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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가계대출 최대폭 감소에 예금 급감까지...'머니 무브' 돌아오나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02.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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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주택시장이 침체한 가운데 부동산 수요의 동행지표로 꼽히는 은행 가계대출이 새해 첫 달 역대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전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도 통계 집계 이래 사상 처음으로 줄어들고, 기타대출 축소 폭도 커졌다. 높은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서둘러 빚부터 갚거나 주택 거래절벽 속에 신규 대출을 받지 않으려는 흐름이 해가 바뀌고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예금금리 하락세와 증시의 1월 랠리에 은행 정기예금이 대폭 감소하고 시중자금이 위험자산으로 향하는 ‘머니 무브’ 조짐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1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53조4000억원으로 한 달 새 4조6000억원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2004년 1월 통계치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19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 창구에서 시민들이 은행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시중은행 창구에서 시민들이 은행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예금은행 가계대출은 지난해 9월 이후 내림세를 타다가 12월 3000억원 반짝 증가 뒤 감소세로 재전환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이 급감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담대는 전세자금 대출이 줄어들어 전월과 같은 798조8000억원의 잔액을 기록했지만, 기타대출 잔액은 253조2000억으로 지난달 4조6000억원 줄었다. 14개월째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축소 폭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두 번째로 커졌다. 고금리로 높아진 대출이자 부담과 차주 단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시행 등 대출규제 강화로 대출 상환이 확대된 영향이 컸다.

가계대출 감소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이후 8차례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현재 3.5%포인트)를 2.5%포인트나 가파르게 인상한 한국은행의 통화긴축 정책효과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가계대출 감소 흐름은 전체 금융권으로 확산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이날 내놓은 '가계대출 동향'에서 은행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도 지난달 8조원 줄었다. 2금융권의 경우 3조400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3조4000억 줄어든 것에서 축소 폭이 한 달 새 두 배 이상 커진 것이다. 전년 동월 대비 가계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내림세를 탔고, 지난해 12월 -0.5%로 낮아진 데 이어 지난달 -1%까지 떨어졌다.

특히 주담대는 6000억원 줄어 2015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전월보다 감소했다. 전세대출(-1조8000억원)과 상호금융 등 비은행권 주담대(-6000억원)의 내림세가 두드러졌다. 기타대출의 경우 7조4000억원 급감했는데,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전월(-5조2000억원) 대비 감소 폭이 확대됐다.

금융당국은 "전 금융권 가계대출이 전년 동월 대비 감소 폭도 확대되는 등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와 더불어 실수요자를 위한 대출규제 정상화 조치도 차질 없이 이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연초 자금 흐름도 변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긴축 기조에 증시 부진이 길어지면서 높아지는 예금금리를 좇아 은행권으로 시중자금이 쏠렸던 ‘역 머니 무브’가 둔화한 것이다.

새해 첫 달 예금은행의 수신(예금) 잔액은 2198조원으로 지난해 12월 말보다 45조4000억원 줄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특히 수시입출식예금이 59조5000억원이나 빠졌는데, 2002년 1월 속보치 작성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정기예금도 예금금리 하락 등으로 9000억원 줄면서 두 달째 감소곡선을 그렸다.

은행 가계대출 증감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은행 가계대출 증감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은행권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금융기관 가운데 크게 자산운용사로 향했다. 자산운용사의 수신은 지난달 51조4000억원이나 급증해 잔액이 881조5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은행자금 재예치, 금리 메리트(이점) 등으로 단기금융상품 투자 성격이 큰 머니마켓펀드(MMF)가 39조원 급증한 가운데 주식형펀드, 채권형펀드에도 4조1000억원, 2조원이 흘러들었다. 주식형 펀드의 경우 전월 감소세(-5.5조원)에서 증가세로 돌아섰다.

증시대기자금인 증권사 투자자예탁금은 2조8000억원이 늘어 전월 감소(-2200억원)에서 증가세로 전환, 잔액(49조2000억원) 50조원선 회복을 눈앞에 뒀다. 코스피가 지난달 8% 이상 오르며 2400선을 재돌파하는 등 새해 첫 달 ‘토끼 랠리'를 보이자 은행 예·적금에 몰리던 자금이 다시 증시로 쏠리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개인투자자의 증시 참여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인 투자자예탁금의 증가는 위험자산을 추종하는 ‘머니 무브’ 현상의 대표적인 시그널로 볼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첫 해인 2020년 저금리 기조 속에 시중에 풍부하게 풀린 유동성을 지렛대 삼아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증시의 문을  연 '동학개미‘ 열풍이 불었을 때 돌파한 50조원을 추세적으로 상회할 경우 시중자금이 다시 증시를 데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개인투자자들이 새롭게 눈을 돌린 채권 투자 움직임도 확대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장외 채권시장에서 파악하는 개인의 채권 순매수액은 지난달 기준 2조829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1년 전(3283억원)과 견주면 761%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연 5%대까지 치솟았던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최근 시장금리의 안정화와 맞물려 하락하는 추세다. 정기예금 금리 산정의 준거지표로 활용되는 1년 만기 은행채(AAA) 금리는 지난해 11월 연 5.1%대에서 이달 들어 연 3.5% 안팎까지 떨어졌다. 이렇듯 은행권의 금리 메리트가 점점 떨어지고 올해 통화당국의 기준금리 속도조절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팬데믹기에 나타났던 '머니 무브' 흐름이 다시 뚜렷해질지 시선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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