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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커리큘럼] 성인 ADHD에 대한 오해와 진실…김봉수 원장 인터뷰④

  • Editor. 천옥현 기자
  • 입력 2022.12.1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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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는 우리나라에는 뒤늦게 알려진 질병이다. 하지만 19년 전부터 서울에서 ADHD를 집중해서 진료한 의사가 있다. 김봉수 원장이다. 그는 ‘아직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자신이 가장 잘 할 것 같은 분야’이기 때문에 ADHD 전문 병원을 개원했다.

예전에는 ADHD가 아동이나 청소년에서만 나타난다는 인식이 있다보니 찾는 사람들이 주로 아이들과 학부모였다. 그러나 최근 검사를 받으러 오는 성인들도 부쩍 증가하고 있다. 그의 의원 진료는 1~2개월 전부터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가득 차 있다.

에 대해 설명하는 김봉수 원장 [사진=천옥현 기자]
뇌기능에 대해 설명하는 김봉수 원장 [사진=천옥현 기자]

- 요즘 성인 ADHD 인지도가 상승하는데 실제 방문하는 사람들도 증가하나?

■ 과거에는 소아 청소년 위주로 상담을 했었는데 최근 2년 새 성인 내담자들이 부쩍 늘었다. 병원에 방문하는 사람들 중 30~40%가 성인이 됐다. 성인들이 ADHD에 대해 많이 인지를 하는 것 같다.

- 병원에 방문하는 이들의 뚜렷한 특징이나 호소하는 증상이 있다면?

■ ADHD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세 가지가 있다. 집중력 부족, 과잉행동, 충동성이 있다. 어렸을 때 산만했던 아이들이 나이 들면서 과잉행동은 없어지고, 집중력이 부족하고 충동성 부분만 남아서 병원에 오는 경우가 많다.

- 성인 ADHD의 의학적 원인은?

■ 뇌 기능적인 문제다. 특히 이마 쪽에 있는 전전두엽 기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신경세포 뉴런을 연결해주는 신경전달 물질이 필요하다. ADHD 관련해서는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이 대표적인 물질인데 이 물질이 전달되는 기능이 저하되는 문제가 있다. 분비량 자체가 부족한 경우도 있고, 신경전달물질이 나왔다가도 다시 흡수를 하는 경우도 있다.

- 유전적인 요인도 있나?

■ 유전적인 요인도 많다. ADHD 관련 유병률 연구결과에 따라 적게는 4%에서 많게는 14% 정도로 본다. 그런데 한 부모가 ADHD인 경우 자녀도 ADHD일 확률이 57%까지 올라간다. 100%라고 볼 순 없지만 유전 확률이 높은 건 맞다.

- 성인 ADHD 치료 방법은?

■ 가장 대표적이고 중요한 치료 방법은 약물치료다. 약물을 통해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촉진시키고 흡수를 하게끔 작용을 하는 것. 기능이 원활해지면서 집중도 되고 충동조절도 잘 되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 다음 비 약물 치료가 있다. 비 약물 치료는 약물치료를 보조해주는 역할을 한다. 인지행동을 교정하는 상담치료나 뇌기능을 개선시켜주는 뉴로피드백 등의 훈련을 시키는 방법이 있다.

- 성인 ADHD는 완치가 안 되고,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 아니다. 치료만 잘하면 완치가 되기도 한다. 어린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훨씬 더 짧은 기간에 치료가 되지만 성인은 이에 비해 기간이 길긴 하다. 성인들의 경우 어렸을 때부터 안 좋은 습관과 버릇을 계속 갖고 사는데 그걸 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또 성인들은 성인병을 치료할 때 합병증이 오는 것처럼 우울증, 불안증, 강박증, 중독증상 등의 다른 문제를 갖고 병원에 오는 경우가 많아 함께 치료해야 한다. 기간이 더 소요되긴 하지만 완치되는 경우도 분명 있다.

- 기억에 남는 성인 ADHD 환자는?

■ 치료받은 후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고, 삶이 바뀌었다고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건망증이 너무 심하고, 일처리를 제대로 못해 ‘나사 풀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성인이 치료받고 자존감이 올라가고 희망적인 이야기 할 때 굉장히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오해하진 말아야 할 게 보통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려움을 느껴서 오는 사람들이 많긴 하지만 모두가 다 생활을 못하는 건 아니다.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가도 많다.

- 성인 ADHD에 대해 갖고 또 다른 오해는?

■ 어렸을 때 산만했던 아이들이 크면서 산만함이 없어지는데 그걸 보고 다 나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그중 반 이상은 성인이 되어서도 남아있고, 집중력 부족이나 충동성이 평생 그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 이에 대해 잘 인지해야 한다.

또 약물치료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ADHD의 경우 약이 핵심 치료방법이고 10명 중 6~7명에겐 효과가 있고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약 중 하나다. 특히 메틸페니데이트 계열은 1959년에 만들어진 약물이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성인기까지 오랜 시간 복용하는 사람도 많고 합병증이나 후유증이 없는 편이다. 그만큼 안전한 약이다. 무엇보다 삶의 질을 개선시키기 때문에 약을 잘 활용하는 게 좋다.

- 성인 ADHD환자들이 일상생활을 잘 하기 위한 방법?

■ 일을 계획성 있게 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할 일이 무엇인가를 1번부터 10번까지 쓰고, 그중 중요성과 긴급성 정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해 실행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이외에 공간을 조직화하는 방법, 메모 습관을 기르는 등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생활을 바꿀 필요가 있다.

사실 약을 먹는 이유는 좋은 습관을 만들게끔 도와주기 위함이다. 약만 먹는다고 끝이 아니라 약의 효과를 보면서 좋은 습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약을 복용하지 않을 경우 습관형성이 어렵지만, 약이 뇌기능을 개선시키기 때문에 습관을 만들 수 있게끔 도와준다. 그리고 이렇게 만든 좋은 습관이 체화가 되면 그땐 약 도움 없이도 자체적으로 굴러간다. 뇌가 생존에 도움된다고 판단하면 그 상태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치료가 되는 것이다.

- 그 과정에서 주변사람들이 도와줄 수 있는 방법?

■ 주변 사람들은 혼내고 야단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 한다. 뇌의 기능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소소한 지적을 한다고 행동교정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관계만 더 멀어질 수 있다. 따라서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보기보단 나아지는 부분에 대해 칭찬하고 격려하는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

- 마지막으로 검사를 망설이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

■ 의심이 되면 빠르게 검사를 하는 게 좋다. 아니면 다행이고, 맞다면 지금이라도 빨리 개입하는 게 좋다. 성인 ADHD라고 해도 치료를 받으면 평생을 함께 하는 게 아니라 치료가 되기도 한다는 점을 알아뒀으면 하고, 인생이 달라질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봉수의원의 김봉수 원장 [사진=천옥현 기자]
김봉수의원의 김봉수 원장 [사진=천옥현 기자]

 

 


■ 글쓴이는? - 예전부터 주위 사람들에게 ‘나 성인 ADHD인 것 같다’는 말을 종종 하곤 했다. 앞서 언급했듯 충동적 성향이 강하고, 일을 미루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친구가 성인 ADHD 검사를 받고 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비슷한 성향의 친구였기에 나도 검사를 받아봐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그 과정을 기사로 담아 사람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성인 ADHD에 대한 인식을 조금이라도 전환시키고자 글을 쓰게 됐다.

■ 취재후기 - 자료 찾으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아이가 먼저 ADHD 진단을 받은 후, 부모가 검사 했다가 온 가족이 치료받게 됐다는 사례가 인상적이었다. 그만큼 성인 ADHD에 대한 인식이 미비하다는 증거다. 지금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대만큼 안 되는 일들에 대해 자기 탓을 하고 있을까 생각하니 안타깝다. 인식개선을 통해 사람들이 부담 없이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사회. ADHD 환자들을 편견 없이 바라보는 우리들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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