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인생커리큘럼] 성인ADHD를 겪고 있는 4인4색 진솔한 이야기③

  • Editor. 천옥현 기자
  • 입력 2022.12.12 10: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인 ADHD 환자들을 찾기 위해 자료를 조사하다가 성인 ADHD 커뮤니티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2017년에 만들어진 에이앱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자신의 고민을 나눈다. 그들 중에는 실제 진단을 받은 이들도 있고, 병원에 방문하기 전 조언을 구하는 이들도 있다. 여타 홈페이지와는 다른 ‘오늘의실수’나 ‘아무말메모’ 게시판에는 부주의해서 실수한 일들이나 그렇지만 다시 의지를 다지는 목소리들이 공존해있었다.

이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고, 어떤 이유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게 됐을지 궁금했다. 그래서 에이앱에서 활동하는 4명의 사람들(가명)에게 성인ADHD 진단 경위와 치료 효과, 실제 겪는 불편함 등에 대해 물어봤다.

[사진=에이앱 커뮤니티 캡처]
[사진=에이앱 커뮤니티 캡처]

- 성인 ADHD 진단을 받게 된 나이와 본인을 ADHD라고 의심하게 된 계기는?

■ 리나 : 20살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알게 됐다.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실수를 남발하는 모습을 보고 의심하게 됐다.

■ 재호 : 22살에 진단받았다. 사람들과 대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대학에서 사람들과 잘 못 어울리고, 음란물 중독 등 각종 중독에 쉽게 빠지며, 어릴 때부터 음악을 들으면 노래 가사가 잘 안 들려서 검사를 받아봤다.

■ 민지 : 35살에 알게 됐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직이 잦았고, 새로운 업무를 숙지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또 일할 때도 들을 땐 이해되는데 기억이 하나도 안 되고 실수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그러다보니 업무도 할 수 있는 것만 하려고 했다. 그 외에 책을 못 읽는다거나 친구와 카페에 가면 다른 테이블 대화 내용이 들려 친구 얘기를 못 듣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 미영 : 43살이 되어서야 진단을 받았다. 사실 진단 몇 년 전부터 책과 인터넷을 통해 양질의 정보를 얻게 되면서 이미 성인 ADHD를 확신하고 있었다. 그런데 진단받는 과정 자체가 관문이었다. 돌이켜보면 대략 9년 전에 우울증 치료를 위해 다른 병원을 찾았고, 당시 의사가 성인 ADHD임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이 되는데 그때는 우울증이 시급하여서였는지 진단을 못 받았을 뿐, 이미 전문가의 눈에는 발견되고 있었다.
 

- 현재 어떤 방법으로 치료받고 있나? 치료받지 않는다면 이유는 무엇인가?

■ 리나 : 동네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다.

■ 재호 : 부모님 반대로 치료를 중단하게 됐다. 부모님이 계속 내가 ADHD가 아니라고 주장해서 말다툼을 계속하다가 더 이상 나와 집에 같이 못 있겠다고 해 정신병원에 자의로 입원하게 됐다. 우울증까지 겪고 있어서 우울증이 걷히고 나면 ADHD를 치료해보자는 의사의 판단이 있었다.

■ 민지 : 현재 콘서타라는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다.

■ 미영 : 콘서타 복용을 해보았으나 안타깝게도 몸에 맞지 않는 바람에 부수 증상의 치료만 진행하고 있다. 또 개인적으로 서적을 보면서 인지행동 훈련만 꾸준히 해 주고 있다.
 

- 치료 후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 리나 : 달라진 점은 크게 없으나 감정기복이 줄어드는 게 느껴진다. 몇 년 약을 먹어야 효과가 생긴다는 사람도 있어 희망을 갖고 계속 약을 먹어보려고 한다.

■ 재호 : 약을 먹으면 평소보다 시간이 느리게 간다. 책이 잘 읽히고, 사람들과 대화도 잘 된다. 잡생각이 사라지고, 수학적 계산도 잘되고, 이해력도 빨라짐을 느낀다.

■ 민지 : 약을 복용한 뒤 업무를 숙지하려고 메모습관을 들였고, 책도 읽어진다. 아직 복용 용량을 찾는 중이지만 이전에 비해 무기력이 줄었고, 감정조절이 잘 된다.

■ 미영 : 약물이 맞지 않아 복용을 못했다. 대신 동반 증상인 강박과 불안을 적극 치료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강박과 불안이 크게 호전되자 ADHD증세가 심각해졌다. 평생 강박을 통해 ADHD를 컨트롤하면서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 주변 사람들에게 성인ADHD라는 걸 말했나? 안 말했다면 이유는?

■ 리나 : 남자친구, 친한 친구, 대학원 동기들, 평소 내 실수로 고생하는 직장 선배에게는 말했다. 직장에서는 낙인이 찍힐 것 같아 모두에게 다 공개하는 것은 아직 고민이 된다.

■ 재호 : 제일 친한 친구와 가까운 동료에게만 말했다.

■ 민지 :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책이나 매체를 보면 말해도 되긴 하지만 추천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 색안경을 끼고 본다고 해서 고민이 된다.

■ 미영 : 주변에는 기회 닿는 대로 이야기하고 있다.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이라면 백이면 백 깜짝 놀라며 ADHD에 대한 인식을 바꿔 주는 편이지, 새삼 나에게 편견을 갖거나 하진 않는다. 다만 아직 국내에서는 ADHD에 대한 인식이 왜곡되어 있기 때문에 언급할 필요가 전혀 없는 사이인 경우 밝히진 않았다.
 

- 진단을 받은 후 가장 불편했던 부분은 무엇인가?

■ 리나 : 이전부터 계속 있었던 ADHD증상들 때문에 불편하긴 했지만, 진단명을 알고 나서는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 재호 : 부모님의 극심한 반대에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부모님이 엄청 보수적이라 계속 잔소리하고 나와 다퉜고, 그로 인해 우울감이 엄청 심해졌다. 그 다음에 불편한 점은 약간의 불면증, 식욕 감퇴 등이 있다.

■ 민지 : 진단을 받은 후 오히려 불면증이 생겼다. 늦게 잠들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졌다.

■ 미영 : 진단을 받은 후 많은 전문 서적과 정보를 접하다 보니 ADHD에 대한 연구가 아직도 초기 단계라는 점에 불편을 느꼈다. 또 약물이 잘 맞는 사람들은 비교도 안 되게 편안해진다고 하지만, 나의 경우는 아니었고, 강박과 불안 치료로 스트레스는 줄어드는 대신 ADHD가 심해졌다. 다른 성인 ADHD 분들은 이런 경우도 있다는 걸 미리 알았으면 한다.

 ‘이 사회는 무엇이든 아픈 사람을 탓하는 풍조가 만연하다’는 한 인터뷰이의 말에서 그 무거움이 느껴졌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이 사회는 무엇이든 아픈 사람을 탓하는 풍조가 만연하다’는 한 인터뷰이의 말에서 그 무거움이 느껴졌다. [사진출처=픽사베이]

4명의 인터뷰이 모두 업무처리나 일생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어 의심하다가 병원을 찾았다고 했다. 약이 맞지 않는 사람도 있었지만, 치료를 통해 효과를 본 사람들도 있었다. 효과는 제각기 달랐다. 하지만 고민은 비슷했다. 누구에게 말해도 되고, 누구에게는 안되고 이런 것들을 판단하는 모습에서 그들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다. 특히 한 인터뷰이의 ‘이 사회는 무엇이든 아픈 사람을 탓하는 풍조가 만연하다’는 말에서 그 무거움이 느껴졌다.

미영님은 “병원이 모든 걸 해결해 줄 거라는 생각보단 스스로 공부 많이 하는 걸 추천한다. 그래도 진단은 모든 것의 출발점이 돼줄 수 있다. 적어도 ADHD가 아니었다 한들, 다른 정확한 문제를 발견할 수도 있으니 전문가 의견은 꼭 구해보는 것이 좋겠다”며 마무리했다.

그래서 전문가를 찾아 성인 ADHD에 대해 자세하게 물어봤다.

다음 편에서는 서울 청담에서 19년째 ADHD환자들을 만나고 있는 정신의학과 의사를 만나 성인 ADHD가 정확히 어떤 질환인지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다.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