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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출구전략, 뒤처지기 전에...'엄격성 지수'는 OECD 18위로 낮은데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2.09.1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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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독감에 대비해 매년 유행주의보를 내리지만 우리는 일상을 유지한다. 코로나19도 앞으로 그런 질환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

질병관리청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전국에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주의보를 발령한 16일 정기석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은 코로나19도 일상적인 대응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2년간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으로 개인위생이 강화된 덕에 국내 독감 발생이 급감했지만 코로나19의 6차 유행이 잦아드는 가운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검출이 늘어남에 따라 독감 유행의 알람이 예년보다 조기에 울린 시점에 일상 회복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어서 더욱 시선을 끈다. 올겨울 독감과 코로나의 동시유행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의 방역 자문역이 대응체제 전환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코로나19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기석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이 16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대응 현황 등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기석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이 16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대응 현황 등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기석 특별대응단장은 이날 중대본 정례브리핑에서 "독감과 마찬가지로 백신과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나왔다“며 ”독감과 같은 시스템에 의해서 이 질병은 관리가 가능하게 될 것이라는 자신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주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가 2020년 3월 이후로 가장 낮았다는 점을 근거로 "코로나19 대유행을 끝낼 위치에 우리는 아직 이르지 못했지만 끝이 보인다"고 밝힌 지 이틀 만에 ‘관리 가능’ 대응체제 전환과 ‘출구전략’ 마련을 강조했다.

‘대유행의 끝’에 대한 해석부터 적극적이다. 그는“대유행의 끝은 코로나19의 종식이 아니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각자 나라에서 엔데믹(풍토병화)으로, 또 계절에 따라서 에피데믹(국지적 유행)으로 변화하는 것을 말한다”며 “코로나19 비상대응체계에서 일상적인 코로나19 대응체계 전환 논의를 시작해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들의 일상적 대응체제 전환은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영국은 이미 1월 말 실내 마스크 의무를 해제했고 독일, 프랑스, 이스라엘, 미국도 올해 봄부터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는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다. 프랑스도 지난달 보건 비상사태 종료를 선언하고 일부 방역조치도 해제했다. 그는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방역 완화 이후에도 큰 대유행이 없이 잘 유지를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의 경우 실내 마스크 해제 당시에 100만명당 확진자 수가 1300명이 넘었지만 현재는 100명대로 유지되고 있다.

관리가 가능한 대응체제 전환에 대한 자신감은 지구촌 의료 일선의 시각에서도 뒷받침된다. 정 단장이 최근 유럽호흡기학회를 다녀왔는데 현장에서 유럽, 미국 의사들이 실내에 모여 강의하고 토론하면서도 아무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각자의 위험을 알고 있는 호흡기내과 의사들이 안 썼을 때는 실내에서는 이제 어느 정도 벗어도 되겠다는, 그런 각자의 자신감, 또 객관적인 각자 나라의 통계에 근거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추측한다”고 말했다.

정 단장이 대응체제 전환을 제시하는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 매우 낮아진 중증화율과 치명률이 있다. 코로나19에 의한 치명률의 경우 현재 0.04%로 2020년 유행 초기에 2.1% 정도를 보인 것에 견주면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올 하반기에 3년 만에 독감도 찾아들고, 또 11월 말을 전후로 국민이 가장 낮은 면역력을 가지게 될 전망인 만큼 한 번 더 유행(7차)이 찾아오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동시유행에 대비해 지방자치단체의 보건의료협의체 구성을 통해 방역태세를 강화하면서도 출구전략을 모색하기 시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에 대한 종식이 이어질 때 우리나라만 뒤처져서는 안 되겠다”며 “우리나라는 교역으로 국민의 부 대부분이 이뤄지는 나라이기 때문에 전 세계적인 추세에 떨어졌다가는 그만큼 늦어지게 된다”고 역설했다. 특히 경제나 사회나 문화적인 활동이 뒤처져서는 안 되기에 출구전략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구전략 속도론과 관련해 그는 “제 계산으로는 앞으로 한 6개월 정도 뒤면 본격적인 그런 활동이 재개될 때가 올 것”이라며 “그래서 여러 자문위에 있는 전문가 등과 함께 방역상황을 살피면서 논의를 하고 의견을 모아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추가적인 방역완화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조치가 가장 대표적으로 꼽힌다. 정 단장도 “우리 눈에 마스크가 가장 눈에 많이 띄고 가장 불편한 부분이기 때문에 실내 마스크는 사실 우리나라만큼 강하게 (착용)하고 있는 나라는 별로 없다”고 지적해 국제적 대응 흐름에 맞춰갈 것임을 시사했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주요 국가 '엄격성 지수' 추이 [자료=옥스퍼드대 엄격성 지수 캡처]
주요 국가 '엄격성 지수' 추이 [자료=영국 옥스퍼드대 엄격성 지수 캡처]

국가별 '엄격성 지수(Stringency Level)'는 일상적 대응체제 전환에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가 개발한 엄격성 지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 등 코로나19 대응 정책이 나라에 따라 얼마나 엄격한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학교 폐쇄, 직장 폐쇄, 공공이벤트 취소, 대중교통 폐쇄, 방역 홍보, 국내이동 제한, 해외여행 통제, 재정정책, 통화정책, 보건분야 긴급투자, 백신 투자 등 11가지 항목에 걸쳐 대응수준의 엄격성을 수치화해 일상 전환의 수준도 가늠해볼 수 있다.

정 단장은 “지금도 우리가 실내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쓸 뿐이지 학교를 닫느냐, 일터에서 일을 제한하느냐 등을 보면 엄격성 지수는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이날 현재 옥스퍼드대 엄격성 지수를 분석해보면 한국은 13.89점이다. 100점(가장 엄격)을 만점으로 한 지수에서 비교적 낮은 수준이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75.00점), 파키스탄(74.07점), '제로코로나' 봉쇄책으로 일관하는 중국(73.61점)이 톱3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들로 비교 폭을 좁혀볼 경우 한국은 18위로 평균치(17.20점)보다 3점가량 낮다. 헝가리가 유일한 0점으로 코로나 대응 차원의 제약이 사실상 전무하다. 스위스(5.56점), 폴란드(9.26점)에 이어 프랑스, 영국 등 14개 나라가 나란히 11.11점으로 한국 바로 위에 있다. 한국보다 지수가 높은 나라 중에서는 독일(14.81점), 이탈리아(18.52점). 스페인(23.61점) 등이 평균치 안팎으로 코로나 대응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OECD 순위에서 칠레가 60.85점으로 가장 높고, 미국(37.04점)과 일본(39.81점)은 2위, 3위다.

우리나라는 2020년 4월 82.41점으로 대응 수위가 가장 높게 치솟았지만 2020년 10월 65.74점, 2021년 1월 67.59점의 고점을 통과한 뒤 전파력은 빠르지만 위중증화 위험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보다 현저히 낮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기에 30점대를 거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전격 해제 등 대응수위가 완화됐다. 지난 4월 12일 40.74점으로 올해 최고점을 찍은 이후 4월 20일 16.67점으로 낮아진 뒤 6월 9일부터는 13.89점을 유지해오고 있다.

이같은 대응 엄격성 수위 비교로 볼 때 우리나라는 ‘최후의 방역수단’으로 마스크를 고수하고 있을 뿐 비교적 일상에 제약이 없이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방역당국의 자신감 있는 출구전략에 따라 마스크까지 벗는 날이 얼마나 앞당겨질지 관심도는 더욱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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