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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5개월, 러시아는 전쟁으로 무엇을 잃었을까? (下)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7.1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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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여지훈 기자] 하지만 러시아가 이번 전쟁으로 입은 손실도 만만찮다.

먼저 러시아는 전쟁으로 인해 국제적 평판의 추락을 겪었다. 설령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자국의 안보에 위협적 요소라 하더라도 군사력을 사용한 무력 침공이 국제사회로부터 호응을 받기 어려운 극단적 선택임은 분명하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지금까지 수만 명에 달하는 군인 및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수백만 명의 사람이 거주지를 떠나 피란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수많은 사상자를 발생시켰다. 사진은 국제 구호활동가들이 열차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부상자를 치료하는 모습. [사진=국경없는의사회 제공]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수많은 사상자를 발생시켰다. 사진은 국제 구호활동가들이 열차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부상자를 치료하는 모습. [사진=국경없는의사회 제공]

유엔헌장 2조 4항에서는 ‘모든 회원국은 그 국제관계에 있어서 다른 국가의 영토 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에 대해 또는 국제연합의 목적과 양립하지 아니하는 어떠한 기타 방식으로도 무력의 위협이나 무력행사를 삼간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중 하나인 러시아는 스스로 유엔헌장을 위반함으로써 ‘책임 있는 강대국’으로서의 평판과 지도력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유엔헌장 2장 6조를 근거로 러시아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를 박탈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근거로 내세운 유엔헌장 2장 6조는 ‘이 헌장에 규정된 원칙을 끈질기게 위반하는 국제연합 회원국은 총회가 안전보장이사회의 권고에 따라 기구로부터 제명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나아가 러시아는 ‘러시아어권 세계’ 내에서도 역사적·도덕적·문화적 정통성을 크게 상실했다.

러시아는 2010년대 중반부터 ‘확대 유라시아’ 노선에 기초해 탈소비에트 지역의 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는데, 이번 전쟁에서 공통의 역사적·민족적·문화적 뿌리를 공유한 우크라이나 주민을 학살하고 주요 도시를 무너뜨리는 등의 행위를 자행하면서 탈소비에트 지역과 러시아어권 국가들에서 과연 러시아가 수호자·후원자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일부 친러 성향의 탈소비에트 국가들은 이번 전쟁에 대해 모호하고 균형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이와 비슷한 사태가 언제든 자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두려움에서 기인한 것이란 분석이다.

이번 전쟁으로 러시아가 인적·물적 피해를 본 데 더해, 향후 경제적 발전 잠재력이 소진되고 정치적 불안정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킨 직후인 지난 3월 러시아의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16.7% 상승했고, 이후 지금까지 물가상승률은 꾸준히 15%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과도한 물가 상승과 미래 성장 기술에 대한 접근 차단은 향후 러시아의 경제 발전을 제약하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또 현재 러시아 국내 여론이 지도부의 전쟁 수행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강력한 통제를 통해 반전 여론을 억누르고 있긴 하지만,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표출돼 확산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에는 큰 안보 위협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사진=구글어스 캡처]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에는 큰 안보 위협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사진=구글어스 캡처]

러시아는 해외로부터 직접적인 안보 위협의 확대까지 경험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전쟁을 계기로 오랫동안 중립국 지위를 고수했던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 추진은 러시아에는 매우 큰 타격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두 국가는 그동안 서구세계의 일원이면서도 중립국 지위를 유지해왔으나, 이번 전쟁으로 안보에 큰 위협을 받자 지난 5월 18일 나토에 공식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고 회원국으로의 편입 절차를 추진했다.

지난달 말에는 그동안 두 국가의 나토 가입에 반대해왔던 터키마저 이들의 나토 가입에 찬성 입장으로 돌아섰고, 결국 이달 5일 나토 30개 회원국 대사들은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의정서에 서명을 마쳤다. 이로써 나토는 32개 회원국으로 확대될 예정이며, 다만 최종 가입을 위해 아직 각 회원국 의회에서의 비준 절차를 남겨 놓고 있어 향후 수개월의 시간이 더 걸릴 예정이다.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로서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요소다. 핀란드와 러시아는 1340km에 달하는 긴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무엇보다 러시아가 발트해로 나가기 위해서는 핀란드 남부 해안을 반드시 통과해야만 한다. 달리 말해 핀란드가 나토 회원국이 될 경우 러시아는 발트해와 북해 지역에서 심각한 안보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전 세계 군사력 조사 비정부기구 글로벌 파이어파워에 따르면, 올해 기준 핀란드의 군사력은 56위로, 2위인 러시아는 물론 6위인 우리나라에 비해서도 한참이나 뒤처져 있다. 그러나 핀란드는 우리나라 면적의 3.4배라는 넓은 면적에도 불구, 국토의 70%가량이 숲으로 구성돼 있고, 크고 작은 호수가 18만개에 달해 침공 시 전차 기동이 극도로 열악하다는 특징을 갖는다.

또 데이터 전문 플랫폼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핀란드의 국방 예산은 약 51억유로(6조7000억원)로 추정되는데, 이 중 30%에 가까운 15억유로가 HX전투기 프로그램에 집중돼 있다.

HX전투기 프로그램은 핀란드 국방부가 현재의 호넷 전투기를 대체하기 위해 미국 최대의 방위산업체 록히드 마틴의 ‘F-35 라이트닝 2’ 64대를 구입하기로 계약을 맺은 전투기 조달 프로그램이다. F-35는 세계 최강의 스텔스 다목적 전투기 중 하나로 꼽히며, 현재 미국, 영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일본, 이스라엘을 비롯해 우리나라 공군에서도 운용하고 있다. 핀란드의 이번 F-35 전투기 도입은 나토 항공기와 호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핀란드의 국방 예산은 약 51억유로(6조7000억원)로 추정되는데, 이 중 30%에 가까운 15억유로가 HX전투기 프로그램에 집중돼 있다. [사진=스태티스타 제공]
올해 핀란드의 국방 예산은 약 51억유로(6조7000억원)로 추정되는데, 이 중 30%에 가까운 15억유로가 HX전투기 프로그램에 집중돼 있다. [사진=스태티스타 제공]

이번 전쟁은 유럽의 패자 독일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오랫동안 2차 세계대전 전범국이란 오명을 들어온 독일은 지금껏 자국의 군사 지출을 증가시키는 것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는데, 이번에 러시아의 침공으로 안보 강화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지원한다는 명분까지 생기자 군사비 지출을 크게 늘리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3일 독일 연방하원은 1000억유로(132조원) 규모의 특별방위기금 조성안을 승인했고, 이중 가장 큰 몫이 유로파이터와 F-35 전투기 등의 구매를 목적으로 독일 공군으로 들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또 다른 2차 세계대전 전범국으로서 그동안 전쟁 포기, 국가 교전권 불인정 등을 규정하는 평화헌법에 구속돼왔던 일본에도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은 평화헌법의 개정과 군사적 재무장을 위한 좋은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평화헌법에서 벗어나 ‘보통국가화’를 꾀해온 일본이 만약 이에 성공해 전략적 공격 무기를 다수 갖추게 된다면, 러시아의 동부 영토 안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다만 2012년 총리로의 재임과 함께 일본의 보통국가화를 추진해온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최근 유세 지원 중 총을 맞아 사망한 사건은 그 시기가 시기인 만큼 의미심장하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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