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고행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생 고행자입니다. 살다보면 온갖 역경과 좌절과 함께 고행의 소용돌이로 빠져듭니다. 그러면서 깨닫는 것도 늘어납니다. 인생커리큘럼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해하고 깨쳐야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픈 만큼 성장한다고 하죠. 그 성장을 위해 우리의 고민과 아픔, 상처를 그대로 마주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광경. 지난 2월 금쪽상담소에 출연한 댄서 가비. 그는 성인 ADHD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털어놓았고, 오은영 박사와 함께 자가진단을 진행했다. 오 박사가 갖고 나온 체크리스트에는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다 △모임에 항상 늦는다 △저축을 못하고 돈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 △영상을 볼 때 2배속으로 시청한다 등의 항목이 있었다. 가비가 대부분 해당한다고 답하자 오 박사는 “성인이지만 주의력 문제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성인 ADHD가 맞다”고 판단했다.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는 아동기에 주로 많이 나타나며 아이가 산만하고 과다활동, 충동성이 보이는 상태를 일컫는다. 하지만 ADHD가 아동이나 청소년에게서만 나타나는 장애는 아니다. ADHD로 진단받은 아동 중 절반은 어른이 된 후에도 ADHD 증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성인이 되면 과 활동은 사회화를 통해 어느 정도 억제되지만, 주의력 저하와 충동성 증상은 남아있다. 주로 사회생활 하면서 문제가 드러나기 때문에 직장 활동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런 증상은 게임이나 음주를 과하게 한다거나 과소비 하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요즘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에 따라 미디어에서도 성인 ADHD 사례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대중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검사를 받는 사람 수도 증가하고, 진단을 받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세 이상 ADHD 환자 수는 2017년 7748명에서 지난해 3만5042명으로 4.5배 증가했다. 성인 ADHD 환자 중 20∼30대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최근에는 2030 여성 환자 증가세가 가파르다. 동 기간 2030여성 환자는 1922명에서 1만3549명으로 7배 이상 급증했다.

그러나 인구수에 비해 환자 수는 여전히 적은 편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성인 ADHD가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는 원인 중 하나며 치료해야 할 장애라고 밝혔다. 전 세계 성인의 약 4%가 겪는 증상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 실제 성인 ADHD 진단을 받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자신의 상태를 알지 못해 고생하는 이들이 많다는 뜻이다.

성인 ADHD 증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단지 개인 성향으로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성인 ADHD에 대한 인식 부재와 정신의학과 방문과 진단에 대한 두려움이 성인 ADHD 검사를 멀리하게 하는 주 원인으로 보인다. 특히 여성은 얌전 또는 조신해야한다는 사회 정서로 인해 어렸을 때부터 충동성이 억제됐고, 어린 시절 증상에 대한 평가도 남성에 비해 어려운 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하지만 너무 겁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성인 ADHD 진단 후 치료를 받으면서 삶의 질이 좋아졌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아래는 가비가 금쪽상담소에 나온 모습을 다룬 유튜브 영상에 달린 댓글들이다.

“저도 얼마 전 우울증으로 병원 처음 다녀왔는데 성인 ADHD가 나왔습니다. 성향문제라고만 치부하고 살다가 수년만에 가까운 보건소에서 무료 검사를 받았고, 병원 진료를 받았습니다. 일상에서 별 문제가 없는 분들, 바로 병원 가기 부담스러운 분들은 심리상담센터나 구청 소속 정신건강센터에서 무료로 상담과 간단한 검사를 받길 추천드려요.”(j****)

“저도 이제 치료받고 있고 삶이 너무너무 나아져 자존감도 올라갔습니다.”(e*****)

“저도 제가 ADHD일줄 몰랐어요. 어렸을 때부터 차분했고, 도맡은 일도 곧잘 했어요. 특히 여성분들은 성적이 우수한 경우가 많아 조기 진단을 놓친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초중고 다 1등으로 졸업했는데 매번 벼락치기만 했거든요. 그때만큼은 집중이 되니 제가 게으른 줄 알았는데 약 먹고 정말 효과 많이 봤습니다.”(김**)

병원에 가기 전 자가진단을 통해 자신이 성인 ADHD 성향이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아래 체크리스트에 답해보자. 세계보건기구(WHO)와 정신의학과 의사, 연구진들이 공동작업으로 개발한 검사다. 1-6까지의 문항 중 음영처리 된 부분이 4개 이상일 경우 성인 ADHD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길 추천한다.

기자의 경우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니 음영표시되는 부분이 4개가 나왔다. 그래서 직접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