은 수목이 화단과 조화를 이루며 나이 자랑을 하고 있다.

요즘 만개한 매화꽃은 여행자의 오감을 만족시킨다. 홍매,백매가 붉거나 하얗게 봉오리를 터트렸다. 색깔과 향기가 최고 상태다.

지금 활짝 만개한 매화꽃. [이두영기자]
지금 활짝 만개한 매화꽃. [이두영기자]
백운동원림의 매화꽃.
백운동원림의 매화꽃.

 

백운동 풍경은 앞쪽의 동산에 세워진 정자에 올라야 완성된다. 풍성한 숲과 희끗한 월출산 봉우리가 몽환적으로 조화를 이뤄 산수화 걸작품을 보는듯한 감흥에 젖게 한다.

도교의 무릉도원, 불교의 극락정토, 기독교의 천국, 제임스 힐튼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 이상향으로 등장하는 샹그릴라와 이미지가 겹치는 풍경이다.

백운동원림은 담양 소쇄원, 완도 보길도 부용동과 더불어 호남의 3대 정원으로 꼽힌다.

조선 중기의 문인 이담로(1627~1701)가 조성했다. 그는 손자 이언길(1684∼1767)에게 당나라 이덕유의 별장인 평천장(平泉莊)을 말하며 정원의 풀 한 포기 돌 하나라도 훼손되지 않게 보존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한동안 방치됐던 정원은 2004년 강진군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후 사랑채,정자,사당,솟을삼문 등 건물 복원과 생태탐방로 정비를 거치며 가볼만한 곳으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이윽고 2019년 3월 11일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15호 백운동원림으로 격상됐다.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된 데에는 다산 정약용의 공이 가장 크다. 1812년 월출산을 등반하고 백운동에서 숙박한 다산 선생은 멋진 경치에 반해서 초의선사에게 백운동도를 그리게 하고 자신은 백운동원림의 12경을 시문으로 남겼다.

12경 중 으뜸은 월출산 구정봉의 서남쪽 봉우리인 옥판봉(제1경)이며, 그것을 바라보는 정자인 정선대는 제11경이다. 계곡 옆 동백나무 숲길인 산다경은 제2경이다.

제3경인 백매오는 매화나무 백 그루가 심어진 언덕으로 요즘 꽃이 만개해 색깔이 산뜻하다.

제4경인 홍옥폭은 단풍철인 가을에 홍옥 빛 물방울이 튀는 폭포이고, 제5경 유상곡수는 경주 포석정처럼 잔을 띄워 보낼 수 있는 아홉 구비의 작은 물길을 의미한다.

제6경 창하벽은 붉은 글씨가 있는 푸른 벽으로 크게 눈에 띄지 않지만 제7경인 정유강은 붉은 소나무가 있는 언덕으로 시선을 끈다.

취미선방.
취미선방.

 

모란이 심어진 돌계단 화단을 뜻하는 모란체(제8경)와 산허리의 수수하고 자그마한 방을 가리키는 취미선방(제9경)은 백매오와 더불어 본채 주변을 멋들어지게 꾸미는 핵심 요소다.

단풍나무가 심어진 계단인 풍단은 제10경, 빽빽한 왕대나무숲은 제12경으로 칭송됐다.

다산은 12곳 중 8곳에 대해 시를 쓰고, 제자인 초의선사에게 3수, 윤동에게 1수를 쓰게 해서 총 14수의 시를 백운첩(白雲帖)에 담아 백운동 4대 주인인 이덕휘(1579~1828)에게 선물했다.

다산은 백운첩의 서시와 발문을 쓰고, 초의에게 다산초당도까지 그리게 해 두 명소의 절경을 비교해보는 재미를 누렸다.

정자 근처에는 이담로의 6대손이며 다산의 제자였던 자이 이시헌의 묘가 있다.

이시헌은 국내 최초 차 전문서인 동다기를 필사해서 남겼다. 또 차 잎을 세 번 찌고 세 번 말린 다음 빻아 가루를 내는 삼증삼쇄 제다법을 창안·보급해 차 문화 중흥에 크게 공헌했다.

월출산차밭, 월출산다원, 강진차밭 등으로 알려진 ‘오설록 월출산 다원’의 옆에 빼어난 원림이 있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입구에 팻말이 없고, 아랫마을에서 진입하는 방법의 안내도 변변치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원림을 지키며 가꾸고 있는 사람은 이담로의 12대손인 이승현 씨다. 현재 백운동 전시관 공사가 진행 중이며 주차장 등 모든 공사가 끝나면 입장료가 징수될 예정이다.

백운동원림의 왕대나무숲.
백운동원림의 왕대나무숲.

 

백운동원림 입장료는 아직 없으며 들어가는 방법은 2가지다.

안운주차장에 차를 놓고 걸어올라가거나, 차밭 끄트머리 공사장 안내문 주변에 주차하고 차밭 가장자리를 따라 100m쯤 가서 산속 오솔길로 들어가면 된다. 주차 공간이 협소하므로 요령껏 빈 땅에 주차해야 한다.

주변에 월남사지,무위사, 도갑사, 다산초당 등 가볼만한 곳이 있다. 4월 초에는 월출산 주변 가로수길에 벚꽃이 만발해 드라이브여행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백운동 인근에 이한영(1868~1956)의 생가가 복원돼 체험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이한영도 이시헌의 후손으로 일본이 월출산 자락의 품질 좋은 차를 대량으로 수탈해가던 1920년대에 국내 최초의 차 브랜드인 백운판옥차를 판매하며 민족정기를 이어갔다.

현재 이한영의 고손녀인 이현정 씨가 찻집 ‘백운옥판차이야기’에서 차 문화의 향기를 이어주고 있다.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