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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돌이] 온 가족이 모여 TV를 보던 시대가 있었다?!(上)

  • Editor. 정태겸 객원기자
  • 입력 2022.05.18 10: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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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돌이’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의 줄임말입니다. 요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물밑에서 그 흐름을 면밀히 관찰하고 그 의미와 맥락을 짚고자 합니다. 그것은 이 시대의 풍속도요, 미래 변화상의 단초일 수 있고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의 동향 분석이기도 합니다. 부지불식간에 변하는 세상, 그 흐름을 놓치지 마세요. <편집자 주>

[업다운뉴스 정태겸 객원 기자] # 리모컨 독재 시대 우리네 이야기

“9시다. 뉴스 틀어.”

“10시다. 드라마 보자.”

과거 TV 채널 선택권은 가정 내 권력의 상징이었다. 보통 가정당 한 대의 TV가 있었고, 리모컨을 손에 쥔 채 채널 선택을 맘껏 할 수 있는 이는 가장 서열이 높은 어른이었다. 아빠가 퇴근 후 뉴스나 스포츠 경기를 보고 있으면 다른 가족은 그 프로를 따라 보고, 엄마가 드라마나 예능을 본다면 자연스럽게 다른 가족도 같은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식이다.

다소 비민주적이고 권위적이며 불합리해 보이는 과거 한 집안의 TV 미디어 환경의 경우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런 미디어 환경 덕분에 자연스럽게 가족 간 공유되는 채널 및 콘텐츠가 생겼고, 이를 기반으로 가족 간의 대화도 이뤄지곤 했다.

또한 세대를 관통하는 콘텐츠도 있었다. 얼마 전 MZ세대의 열풍을 타고 품절 대란을 일으킨 포켓몬빵과 같은 것들 말이다. 이처럼 미디어 환경이 지금에 비해 상당히 제한 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로 인해 ‘공감대’가 더 쉽게 형성되는 부분은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보급으로 인해 리모컨 권력은 어느덧 사라졌고, 원하든 원치 않든 가족 간, 세대 간 공유되는 콘텐츠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디지털화의 발 빠른 진전은 미디어 이용에 대한 세대 간 차이와 단절을 만들었고 그 결과 문화적 공통분모는 점점 축소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공유와 공감 크기도 줄어들고 있다.

미디어의 탈중앙화 그리고 개별화가 시작된 지 오래다. 그리고 이 탈중앙화 및 개인화는 젊은 세대의 TV에 대한 인식과 시청률에서 고스란히 나타난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 TV와 멀어지고 있는 젊은 세대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발표한 ‘유튜브·넷플릭스 시대 Z세대 TV이용법’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가장 친숙한 가전이던 TV는 10·20대에겐 ‘불편한 기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조사 대상을 전기 밀레니얼 세대(1981~1988년 출생자)와 후기 밀레니얼 세대(1989~1995년 출생자), Z세대(1996~2006년 출생자)로 나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내 TV를 ‘매일 이용’한 Z세대의 비율은 10대 후반 37.9%, 20대 초반 45.2%로 후기 밀레니얼(48.3%)과 전기 밀레니얼 세대(71.8%)보다 낮았다. 주말 ‘하루 4시간 이상’ 이용하는 비율도 Z세대(10대 후반 28.7%, 20대 초반 30.7%)가 전기 밀레니얼 세대(56.8%)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또한 Z세대는 TV를 떠올렸을 때 ‘가족’과 ‘부모님’과 더불어 ‘추억’, ‘올드함’, ‘2000년대’, ‘어렸을 때’를 연상했다. Z세대에게 TV는 밀레니엘 세대에게 라디오와 비슷한 인식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TV가 더 이상 콘텐츠를 접하는 가장 친숙한 수단이 아니라는 사실은 시청률에서도 나타난다.

미디어오늘이 시청률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의뢰해 2000년부터 2018년(상반기)까지 프라임시간대(오후7시~오후11시) 수도권 시청률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KBS1은 2000년 15.87%에서 2018년 8.41%까지 매년 하락했다. KBS2는 11.26%에서 9.15%로 떨어졌다. MBC는 18.28%에서 5.89%로, SBS는 15.07%에서 8.28%까지 떨어졌다.

[자료 = 대학내일]
[자료 = 대학내일]

■ 저물어가는 올드 미디어들…신문배달 알바를 아시나요?

과거 ‘신문 배달 알바’라는 것이 있었다. 말 그대로 아침에 신문을 돌리는, 몸으로 하는 아르바이트의 전형이었다. 지금으로 치면 ‘쿠팡 알바’와 비슷한 느낌이다. 하지만 이제 신문 배달 알바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종이신문 발행부수가 급격하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수용자조사에 따르면 1993년 87.8%에 달하던 신문 구독률은 인터넷이 본격 보급되기 시작한 2000년도부터 급격하게 하락하기 시작해 2020년 10.2%까지 내려갔다.

올드 미디어의 또 다른 상징 중 하나인 라디오의 청취율은 다른 것들에 비해 크게 감소하지 않았다. 이는 라디오를 청취하는 방법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발행한 ‘라디오 보유와 이용형태의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상당부분의 라디오 청취는 자동차 오디오를 통해 이뤄지고, 이에 청취율에 큰 변화는 발생하지 않았다. 라디오 평균 청취 시간도 2012년 1시간 1분에서, 2016년 1시간 3분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 비디오·카세트테이프에서 CD, MP3까지

2000년대 초만 해도 콘텐츠를 다시 보는 방법은 많지 않았다. 특히 인터넷 보급 전에는 방송사에서는 ‘본방 사수’하지 못하면, 콘텐츠를 다시 보는 방법은 재방송을 보는 것 말고는 딱히 없었다. 그리고 인기 방송의 경우 완결된 후 시간이 지나면 ‘비디오테이프’가 나오곤 했다. 당시 비디오테이프는 부피도 크고 가격도 비싸, 이를 전문적으로 빌려 주는 ‘비디오 대여점’이 성행했다. 이 비디오 대여점에서는 만화책이나 무협·판타지 소설책도 같이 대여해주는, 지금으로 치면 카카오 페이지의 오프라인 매장 격이라고 볼 수 있다.

영상 콘텐츠를 다시 보게 해주는 것이 비디오테이프였다면, 오디오 콘텐츠를 다시 듣게 해주는 것은 ‘카세트테이프’였다. 카세트테이프는 소니에서 ‘워크맨’을 내놓으며 1980~1990년대를 대표하는 음반 매체로 자리 잡는다. 당시 허리에 워크맨을 차고 다니는 젊은이는 ‘힙’함의 상징이었다.

비디오테이프와 카세트테이프는 CD가 보급되며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진다. CD는 비디테이프와 카세트테이프에 비해 부피가 훨씬 작고, 가벼우며, 더 많은 콘텐츠를 담을 수 있었다. 비디오테이프 재생장치 자리는 DVD플레이어가, 워크맨 자리는 CD플레이어가 대신하게 됐다. 그리고 CD플레이어는 아이팟으로 대변되는 MP3에 자리를 빼앗긴다.

결국 이 모든 콘텐츠를 아우르는 ‘끝판왕’이 등장한다. 바로 스마트폰이다. 이제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상당한 콘텐츠를 접하고 있다. 뉴스부터 라디오, 유튜브, OTT, 음악 스트리밍서비스까지 수많은 곳을 떠돌던 콘텐츠들이 스마트폰이라는 한 곳에 모두 모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엄청난 변화의 파고를 맞게 됐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 미디어의 탈중앙화와 분화, 그리고 알고리즘이 가져오는 ‘확증편향’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모든 사람들이 자신만의 TV를 갖게 됐다. 하지만 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각자의 TV를 가졌더라도, 대중이 좋아하는 인기 콘텐츠는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시청 양식의 변화는 가져왔지만 공유되는 콘텐츠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진짜 중요한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 의한 콘텐츠 소비가 시작된 것이다. 여기에 넷플릭스나 왓챠 같은 OTT 서비스가 추가적으로 등장하며 콘텐츠의 탈중앙화 시대가 밀고 들어왔다.

콘텐츠의 탈중앙화 시대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였다. 리모콘 독재의 시대가 막을 내리며 내가 원하는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분명 개인에게는 콘텐츠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선택권의 자유를 가져왔다.

하지만 세대 간 소통의 단절도 동반됐다.

억지로라도 같은 콘텐츠가 공유됐던 과거와는 달리, 아빠는 TV로 뉴스를 보고, 엄마는 핸드폰으로 드라마를 시청하며 자식들은 각자의 방에서 태블릿 PC나 노트북으로 OTT 방송과 웹드라마를 보는 것이 이상할 게 없는 시대다. 이에 세대 간의 단절은 더욱 급격한 변화를 맞고, 젊은 세대와 나이든 세대는 점점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워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김현대 한양대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는 ‘미디어 춘추전국시대’라는 제목의 한 칼럼에서 “이미 전 세계는 인종 간 갈등보다 세대 간 갈등이 더 본질적 문제로 자리 잡았다. IT기술의 발달과 수용능력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콘텐츠 편식은 세대 간 단절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비슷한 연령대에도 소비하는 콘텐츠의 취향에 따라 전혀 대화가 되지 않는 현상도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알고리즘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빅데이터가 내가 선호하는 콘텐츠만을 엄선해서 추천해 주기 때문에,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이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콘텐츠 취향이 한쪽으로 치우치다보면 자연스럽게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나 사용하는 플랫폼도 한쪽으로 자연스럽게 기울기 마련이다. 콘텐츠가 절대 부족하던 시절에는 내가 흥미 있는 콘텐츠를 다 보고나면 평소 관심이 없는 분야도 한 번쯤 보는 경우가 있었는데, 콘텐츠가 차고 넘치는 요즘에는 내가 관심 있는 콘텐츠만 보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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