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인생커리큘럼] 성인ADHD 검사, 직접 받아보니?②

  • Editor. 천옥현 기자
  • 입력 2022.12.12 10: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날씨가 급격하게 추워진 날, 잠을 푹 자고, 밥을 든든하게 먹고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 들어서자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카운터에 들어가 성인 ADHD를 받으러 왔다고 말했다. 기다리는 시간이 괜스레 떨렸다.

본격적으로 진료실에 들어가기 전 설문을 작성했다. 우울감에 대해 적힌 종이 설문을 작성한 후 태블릿을 통해 자가 검사를 실시한다. 불안척도, 우울척도, 수면질, 회피성 척도, ADHD 자가보고 척도 등을 진단하는 과정이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오는 ‘자가검진표’와 비슷한 내용도 있고, 다른 내용도 있었다. 시간은 15~20분 정도 소요됐다.

그 후 진료실에 들어가 전문의와 간단한 상담을 진행했다. 평상시에 의심되는 증상에 대해 말했고, 여러 가지 질문에 답을 했다. ‘일을 할 때 어려움은 없는지’, ‘물건을 잘 잃어버리지는 않는지’, ‘어렸을 때 산만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지’ 등의 내용이었다. 기자는 평소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편이고, 일을 시작할 때는 급하게 하다가 마무리를 짓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가만히 있을 때 손발을 자주 꼼지락 거리는 편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 말했다.

컴퓨터를 사용해 종합주의력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천옥현 기자]
컴퓨터를 사용해 종합주의력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천옥현 기자]

상담 후에는 자리를 옮겼다. 기자가 방문한 의원의 경우 ADHD전문 의원이었고, CAT(주의력검사)와 뇌기능검사 2가지를 진행한다. 검사와 자가진단, 그리고 원장 상담을 통해 성인 ADHD에 대한 최종 진단을 한다. 검사방법은 병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컴퓨터가 있는 작은 방에 들어가 종합주의력 검사(CAT검사)를 진행했다. CAT검사는 해피마인드가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자문을 받아 개발한 검사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단순주의력, 선택주의력, 지속주의력, 분할주의력, 작업기억력 등 5가지 주의력 결핍 여부를 평가할 수 있다. 검사 방법은 간단하다. 화면에 표시되는 모양이나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성 등 자극에 맞게 반응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시각 주의력 검사의 경우 컴퓨터 화면에 동그라미, 네모, 세모 등의 여러 가지 도형이 계속 나타나는데 동그라미가 나올 때에만 키보드를 누르면 된다. 억제 지속 주의력 검사사의 경우 반대로 화면에 도형이 표시될 때마다 키보드를 누르면 되는데 X자는 누르지 않아야 한다. 작업기억력 검사의 경우 화면에 표시되는 숫자의 순서와 위치를 기억하는 검사다. 어렸을 때 많이 하던 기억력 퀴즈와 비슷했다.

검사시간은 대략 1시간 정도 소요됐다. 솔직히 가만히 앉아 화면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게 생각보다 고된 일이었다. 하나의 검사가 끝날 때마다 의료진이 들어와 다음 검사를 설명하는데 기자 얼굴을 보더니 힘들어 보인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건넸을 정도다.

도형과 도형이 표시되는 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도 자꾸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그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순간을 포착하는 재미도 있었다. 인간이 하루에 2만가지 생각을 한다더니 그 말이 체감이 되는 순간들이었다.

검사실에서 뇌파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천옥현 기자]
검사실에서 뇌파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천옥현 기자]

CAT 검사가 끝난 후에는 뇌파검사를 받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뇌파검사는 뇌파 패턴을 통해 뇌의 전반적인 상태와 전두엽 기능을 평가하는 검사다. 성인 ADHD의 경우 세타파나 알파파 등 느린 뇌파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우가 많다.

역시 작은 방에 들어가 머리에 모자 모양의 기기를 쓰고 젤을 발랐다. 의료진 안내에 따라 눈을 감은 채 손과 발 등을 움직이지 않고, 부동의 자세를 유지했다. 다행히 아프지도 않았고, 시간도 빨리 지나갔다.

검사를 모두 끝내기까지 총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됐다. 집에 가는 길, 버스에서 숙면을 취할 만큼 뇌 에너지를 모두 소진한 느낌이었다. 의료진 말에 따르면 퇴근하고 검사를 받는 직장인 의 경우 집중력이 흐트러져 피곤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검사 결과는 10일 정도 후에 확인할 수 있다.

성인 ADHD가 확실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약물치료와 비 약물치료 두 가지 치료를 할 수 있다. 약물치료의 경우 해당 사람에게 알맞은 약과 용량을 찾는 과정을 거쳐 주기를 늘리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비 약물 치료는 집중하는 뇌파를 끌어 올려주고, 그 상태가 유지되도록 하는 ‘뉴로피드백’이라는 훈련을 통해 진행한다. 증상이 경미하고, 일상생활이 가능한 경우 비 약물치료만 하기도 한다.

기자의 경우 피곤했지만 어쨌든 마음은 후련했다. 계속 의심하던 증상들이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성인 ADHD건 아니건 정확한 진단을 통해 삶이 더 나아질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성인 ADHD가 맞는다면 약을 먹어 증상을 개선하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고, 아니라면 더 열심히 살면 된다는 의미다.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